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는 한국사회에 충격을 줬다. 여전히 꽤 많은 이들이 아파하고 슬퍼한다. 구조 과정에서 드러난 많은 문제점에 국민은 또다시 분노했다. 사고를 당한 가족들의 마음은 미루어 짐작할 수도 없다. ‘구조 과정이 조금만 더 체계적이고, 적극적이었다면 생존자가 나오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을 가슴 속에 품고 있는 이들이 많다.
영화 ‘다이빙 벨’은 잠수시간을 늘려 생존자들을 살릴 수 있다는 구조 장비 다이빙 벨을 소재로, 이 기구가 투입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 현 정부의 무능을 꼬집고 다양한 의문을 제기한다. 심지어 ‘정부의 고의적 살인’이라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을 정도로, 의심은 뻗어 나간다.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가 주도한 다이빙 벨 투입이 왜 저지됐는지, 언론은 왜 그의 성공을 실패라고 단정 지었는지 등의 의문을 담아 77분간 스크린에 담아냈다.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가 팽목항에서 취재하며 썼던 영상과 이종인 대표를 따로 만나 인터뷰한 내용, 제공받은 사진과 영상 등이 섞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스크린에 구현됐다.
다이빙 벨 투입 논란의 경과를 재구성해 세월호 사건을 둘러싼 의문점들을 짚어보는 내용은 충분히 관객의 관심을 받을 만하다. 서병수 부산시장 등 상영을 반대하는 쪽이 왜 상영 금지를 요청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영화는 부정적, 반정부적이다. 비판을 넘어 비난, 힐난의 수준이다. 영화만 보면 우리는 기본이 없고, 상식이 없는 사회에 사는 것 같다. 21세기가 맞느냐는 의문도 들지 모른다.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 영화를 만들었는지 누군가는 쉽게 이해할 것이고, 다른 누군가는 이해 못 하겠다고 비난할 게 분명하다. 비난하는 쪽에서 보면, 시간의 기록이라는 재미를 줬던 다큐멘터리의 미덕보다는 사회 고발의 의도만 적극적으로 담겨 있는 인상이라 아쉽다. 물론 진실이 밝혀지면 좋겠다는 감독의 의도로 엿볼 수 있는 지점이라 특색이라고도 할 수 있다.
6일 오후 부산 해운대 우동 CGV 센텀시티에서 열린 ‘다이빙 벨’ 첫 공식 상영회에서는 러닝타임 내내 눈물을 흘리는 관객들이 꽤 있었다. 한숨 쉬고, 주먹을 불끈 쥔 채 분노하는 이도 있었다. 10여 명이 넘는 외국인 관람객들도 이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여 눈길을 끌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충격의 이 사건은 어두운 그림자가 될지 희망의 빛이 될지 아직 모른다. 나중에 똑같은 사고가 일어날 일이 없는 게 가장 좋겠지만, 혹시 비슷한 일이 있을 때 대응이 제대로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꽤 많을 것 같다.
MBC 해직기자 출신의 이 기자와 안해룡 다큐멘터리 감독이 공동연출을 맡은 작품이다. 10월 개봉을 준비 중이나 확정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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