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평소 가지고 다니던 스마트폰 대신 오랜만에 먼지 낀 라디오 전원을 켠 청취자들이 한 두 명이 아닐 것이다. 라디오를 듣기 위해 한 꺼 번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면서 온라인·스마트폰의 MBC 미니 서버가 폭주했기 때문이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멤버들이 라디오 일일 DJ에 도전하는 ‘라디오스타’ 특집이 지난 11일 오전 7시부터 12일 오전 2시까지 진행됐다. ‘라디오스타’ 특집이 많은 관심을 모았던 것은 단순히 세트를 설치해 그 안에서 활동하는 단순한 촬영의 경지를 넘어 기존에 있던 라디오 편성에 그대로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날 하루만큼은 오전 7시에 방송되는 ‘전현무의 FM라디오’사 ‘박명수의 FM라디오’가 됐으며, 정오에 방송되는 ‘김신영의 정오의 희망곡’은 ‘정준하의 정오의 희망곡’으로, 오후 2시 ‘박경림의 2시의 데이트’는 ‘노홍철의 2시의 데이트’ 6시 방송되는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정형돈의 ‘음악캠프’ 오후 10시 ‘타블로의 꿈꾸는 라디오’는 ‘유재석의 꿈꾸는 라디오’ 자정 ‘푸른밤 종현입니다’는 ‘푸른밤 하하입니다’로 변화됐다.
![]() |
‘라디오 스타’에 첫 주자로 나선 이는 ‘고유명사’ 박명수였다. DJ경력이 있는 만큼 매끄러운 진행 실력을 보여줄 것이라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듯 박명수는 예의 버벅거림으로 웃음을 선사했다. 광고 도중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새어 나오는 방송사고는 있었지만, 이른 아침 출근길 시민들에 ‘무한도전’만의 웃음을 선물했다.
이어진 주자는 정준하였다. 정준하의 경우 그야말로 ‘신신’에 걸맞는 라디오였다. 선곡도 루이스의 ‘중화반점’ 박명수의 ‘명수네 떡볶이’ 악동뮤지션의 ‘라면인가봐’ 등 제목에 음식이 들어간 노래를 선곡했으며, 게스트로 등장한 이는 ‘여자식신’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이국주였다. 심지어 라디오 코너로 먹는 소리를 듣고 음식을 맞추는 신개념 먹방을 선보이면서 시청자들을 포복절도케 했다. 인맥을 동원한 이동욱과 소지섭의 깜짝 전화 연결 역시 청취자들의 귀를 쫑끗하게 했다. 그중 백미는 소지섭의 진심어린 독설이었다. 많은 청취자들은 정준하를 향한 소지섭의 독설에 즐거워했고 환호했다.
‘2시의 데이트’를 진행한 노홍철의 경우는 나름 노련했다. ‘사기꾼’이라고 불릴 정도로 유려한 언변을 자랑하는 노홍철은 “시청자가 부모다”를 앞세우며 청취자들에게 다가갔다. 노홍철도 고비는 있었다. 청취자 퀴즈 코너에서 자신 있게 내건 노홍철 찬스가 번번히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자신 있게 퀴즈에 나선 노홍철이지만 번번히 틀린 답을 냈고, 노홍철로 인해 청취자들이 선물을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의외의 재미를 안겼다. 이는 다음 시간대를 진행한 멤버들로 인해 다시 한 번 회자될 정도였다.
‘음악캠프’의 DJ가 된 정형돈은 처음 차분한하게 라디오를 진행해 나갔다. 초반 정형돈은 긴장된 목소리로 “스티브 잡스는 말한다. 우주의 흔적을 남기자. 도니도니 형돈이는 말한다. ‘배캠’(‘배철수의 음악캠프’)에 흔적을 남기자. 8943일의 역사에 오늘은 어쨌든 흔적 하나가 남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지며 진행해 나갔다. 하지만 너무 긴장한 탓일까. 정형돈은 노래가 나오는 도중 갑자기 노래를 끊어버리는 방송 사고를 일으킨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마저도 유쾌하게 웃으며 넘겼고, 이에 한결 긴장이 풀어진 듯 “오늘이 첫방이자 막방이니까 이제는 편안하게 해볼까합니다”라고 말한 뒤 선곡센스를 발휘했다.
유재석은 역시 유재석이었다. ‘국민MC’라는 명칭에 걸맞게 라디오에서도 능수능란한 진행실력을 자랑한 것이다. 다른 멤버들과 달리 떨리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왜 이제야 DJ를 하게 됐나’ 싶을 정도로 마치 물 만난 고기마냥 쉴 새 없이 이야기를 쏟아내며 연신 청취자들의 배꼽을 쥐게 했다. DJ치고는 지나치게 말이 많다는 단점은 있었지만, 게스트로 출연한 이적과의 수다는 늦은 밤을 웃음으로 물들였다. 이적을 위한 ‘맹꽁이 타령’ 선곡 역시 ‘무한도전’ 유재석이니 가능한 선곡이었다.
마지막 ‘푸른밤 하하입니다’의 하하는 방송 최초로 붉은밤과 푸른밤을 오가는 이중인격 방송을 선보이며 다시 한 번 라디오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오페라의 유령’ 선곡은 ‘신의 한수’ 그야말로 ‘무한도전’이니 가능한, 일반 라디오에서 쉽게 듣기 어려운 노래들을 선곡하는 센스는 잠 못 이루는 청취자들에게 마지막까지 즐거움을 선사했다.
이날 라디오 DJ에 나선 ‘무한도전’ 멤버들의 실력은 아무리 팬이라고 해도 100점 만점을 줄 수 없는 서투름과 어색함의 연장이었다. 방송사고도 일어나고, 보이는 라디오가 아님에도 진땀을 흘리는 멤버들의 모습이 그려질 정도였다. 하지만 ‘무한도전’이기 때문에 가능한 코너들에 ‘맹꽁이 타령’과 같은 선곡은 신선함을 전해주었다.
처음 평균수준 이하의 멤버들이 모여 웃음을 주었던 ‘무한도전’이었지만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사랑을 받다보니, 어느덧 모든 멤버들은 연예대상에서 최우수상을 섭렵하는 등 평균수준 이상의 성과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
이제 멤버들의 라디오도전은 끝났다. 시청자들은 김태호 PD가 이 같은 과정을 어떤 식으로 그려낼지 기대할 일만 남았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