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가수를 향한 오랜 꿈을 약 10여년간 지켜왔다. 하지만 높은 현실의 벽에 꿈을 접고 생업에 뛰어들었다. 아이돌을 꿈꾸는 청소년들이 가장 들어가고 싶어하는 회사인 3대 대형 기획사에서 연습생 생활을 하고 오랜 기간 가수의 꿈을 키워온 김철수(가명. 29) 씨를 만나 꿈과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3대 기획사 중 한 곳에서 연습생을 했다고 들었다. 언제, 얼마의 기간 동안 연습생 생활을 했나?
A: 중학교 3학년 때 아는 형이 오디션을 보러가는데 따라 갔다가 오디션 제안을 받았다. 근데 저만 붙고 그 형은 떨어졌다. 그 기획사에서 연습생으로는 2년 정도 생활을 했다.
Q: 3대 기획사면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을 것 같다. 연습생 생활에 대해 자세히 말해달라
A: 연습생이 됐지만 생활이 크게 변한 것은 없었다. 학교를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수업이 끝나면 연습을 하러 회사로 왔고 그 때부터 연습을 시작했다. 보통은 에이전시로 된 학원과 연결되어 있다. 약 2시간 정도 보컬 연습을 하고 회사로 돌아와선 개인 연습을 한다. 대부분 개인 연습 위주로 했다. 연습생들이 다 똑같은 선생님에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연습생에 따라서 선생님도 다르게 배정을 했다. 데뷔를 막 앞두고 있는 애들과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하는 연습생에게 다른 선생님이 배정될 수 밖에 없다.
Q: 연습생들도 계약을 맺는다고 하던데?
A: 당연하다. 모든 연습생들이 계약을 하고 들어와야 연습생 신분이 된다.
Q: 연습생 시절 함께 연습했던 친구들의 수는 몇 명이나 됐나? 그 중에서 데뷔한 연습생과 강제 퇴사 명령을 받은 친구들도 있나?
A: 당시 제가 소속됐던 회사는 남자랑 여자랑 완전히 구분되어 있어서 여자 연습생들 보기가 힘들었다. 대략 남자 연습생만 20명 정도였다. 보이는 게 그 정도였으니 실제론 더 많았을 거다. 확륙적으로 봤을 땐 그 당시 연습했던 친구들은 대부분 데뷔를 했다. 끈기 있게 남아있던 친구들이 대부분 데뷔를 했다. 실력을 떠나서 회사에서는 그런 점을 높이 샀다. 물론 쫓겨나는 경우도 있었다. 연습생들에게 출퇴근 카드가 있는데 회사에선 그걸 보고 판단을 할 것이다. 학교로 치면 개근상 같은 느낌이다. 데뷔가 임박한 게 아니라면 회사에서 연습생 사생활까진 관리하진 않는데 싸움이나 사생활로 문제가 있는 친구들에겐 나오지 말라는 애기를 했다고 하더라.
Q: 사실 아이돌을 꿈꾸는 가수 지망생들에겐 꿈의 회사인데 결정적으로 그만둔 이유는 무엇이었나?
A: 지금 생각하면 배가 불렀는데 음악적 성향이 안 맞았다. 당시 노래로만 인정을 받고 싶었는데 당시 그 회사에서 노래로 인정받는 가수를 찾기 힘들었다. 회사에서도 저 같은 사람이 있어봤자 였을 것이고 제가 진짜 실력이 있었다면 잡았겠지만 그 정도는 아니 였던 것 같다.
Q: 회사를 나오고 다른 회사에 들어가거나 가수의 꿈을 계속 지켜왔나?
A: 오디션을 많이 보긴 했는데 음악적 고집이 세다 보니 어느 회사에 안착하기 힘들었다. 노래하는 친구들은 대부분이 밴드를 하기도 하는데 전 밴드도 안하고 온전히 연습실에 처박혀서 노래만 했다. 제가 가려는 음악에 대해서 갈 피를 못잡았었다. 연습은 좋아서 했지만 정체성이 없으니 힘들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실력으로 인정 받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아무래도 손실도 있고 생활도 해야 되고 해서 그만뒀다. 제 풀에 제가 지친 것 같다.
Q: 가수의 꿈을 접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A: 댄스팀과 관련된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고 있다. 이쪽 계통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전공을 살리는 경우가 많다. 연습생을 하면서 쌓은 노하우라기 보다는 인맥이 중요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다.
Q: 약 10여년간 가수의 꿈을 지켜왔는데 포기한 지금, 후회를 하지 않나?
A: 그 회사를 나온 것은 후회한다. 지금 내가 뭐가 됐을지는 모르는데. 어렸을 때부터 함께 했던 친구들이 데뷔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모님이나 주위 분들이 이야기를 하실 때마다 그냥 끝까지 있어볼 것 그랬나 싶기도 했다. 지금에 와서 아쉬운 것 고집을 부리지 않고 제대로 해볼 것 그랬다. 집안 사정이 안 좋아져서 학원을 갈 상황도 못됐다. 음악적 고집을 꺾었다면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