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배우 진이한과 오상진이 작정하고 망가졌다. 평소 전문직 ‘백마탄 왕자’ 역만 맡으며 엘리트 이미지를 고수했던 진이한은 명문대 출신 백수로 분해 최고 지질한 면을 보였고, 아나운서 출신 오상진은 기존 이미지와 달리 사기꾼 정준아 역을 제대로 소화해내며 배우로서 가능성을 시사했다. 두 사람의 예상치 못한 변신에 ‘반갑다’는 탄성이 터져나올 정도였다.
진이한과 오상진은 3일 오후 방송된 SBS 새 주말드라마 ‘떴다 패밀리’에서 각각 최동석, 정준아로 분해 극 전개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갔다. 이날 첫 방송에서 정끝순(박원숙 분)의 유산 쟁탈기와 잃어버린 가족 찾기 과정이 그려진 가운데 타이틀롤을 맡은 이 둘의 활약은 그 누구보다도 눈에 띄었다.
진이한은 전작에서 재벌 2세, 변호사 등으로 분해 엘리트 이미지를 이어갔다. 그런 그가 머리 좋은 백수로 변신하는 건 의외의 결정이었다. 홈드라마에서 ‘민폐’ 캐릭터를 얼마나 제 옷처럼 소화해낼지 우려의 시선도 쏟아졌다.
오상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MBC 아나운서 출신으로 프리선언 이후 ‘떴다 패밀리’로 배우로서 제대로 된 첫 행보를 알렸다. 물론 ‘별에서 온 그대’에서 검사로 출연하긴 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기존 이미지와 정반대의 사기꾼 역에 캐스팅돼 반신반의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엄친아’ 이미지를 어떻게 지울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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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두 사람은 주위의 우려를 의식한 듯 훌륭한 연기력을 펼쳤다. 진이한은 집안 빚을 갚기 위해 대학 동기들에게 고개 숙이는 지질한 연기를 제대로 소화해냈다. 부스스한 펌 머리와 구부정한 자세는 마치 예전부터 그래왔듯 잘 어울렸다. 비굴하면서도 자신의 옛 여자 친구를 빼앗은 친구의 돈은 거절하는 알량한 자존심도 생생하게 표현했다.
오상진도 양어머니의 돈을 노리는 입양아답게 뻔뻔한 느낌을 잘 표현해내며 극에 대한 몰입도를 높였다. 건들거리는 발걸음부터 화려한 의상까지 모두 오상진 본래 모습처럼 자연스러웠다. 이정현과 호흡도 척척이었고, 박원숙과 투샷도 어색하지 않았다. 아나운서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무색할 정도였다.
애초 ‘떴다 패밀리’는 6년만에 안방극장으로 컴백한 이정현의 독주가 예상됐다. 그러나 진이한, 오상진 등 뜻밖의 활약으로 볼거리가 더욱 풍성해지는 효과를 누렸다. 총 20부작의 머나먼 여정에 나선 이 작품이 주말 안방극장 시청자를 공략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늘어난 셈이었다. 그동안 죽어있던 시간대를 얼마나 살려낼 수 있을지 단언할 순 없지만 두 남배우의 열연이 분명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긍정적인 예측이 ‘반짝’하고 빛났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