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아카데미상 수상’이라는 타이틀이 한국 극장가에서는 크게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LA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진행된 제8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OSCAR)의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버드맨’은 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고 총 4개 부문(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촬영상)에서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이와 함께 국내 관객들은 오는 3월5일 개봉을 앞두고 ‘버드맨’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10년 간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들의 국내 흥행 성적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버드맨’의 흥행을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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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부터 2014년까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의 국내 박스오피스 성적을 먼저 살펴보자.(수상년도/수상작/국내 흥행 성적 순) 05년 ‘밀리언 달러 베이비’ 80만6891, 06년 ‘크래쉬’ 15만2617명, 07년 ‘티파티드’ 74만2276명, 08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6만4078명, 09년 ‘슬럼독 밀리어네어’ 112만5032명, 10년 ‘허트 로커’ 17만7509명, 11년 ‘킹스 스피치’ 80만6248명, 12년 ‘아티스트’ 12만155명, 13년 ‘아르고’ 14만736명, 14년 ‘노예 12년’ 49만8004명.
같은 시기 골든글로브는 (순서는 위와 같음) 05년 ‘에비에이터’ 71만5763명, 06년 ‘브로크백 마운틴’ 34만1242명, 07년 ‘바벨’ 22만9144명, 08년 ‘어톤먼트’ 20만9673명, 09년 ‘슬럼독 밀리어네어’ 112만5032명, 10년 ‘아바타’ 1362만4328명, 11년 ‘소셜 네트워크’ 51만7286명, 12년 ‘디센던트’ 5만3103명, 13년 ‘아르고’ 14만736명, 14년 ‘노예 12년’ 49만8004명을 기록했다.
10년 간 아카데미 시상식과 골든글로브 작품상을 수상한 총 17개(중복 제외)의 영화들 중 국내에서 100만 관객을 넘긴 영화는 ‘아바타’와 ‘슬럼독 밀리어네어’ 두 작품에 불과하다. 심지어 관객 10만 명 미만인 작품까지 있었다.
영화평론가들은 아카데미 시상식과 골든글로브의 작품상 수상작들이 국내에서 흥행하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품성’을 꼽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소리지만 최근 들어 이 시상식에서 이전보다 더 작품성을 중심으로 수상작을 선정하기 때문에 국내 관객들에게 낯선 느낌으로 다가온다는 평이 대부분이다. 이는 상업 영화에 길들여진 국내 관객들의 영화 편식 현상의 문제로도 바라볼 수 있다.
한 외국 영화 수입사 관계자는 “사실 수상작 수입을 하는 것에 있어서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워낙 작품성을 중시하는 시상식이기 때문에 상업적인 부분들에서 보장이 되질 않는다. 때문에 광고를 기획하거나 스크린을 잡는 것도 여의치 않다”면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같은 외화는 물론이고 국내 관객들이 작품성 있는 외화들로 시선을 넓혀야 국내 영화 시장이 더욱더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는 ‘버드맨’의 흥행 성적은 관계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버드맨’은 슈퍼 히어로 버드맨으로 톱스타의 인기를 누렸던 할리우드 배우가 예전의 꿈과 명성을 되찾기 위해 브로드웨이에 도전하는 공감 가능한 이야기를 담았다. 뿐만 아니라 주인공 마이클 키튼의 연기력, 최고의 제작진까지 의기투합한 것으로 알려져 아카데미 영화제의 국내 개봉작들의 연이은 흥행 실패의 기록을 깰 수 있을지 관심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