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기억해, 2015년 1월 7일 오후 10시 정각. 내가 너에게 반한시간”
MBC 수목드라마 ‘킬미, 힐미’ 1회에서 신세기(지성 분)가 리진(황정음 분)에게 한 말은, 이후 시청자들에게 예언이 되고 말았다. 그의 말처럼 시청자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킬미, 힐미’와 사랑에 빠졌으니 말이다.
다중인격장애를 소재로, 일곱 개의 인격을 가진 재벌 3세와 그의 비밀주치의가 된 레지던트 1년 차 여의사의 버라이어티한 로맨스를 그린 힐링 로맨틱코미디 드라마 ‘킬미, 힐미’가 13일을 끝으로 모든 이야기를 마무리 했다.
앞서 페리박 인격의 소멸을 시작으로 도현(지성 분)의 남은 인격들은 하나 둘 씩 안녕을 고한다. 각 인물들마다 개성이 강했던 만큼 이별은 긴 여운이 남았다. 7인의 인격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17살 여고생 요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짝사랑 상대인 리온(박서준 분)에게 진한 뽀뽀를 남기며 존재감을 알리며 마지막 순간까지 웃음을 전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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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쌍둥이 인격이자 자살지망자였던 요섭은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라는 시의 한 구절을 읊은 뒤 사라지면서 긴 여운을 남겼다. 요섭에 마지막으로 읊었던 시는 남진우 시인의 ‘로트레아몽백작의 방황과 좌절에 관한 일곱 개의 노트 혹은 절망 연습’의 한 구절로, 도현이 자살을 시도하면서 생긴 인격인 요섭이 이를 읊으면서 도현의 마음 속 상처가 치유됐음을 알린 것이다.
리진이 ‘차도현’일 시절을 형상화 한 나나는 밝고 건강하게 자란 리진과 마주하면서 사라질 수 있었다. 나나는 도현의 마음 속 상처의 조각이자, 리진 역시 치유해야 할 어린시절 상처의 흔적이었다. 리진과 마주하면서 도현의 인격과 융화를 선택한 리진은 나나의 아빠이자, 리진이 만들어낸 아버지의 이미지인 미스터X와 길을 떠나게 됐다.
마지막까지 존재가 밝혀지지 않아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제7의 인격 미스터X는 어린 도현과 리진의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진 나나의 아버지이자, 모든 인격 융합에 키워드였다. 도현에게 두려워했던 상자 속 두려움과 상처는 사실 아무것도 아니며, 이를 피하기보다는 맞서라는 조언을 남기며 조용히 사라졌다. 미스터 엑스까지 사라지면서 도현의 인격융합 치료가 막바지에 이르렀음 알렸다.
마지막은 처음을 장식했던 신세기였다. 도현의 인격 중 가장 먼저 생긴 신세기는 도현이 봉인해 버린 기억을 품고 살아가면서 가장 아픈 상처를 가진 인물이기도 했다. 아버지의 학대로부터 리진을 구하기 위해 저택에 불을 지르면서 탄생한 인격인 만큼, 아버지 준표(안내상 분)을 향해 가장 큰 분노를 가진 인격이기도 했다.
긴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준표가 리진에게 사과하는 모습을 본 신세기는 아버지의 목을 조르면서 마지막까지 그를 향한 분노를 표하며 긴장감을 높였다. 이후 리진과 함께 인적 드문 호숫가로 떠난 신세기는 자신을 인격이 아닌 사람으로 봐준 리진의 따뜻한 진심과 자신이 사랑했던 달콤한 키스에 떠날 결심을 하게 된다. 떠나기 직전 도현과 마주한 신세기는 “나는 너고, 너는 나지. 그러니까 폼 나게 살아”라는 진심을 남긴 채 사라진다.
모든 인격이 하나로 녹아들면서 과거의 상처로부터 치료된 도현과 리진은 리진의 가족들과 함께 생활을 하면서 사랑을 키워나간다. 처음 시작부터 학대에 대한 아픔이 있었고, 7개의 인격들로 인해 도현과 리진의 사랑을 이루기란 쉽지 않았지만, 각종 위기를 극복한 만큼 이들의 사랑은 더욱 눈부셨다.
도현과 리진의 치료가 끝이 나면서 ‘킬미, 힐미’는 모든 이야기를 정리하게 됐다. 국내 안방극장에서 생소한 다중인격 소재를 다룬 ‘킬미, 힐미’는 처음 성공에 대한 확신보다는 여러 난관과 도전의 요소가 더 많았던 드라마였다. 제일 먼저 다중인격을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는 배우를 필요로 했으며, 두 번째는 자칫 지나치게 우울하거나 가벼운 이미지로 갈 수 있는 다중인격의 캐릭터를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살 수 있도록 표현하는 것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를 증명하듯 ‘킬미, 힐미’는 방송 전까지, 많은 배우들이 캐스팅을 고사하면서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몸살을 앓기도 했다. 하지만 방송이 시작되자 앞선 논란들을 비웃듯 안방극장은 ‘킬미, 힐미’에 열광했고, 7인격 마다 모두 팬덤이 형성될 정도로 방송된 약 2개월가량의 시간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다.
다중인격 차도현 역을 소화한 지성을 비롯해 오랜만에 발랄함으로 돌아온 오리진 역의 황정음, 그리고 이들과 삼각관계를 이루는 동시에 웃음을 선사했던 오리온을 비롯해 각 배우들의 합은 매우 뛰어났으며, 이는 드라마의 몰입도를 높이는데 한 몫했다. 무엇보다 ‘해를 품은 달’을 통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진수완 작가의 극본은 빈틈없이 탄탄했으며, 여기에 김진만 감독의 유려한 연출의 맛까지 더해지면서 그야말로 로맨틱, 코미디, 스릴러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 같은 ‘요물드라마’를 만들어냈다.
‘킬미, 힐미’가 막을 내리면서 다중인격 남자의 매력에 푹 빠져든 시청자들은 마지막까지 보내기 아쉽다며 깊은 후유증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킬미, 힐미’의 후속으로 배우 김희선, 김유정, 지현우 등이 출연하는 ‘앵그리맘’이 방송된다. 오는 18일 오후 10시 첫 방송된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