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대중에게 배우 차예련은 도도하고 새침한 ‘차도녀’ 이미지가 강하다. 주로 맡아온 배역이 모두 완벽한 차도녀였기 때문이다. 사실 배우에게 자신의 이름을 불렀을 때 함께 따라붙는 이미지가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그러나 차예련에겐 더 이상 차도녀 이미지는 좋은 게 아니다.
워낙 차도녀 이미지가 강해 늘 해오던 역할만 도맡게 됐고, 같은 이미지가 쌓이고 쌓여 결국 대중은 물론 본인에게도 연기 변신에 대한 갈증이 있었을 것이다. 갈증을 해소하고자 다양한 작품으로 변신을 시도했지만 굳혀진 이미지는 쉽게 바뀌지 않았다. 밝고 허당기 넘치는 부분도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영화 ‘여배우는 너무해’ 나비로 스크린을 두드렸지만, 적잖은 실망감만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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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갑상선 암으로 순식간에 목소리를 잃은 남편을 끝까지 응원하며 용기를 불어넣는다. 남편의 병세가 악화되자 눈물을 와락 쏟아내는 장면은 보는 이까지 가슴 저리게 만든다. 돌고 돌아 비로소 제 옷을 입은 듯한 차예련표 윤희가 모두의 갈증을 시원하게 씻은 듯 하다.
“생각보다 (영화와 나에 대한) 반응이 좋아 기분이 좋고 놀랐다. 인터뷰 내내 만나는 기자 분들과 영화를 본 관계자들로부터 칭찬을 받아 정말 좋다. 4년 동안 힘들었는데 이런 날이 오는가 싶다. (웃음) 무엇인가를 해낸 것 같아 뿌듯하다.”
미혼인 차예련이 한 여자의 아내이자 한 아이의 엄마로 윤희를 소화해냈다는 건 엄청난 노력의 결실이다. 남편에 대한 존경심과 애정은 대사와 행동으로 충분히 표현됐지만, 대사도 없고 아주 평범한 행동이 전부인 아이와의 호흡은 어려움이 많았을 터. 그럼에도 차예련은 무릎을 구부리고 아이와 눈을 맞추거나 잠든 아이를 자신의 어깨에 기대이며 흐뭇하게 바라보는 등 아주 디테일한 부분으로 모성애를 십분 발휘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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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윤희 역을 표현함에 있어 한 아이의 엄마 같은 포근함을 내가 얼마큼 표현할 수 있을까 싶었다. 한 남자의 아내이자 엄마라는 느낌을 표현하려 많이 노력했다. 디테일한 부분을 살리려고 했는데 나름대로 잘 표현한 것 같아 뿌듯하더라. 사실 내가 배역을 잘 소화했다기보다는 관객들이 나로 하여금 윤희 역에 몰입해 봐준 것만으로도 해낸 것 같다.”
“난 차도녀 이미지가 강해서 포근한 엄마이자 성숙한 여인으로 대중을 만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래서 더 배역에 욕심이 났다. 주변에서 ‘잘했다’는 칭찬을 들으니 엄마 역을 계속해야 되나 싶다. (웃음) ‘더 테너’ VIP 시사회 때 유지태 오빠와 김효진 언니와 함께 영화를 관람했다. 관람 후 효진 언니가 ‘질투 날 정도로 진짜 와이프 같다. 잘했다’고 칭찬했다. 다음 날에도 문자 메시지로 연기 칭찬을 또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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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은 나의 힘이 아니라 정말 무언가의 힘인 것 같다. 나 역시 주변에서 ‘왜 이렇게 못 뜨냐’는 소리를 들으면 속상하기도 하고 공감하기도 하다. (웃음) 그러나 꾸준히 작품을 만나 연기할 수 있고 변신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있다는 게 정말 행복하다. 최고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을 내다봤을 때는 꾸준히 연기를 한다는 게 즐겁고 좋다.”
“‘더 테너’는 성악가의 이야기를 담았지만 이야기를 배우의 인생에 접목했을 때 많이 공감되고 감동적이었다. 성악가와 배우, 가수 모두 팬이 있어야 좋은 게 아니냐. 또한 이들은 누군가가 자신을 봐줘야 되는 입장이다. 이 부분이 가장 크게 와 닿더라. 극중 대사에도 있지만 나 역시 누군가 나를 찾아주고 좋아해주는 한 명의 팬만 있어도 연기를 하겠다. 한 분 한 분 다 고맙고 되도록 팬들은 다 챙기려고 한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 사진=무비앤아이 제공, 스틸 / 디자인=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