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사람으로 살던 이가 새가 될 수 있을까? 신연식 감독은 이 간단하면서도 자칫 평범할 수 있는 그러나 흥미로운 소재를 다양한 메시지와 소품으로 쉽게 풀어냈다. 영화 ‘조류인간’이다. 영화는 새가 되기 위해 가족을 떠나온 아내(정한비 분)와 그녀의 행방을 추격하는 소설가 정석(김정석)이 15년의 시차를 두고 수상한 관문을 통과해나가는 과정을 담았다. 새가 되기 위해 가족을 떠난 아내와 만사를 제쳐두고 그의 행방을 추격하는 남편, 이 둘 사이에 존재하는 15년의 시차, 새가 되기 위한 관문 등이 무섭게 극에 빠져들게 만든다. 특별한 상황이 아님에도 말이다.
아내는 새가 되기 위해 한의사, 약초꾼, 사냥꾼으로 이어지는 수상한 관문을 통과하려 한다. 그런 그의 곁엔 또 다른 소녀가 함께 같은 길을 걷고 있어 외롭지 않게 순서를 밟는다. 관객들은 수상한 관문 때문에 고뇌하고 어리둥절해 하겠지만, 모든 비밀이 풀림과 동시에 흩어졌던 퍼즐 조각이 맞춰지면서 신연식 감독의 연출에 감탄하게 된다.
앞서 ‘러시안 소설’ ‘배우는 배우다’를 통해 관객을 만난 바 있는 신연식 감독은 ‘러시안 소설’ 속 가상 소설인 ‘조류인간’을 영화로 재탄생시켰다. 때문에 ‘러시안 소설’을 보고 난 후 영화를 관람하면 더 좋다. 그러나 굳이 관람하지 않아도 충분히 쉽고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기에 이보다 더 관객을 매료시키는 미스터리 판타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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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인간이 새로 되는 과정을 다뤘지만 이를 통해 자아정체성과 타인에 대한 관심 등 매우 넓은 의미까지 담고 있어 곰곰이 생각할 기회조차 주는 작품이다. “뼈가 다른지는 언제 알았어요?” “언니 남편이 모르면 내가 알려주겠다” “새로운 삶에 대한 설렘도 있지만 당장 눈앞에서 겪게 될 일이 걱정이예요” 등의 대사들 역시 이해도를 돕는 장치 중 하나다.
특히 15년의 시차를 극복하고 우여곡절 끝에 잠시 마주한 아내와 남편의 모습은 찰나의 순간이지만 뭉클함을 선사하며, 잠깐의 눈 마주침이 묘하게 관객을 끌어당긴다.
이야기 자체만으로 이미 흥미로운데 출연 배우들의 어울림도 좋다. 첫 주연을 맡은 김정식은 이미 많은 연기경험을 다시금 증명하듯 제대로 아내 잃은 슬픔과 이를 추격하는 과정을 몸소 표현해냈다. 아내의 비밀을 알기 전 후의 표정에도 미세한 변화를 줘 열 마디 대사보다 돋보이는 눈빛으로 압도한다. 아내 역의 정한비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조류인간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소이와 이유미, 강신효 등도 묵묵히 제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서로의 진짜 모습을 봤을 때 서로의 인생이, 살아온 세상이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이 ‘조류인간’을 만든 이유다. 영화를 통해 삶의 자그마한 변화가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는 신연식 감독의 말처럼 큰 변화는 아닐지라도 영화를 보고 나오는 동안만큼은 자신에 대해, 타인에 대해 생각할 갖게끔 한다. 오는 26일 개봉.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 사진=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