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정예인 기자] 김기덕 감독의 신작 ‘메이드 인 차이나’가 제44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으면서 제2의 ‘피에타’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김기덕 감독은 해외에서는 환영받지만 국내에서는 낮은 평가를 받기로 유명하다. 그는 ‘파란대문’(1998), ‘섬’(2000), ‘활’(2005), ‘빈 집’(2004),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2003), ‘사마리아’(2004) 등을 통해 유수의 해외 영화제에서 상을 거두며 예술 영화계에서 한 획을 그었다.
그러나 김기덕은 이로 인해 대중과 소통하지 않고 자기 스타일이 지나치게 강한 감독으로 인식됐다. 이런 선입견은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유명세를 탄 작품 ‘피에타’의 흥행 성적에서도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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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피에타 포스터 |
‘피에타’는 57만 명을 동원하며 김기덕 영화 중 두 번째로 높은 관객 수를 기록했다. 천만 관객 영화가 넘치는 요즘, 적은 관객 수라 평할지 모르만 그의 다른 작품의 흥행 성적에 비하면 성공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에타’는 제49회 대종상영화제 시상식에서 구색맞추기식으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하는 등의 논란을 낳았다.
57만이 높은 흥행 성적이라는 점을 보더라도 김기덕의 영화는 아직 대중에게서 멀다. 여전히 영화는 재밌어야 한다는 인식이 만연한 상황에서 그의 영화는 어렵고도 불편하다. 그러나 김기덕 감독의 팬들은 바로 그 점이 매력이라 입을 모은다.
‘피에타’는 끔찍한 방법으로 채무자들의 돈을 뜯어내며 살아가는 남자 강도(이정진 분)에게 어느 날 엄마라는 여자(조민수 분)가 불쑥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강도는 평생을 홀로 외롭게 자랐고, 엄마라고 나타난 여자는 엄마인지 아닌지 모른다. 그 상황에서 강도는 여자를 온전히 믿을 수 없어 폭력을 휘두르다 결국은 엄마라고 믿으며 의지한다. 두 사람은 마치 죽은 그리스도를 안은 성모마리아의 모습과 닮았다.
이 작품은 단지 모자의 관계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불합리한 구조도 지적한다. 강도에게 돈을 빌리고 갚지 못해 신체를 포기하는 채무자들은 자본주의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표현한다. 이렇듯 김기덕은 영화 속에 강한 메시지를 담는 감독 중 하나다. 영화제에 초청받으며 이목을 끈 ‘메이드 인 차이나’ 역시 오늘날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이데올로기적 편견이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그렸다.
‘메이드 인 차이나’는 인간사에 대한 성찰을 중국산 장어라는 독특한 소재로 담아냈으며,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 초청받기 전 지난해 제27회 도쿄국제영화제에 월드 프리미어로 초청됐다. ‘메이드 인 차이나’가 제2의 ‘피에타’로 다시 한 번 국내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예인 기자 yein6120@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