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2014년은 알찬 한해였어요. 많은 변화가 있었죠. 아홉수에 일이 있었는데 서른은 정리되는 해였어요. 모든 문제들이 깔끔하게 정리됐죠.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연극이라는 것도 처음 도전했고 드라마를 했고, 이제는 영화 촬영까지 앞두고 있어요. 아직 보여드린 것 보다 못 보여드린 것이 더 많습니다.”
배우 정석원의 스물아홉이 변화와 갈등으로 몸살을 앓았다면, 뒤따라 온 서른은 새롭게 시작한 ‘기회’와도 같았다. 그리고 서른하나를 맞이한 2015년, 정석원은 배우로서 도약하기 위한 모든 준비를 끝마쳤다.
2013년은 정석원의 인생에 있어서 큰 변화를 이룬 시기였다. 바로 연인이었던 백지영과 2년 열애 끝에 정식으로 부부가 된 것이었다. 신혼의 단 꿈에 빠져 살아도 모자랄 시간, 하지만 정석원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바로 전 소속사와 분쟁이 벌어지면서 한동안 공백기를 맞이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4년, 이 같은 분쟁을 깔끔하게 털고 일어선 정석원은 다시 대중 앞에 서기 시작했다. 조금 더 깊고 진중한 눈빛을 지닌 배우가 돼서 말이다. ‘미스터백’을 통해 2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정석원은 단순히 ‘몸 좋은 배우’ ‘백지영의 남편’이라는 수식어에서 벗어나, 제법 나쁘지 않은 연기를 하는 배우임을 증명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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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동안 작품을 정말 하고 싶었고, 연기에 대한 갈증도 있었죠. 오랜만에 하는 만큼 ‘미스터백’을 촬영하기에 앞서서 제가 맡은 정이건이라는 캐릭터를 연구를 정말 많이 했어요. 드라마에서는 잘 표현이 됐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극중 정이건은 고아 출신이에요. 이를 통해 모든 걸 다 가진 재벌2세 최대한에 대한 열등감과, 그를 이겨보고 싶은 승부욕, 그리고 그 이면에 있는 사랑까지. 정말 내가 정이건이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떻게 행동했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죠.”
하지만 정석원의 초반 연구가 무색하게 극중 정이건은 그저 단순한 악역일 뿐이었다. 이에 대해 상황자체가 쪽대본이다보니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고 말한 정석원은 “아무래도 나만의 설정을 정해놓은 것 자체가 실수였던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작품을 하기 전 그래도 정이건이 홍지은(박예진 분)을 향한 마음만은 진심이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마지막에 가니 홍지은마저 제가 이용한 것이 돼 있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아쉬워요. 확실한 색깔로 악역을 하고자 했지만, 충분히 표현되지 못한 것 같거든요. 제 역할 뿐 아니라 작품에 대한 아쉬움도 커요. 만약 촬영에 대한 여유가 있고 시간이 있었으면 굉장히 좋은 메시지를 전해줄 드라마였는데, 16부작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풀어야 할 숙제와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에 미처 전하지 못한 메시지들이 많이 남아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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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천정환 기자 |
“쉬는 동안 배우라는 것에 대한 정의를 내려 봤죠. 29살까지 ‘배우는 뭘까’라는 생각도 없이 달려갔다면, 서른이 된 직후부터 배우는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도 했죠. 제가 현재 내린 결론은 전달자에요. 많은 관객 시청자들에게 또 다른 세상사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부족한 것을 찾아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고, 직업에 대한 자부심도 생겼어요. 이전에는 ‘대표선수’가 되고 싶었는데 이제 이에 대한 부러움도 전혀 없어요.”
정석원은 정식으로 연기를 배운 배우와는 거리가 멀다. 스턴트 생활을 하다가 운 좋게 캐스팅 돼 연기를 시작한 정석원이지만 출연작이 늘어날수록 빠른 성장속도를 보이며 점점 더 믿을 볼 만한 배우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연기를 위해 공부하고 싶고 이를 위해 책을 읽기 시작했다는 정석원은 분명 배우로서 작품에 임하는 자세 역시 달라져 있었다.
“책을 많이 보려고 해요. 최근 더글라스 케네디 책을 다 봤어요. 책을 태어나서 10권도 안 읽어봤는데 영화보다 재밌고 드라마가 재밌는 것이 처음이었어요. 지금은 쉬운 책부터 보고 있어요. 상상력 같은 것도 중요하다 보니 책을 통해 많은 배워가고 행복을 느끼고 있어요. 이전까지는 단순하고 본능적이었는데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많이 하다 보니 변하는 것 같아요. 많이 깨지면서 부딪치지만, 그만큼 또 쌓였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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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천정환 기자 |
“최민식, 설경구 선배 등 어깨너머로 보고만 있어도 많이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함께 연기를 하게 되다니. 대선배들과 함께 촬영한다는 것만으로도 서른에 거둔 큰 수확이 아닐까 싶어요. 언젠가 호흡을 할 날이 오겠지 했는데 정말로 좋은 기회가 찾아왔고, 이를 통해 많이 계속 배우고 싶은게 제 소망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정석원에게 하고 싶은 연기에 대해 물어보았다. 이에 대해 정석원은 쑥스러워 하며 ‘학원물’을 꼽았다.
“더 늙기 전에 학원물한 번 해보고 싶어요. 거친데 허당스러운 모습, 실제의 저와 가장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거든요. 영화 ‘바람’이라든지 ‘말죽거리 잔혹사’와 같은 장르 있잖아요, 출연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역할을 위해서라면 욕도 시원하게 할 수 있습니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