![]() |
↑ 비기비 팀과 단체 사진 |
“극장 컨디션이 90년대 대학로 소극장 수준이에요.”
언제나 침착함을 잃지 않는 젠틀맨 이장용무대감독이 혀를 내두른다. 비가비를 초청한 어쿠스틱뮤직센터는 프린지 페스티벌의 10대 극장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최소한의 기본 무대시설만 구비하고 있다. 한국 공연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빙이나 팔로우조명은 상상도 할 수 없다. 무대 천장에 조명기구를 매달아 놓는 바텐도 고정되어 있어 조명의 색감이나 위치를 바꾸려면 까마득하게 높은 천장까지 아슬아슬한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야만 한다. 극장의 컨디션은 이미 한국에서 체크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망연자실이다.
게다가 같은 무대를 사용하는 다른 공연들이 이미 시작된 상태여서 우리에게 주어진 리허설 시간도 빠듯하다. 가장 최악의 문제는 프린지 페스티벌의 극장 공연은 같은 무대에 여러 공연이 함께 올라가기 때문에 공연과 공연사이 무대설치와 철거에 20분의 시간만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비가비는 태권도의 고난위도 기술들을 사용하기 때문에 무대바닥에 1미터 간격의 태권도 매트를 반드시 사용해야한다. 따라서 우리는 총 87장의 매트를 10분 안에 순서대로 뜯어내고 설치해야 공연을 할 수 있다. 의상, 소품, 동선 체크 등 배우에게는 황금과도 같은 공연 전 10분을 우리는 모두 매트에 매달려 허덕여야만 한다는 현실은 우리 모두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이 꿈의 무대까지 와서 불가능이란 있을 수 없다. 어느덧 우리들은 무대감독님의 차분한 지도에 맞춰 87장의 매트를 단 8분 안에 설치하는데 성공한다. 내일은 우리 모두가 그토록 기대하던 극장 공연의 첫날이다.
[MBN스타] 올해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여한 공연팀은 3,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8월 한 달 동안 이 공연팀들은 크고 작은 극장에서 다양한 공연을 펼친다. 단순히 계산해 한 극장에서 한 달 동안 100개의 공연을 소화한다고 해도 최소 300개의 공연장이 필요할텐데 이상하게도 유명한 어셈블리극장과 축제장 주변의 몇몇 눈에 띄는 극장들을 제외하고 좀처럼 극장이 눈에 띄지 않는다. 도대체 프린지 페스티벌의 극장들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 |
↑ 어쿠스틱뮤직센터 |
비가비가 공연되는 어쿠스틱뮤직센터 역시 프린지다운 극장의 매력을 모두 지니고 있다. 프린지의 열기로 들썩이는 로열마일에서 도보로 약 20분정도 떨어진 한적한 마을 한복판에 있는 오래된 교회를 개조한 공연장이다.
극장 매니저인 페이 워드(Faye Ward)는 극장에 대해 매우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21년전에는 프린지가 아닌 에딘버러 국제페스티벌을 유치했지만 지역 사람들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고 사랑하는 프린지 페스티벌로 바꿨다고 한다. 이 후 20년간을 프린지와 함께하며 많은 공연을 이뤄냈다.
특히 이 공연장은 프린지 안에서도 음악연주 공연팀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녀의 말대로 어쿠스틱뮤직센터에서 올리는 프린지 공연팀들의 포스터가 빼곡이 붙어 있는 게시판에는 비가비를 제외한 대부분의 공연이 음악연주회였다. 지난 해에는 한국 KBS에서 제작한 K소리 악동 ‘국악으로 세계를 감동시켜라’를 함께하며 한국의 음악적 정서를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고 했다. 음악 전문 공연장에 조금은 생뚱맞게 느껴지는 비가비를 초청한 이유에 대해 물어보았다.
![]() |
↑ 어쿠스틴뮤직센터 기술 감독님과 함께 |
그녀에게 극장은 예술인들만의 장소가 아니라 동네의 아이들이 찾아와 재미있게 뛰어놀고 가족들과 함께하며, 옹기종기 주민들이 모여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동네의 사랑방과 같은 곳이다. 과연 프린지 공연장의 매니저다운 생각이다.
![]() |
↑ 어쿠스틱뮤직센터 극장 매니저와 인터뷰 |
![]() |
↑ 극장 기술감독님의 작업실 |
성상희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