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앞서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로부터 세 번의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아 사실상 극장 개봉이 불투명했던 영화 ‘미조’. 지적받은 장면이 블러 처리됐거나 아예 편집된 채 먼 길을 돌고 또 돌아 간신히 극장 개봉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미 ‘미조’를 기다리다 관객들은 지쳐버렸고, 영화를 연출한 감독도 제작한 제작사도 연기한 배우도 모두 지쳐버렸다. 그 놈의 등급 때문에.
등급의 제한만 없었더라면 ‘미조’에 관심이 쏠렸을 때 관객을 불러일으켜 꽤 괜찮은 흥행 스코어를 기록했을지도 모른다. 관객 수보다 더 집중해야 될 건,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다른 나라에선 환영받으며 각종 영화제에 초청되거나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러나 정작 ‘미조’를 제작한 한국에선 철저하게 무시된 채 천대 취급을 받았으니 이보다 더 부끄럽고 안타까운 일은 없을 것이다. 특히 영화제에 초청되거나 수상의 영예를 안은 건 수정판이 아닌 ‘무삭제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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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포스터 |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도 무삭제판 ‘미조’가 그대로 영화제에 초청돼 관객을 만났다. 당시엔 됐고 극장 개봉에선 지적받는 다는 게 아이러니하며, 관객들과 영화관계자들을 설득하기에도 역부족이다.
정지욱 평론가는 MBN스타에 “국내에서 여러 번의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고 많은 수정 끝에 개봉했던 ‘미조’는 제26회 유바리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무삭제판 버전으로 상을 받은 것이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 세계적인 시각에서 영화를 보는 이들과 우리나라 영등위가 다르게 평가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 같다”며 “‘미조’처럼 청소년이 볼 수 없음에도 완성도 높은 작품이 있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영등위에서 등급을 매기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미조’를 향한 국내와 해외의 엇갈린 시선에 대한 의견을 전했다.
‘미조’를 연출한 남기웅 감독 역시 MBN스타에 “블러 처리가 되고나 삭체 처리가 된 채 개봉한 ‘미조’를 보면서 나뿐만 아니라 같이 고생한 배우와 제작진, 제작사 모두 안타깝게 생각한다. 사회 전반적으로 너무 경직되어 있고 보수화되어 있는 듯하다. 이런 딱딱한 분위기에서 영화의 메시지가 제대로 표현될지 모르겠다”며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만 중요시 할 게 아니라 이를 통해 다른 메시지를 봐야한다. 그러나 이를 보지 못하고 오직 겉모습으로만 보고 재단하는 게 두렵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누구나 그들이 보기 좋은, 그들의 시각에서 허용된 것들만 영화화 할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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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스틸 |
‘미조’외에도 포스터부터 영등위의 지적을 받아 사상 초유 블러 처리된 포스터로 대중을 만난 ‘님포매니악’도 국내에선 많은 제한을 받았지만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미드나잇 패션 부문에 초청돼 아시아 최초 무삭제판으로 관객을 만났다. 오직 한국에서만 블러 처리 된 포스터로 관객과 인사한 ‘트라이브’ 역시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SNS에 “깜짝 놀랄 만큼 아름답고, 영화에 딱 맞는 포스터를 만든 디자이너들을 축하하고 싶다”는 코멘트와 함께 소개됐다. 이는 블러 처리된 포스터에 대한 극찬이다. 그럼에도 블러 처리된 포스터는 극장에선 볼 수 없고 온라인 상에서만 공개됐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