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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워킹걸’은 대놓고 섹시 코미디다. 19금 코드의 향연이다. 다른 건 언급할 수 없다. 초반부터 상상을 자극한다. 하긴 등장인물들의 이름부터 묘하게 야한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다. 두 여자주인공은 백보희(조여정)와 오난희(클라라)다. 보희의 남편은 구강성교수(김태우)고, 난희의 상대남은 표경수순경(고경표)이다. 이름과 직함을 약간씩 꼬아보면 ‘므흣’하다.
‘워킹걸’은 보희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남편과의 잠자리보다 회사에서 인정받는 걸 좋아하는 보희. 승승장구할 것 같은 장난감 회사 마케팅 팀장이지만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에서 엄청난 실수를 저질러 쫓겨나듯 회사를 나온다. 폐업 직전인 성인숍 CEO 난희(클라라)를 만난 보희는 난희의 성인용 장난감들에 기겁하지만, 이내 적응하고 이 물건들이 ‘물건’이 될 것임을 직감한다. 난희와 동업하기로 한 보희는 성인용품숍 까사아모르를 차리고, 대박을 터트릴 꿈에 부푼다.
하지만 문제는 남편과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어떻게 말하느냐는 것. 영화는 음지의 성을 양지로 꺼내 건강하게 말하려는 과정에서 웃음꽃이 피어난다.
건강한 성을 말하려 노력하는 조여정과 클라라의 연기 호흡이 기대 이상이다. 뭐만 했다 하면 ‘섹시’인 클라라는 자신의 장기를 한껏 뽐낸다. 아직 연기력을 인정하기는 부족한 점이 있지만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만으로도 성공이다. 연출자인 정범식 감독의 해프닝으로 끝난 ‘클라라의 성인용품 사용기’만 해도 “클라라가 연기 열정이 대단하다”는 다른 말로 생각할 수 있다. 조여정도 본격 코믹 연기 도전의 대성공이다. 연기 스펙트럼은 더 넓어졌다.
남자와 오랫동안 관계를 맺지 못했던 난희의 상대 역으로 나온 경찰 표경수 역의 고경표도 남다른 존재감을 보인다. 웃음소리 하나만으로도 웃기다. 김태우를 비롯해 구강성 교수의 동료 교수로 나온 배성우, 보희의 엄마와 언니로 나온 김보연과 라미란 등의 조미료 같은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도 영화를 풍부하게 한다.
영화 ‘무서운 이야기2-탈출’에서 ‘병맛 코드’로 마니아 관객층의 호평을 받은 정범식 감독은 또 한 번 자기만의 독특한 생각을 유감없이 선보인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소재와 내용이 이따금 등장해 관객을 웃긴다. 배우들은 민망할 상황도 거리낌 없이 연기를 잘해냈다. 성인이라면 웃지 않을 수 없을 장면들이 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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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야하고 웃기지만, 나름 깨달음도 준다. 일도 중요하지만, 가족도 소중하다는 것. 모든 이들이 이 두 가지 모두 중요하다는 걸 안다. 잃어버려 봐야 그게 소중하다는 걸 아는 것이 문제긴 하지만. 112분. 청소년관람불가. 7일 개봉 예정.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