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V법정] ‘미녀의 탄생’ 한예슬의 신분 세탁…법적 처벌 받을까

드라마, 예능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황당하거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장면을 접할 때가 있습니다. TV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과연 현실에서는 가능한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 있는 일인지 ‘TV법정’에서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편집자주>

[MBN스타 손진아 기자]

◇ 사건일지

SBS 드라마 ‘미녀의 탄생’에서 사라(한예슬 분)는 비밀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과거 사금란(하재숙 분)으로 살았던 그는 당시 남편 이강준(정겨운 분)이 외도를 하는 사실을 알게 됐고,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모습에 상처 받았던 상황에 교통사고까지 당했다.

이후 사금란은 복수를 다짐했고, ‘사금란’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전신성형수술을 감행해 ‘사라’라는 이름으로 180도 바뀐 삶을 살아가게 됐다. 미모가 업그레이드된 사라는 더욱 치밀하게 ‘김덕순’이라는 이름으로 완벽한 신분 세탁에 성공했다.

◇ ‘솔로몬’ 손수호 변호사의 선택은?

사금란이 자신의 이름과 신분을 감추고 사라라는 가명을 사용해 생활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어떠한 범죄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구체적인 생활 과정에서는 여러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우선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위하여 사라가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을 무단으로 만들어 사용하였다면 ‘형법’에 있는 공문서위조죄 및 위조공문서행사죄가 성립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거나 주민등록번호생성기 등을 사용하여 허위의 주민번호를 만들어 이용하였다면 ‘주민등록법’ 위반죄로 처벌될 것이다.

또한 일상생활 과정에서 ‘금융 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이나 ‘부동산 실거래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등 각종 실명법을 위반하게 될 소지도 있다. 본인의 실명을 숨기고 다른 사람 행세를 하며 돈을 빌린 후 갚지 않았다면, 갚지 않으려는 사기의 고의가 인정되어 사기죄가 성립될 수도 있다.

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 사금란이 엄연히 생존해 있는 상황에서 사금란의 배우자인 이강준이 교채연(왕지혜 분)과 정상적으로 혼인을 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그런데 우리 민법은 제810조에 ‘배우자 있는 자는 다시 혼인하지 못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중혼을 금지하고 있다. 즉, 배우자인 사금란이 여전히 생존해 있으므로, 생존 사실을 이강준이 알았는지 몰랐는지와 관계없이, 이강준이 교채연과 혼인신고를 하여 신고가 수리되었더라도 이러한 혼인은 얼마든지 취소될 수 있다(민법 제816조). 당사자 및 그 배우자, 직계혈족, 4촌 이내의 방계혈족 또는 검사가 이러한 중혼의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818조).

이처럼 여전히 이강준과 사라 사이의 혼인 관계는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으므로, 이 둘은 법적으로 배우자 관계이다. 따라서 사금란이 자신의 생존 사실을 속이고 마치 사망한 것처럼 위장하여 다른 사람 행세를 한 것은 이강준에 대한 불법행위인 동시에(민법 제750조) 법률상 이혼 사유 중 하나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민법 제840조 제6호).

또한 만약 사금란이 한태희(주상욱 분)과 교제를 한다면 이는 부정한 행위이므로 이혼 사유에 해당된다(민법 제840조 제1호). 성관계를 갖는다면 두말할 필요도 없고 이 경우 이강준은 사라, 즉 사금란과 이혼하는 것은 물론 사금란과 교채연으로부터 상당한 액수의 위자료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사금란의 그러한 행동에 이강준이 중요한 원인을 제공했다면 위자료는 대폭 감액되거나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극 중에서 오히려 이강준이 혼인 중 먼저 사금란 몰래 다른 여성과 외도하며 성관계까지 가진 것으로 짐작되므로, 사금란도 이강준과 이혼하면서 위자료 지급을 구하는 것은 물론 간통죄로 이강준과 상간녀를 고소할 수 있다.

이처럼 이강준과 사금란이 서로 상대방을 상대로 이혼 판결 및 위자료 지급을 구할 경우, 법원은 이강준과 사금란이 서로 상대방에게 한 행위의 정도를 구체적으로 고려하여 누가 누구에게 얼마의 위자료를 지급하는 것이 타당한지 판단하게 된다. 즉 잘못이 더 큰 사람이 상대방에게 위자료를 지급하게 되며, 그 액수는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