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리뷰] ‘장수상회’…나이 많아도 사랑은 안 변해요

매우 평범한 이야기만으로도 관객들을 웃기고 울린다. 때문에 반전을 예고하는 복선이 등장함에도 눈치 챌 겨를이 없다.

[MBN스타 여수정 기자] “내 이름은 김성칠이오”라는 통성명이 이렇게나 슬픈지 영화 ‘장수상회’를 보기 전까지 미처 알지 못할 것이다. 결말을 예상케 하는 다양한 복선이 극 중간 중간 들어남에도 성칠(박근형 분)과 금님(윤여정 분)의 이야기와 주변 사람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 덕분에 눈치 챌 수 없다. 때문에 결말이 주는 반전은 상상 그 이상이다.

‘장수상회’는 ‘은행나무 침대’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마이웨이’ 등을 연출한 영화감독 강제규의 신작이다. 주로 액션과 스릴러 등으로 관객을 만났던 강제규 감독이 전하는 평범한 가족이야기이기에 신선했다. 거기에 배우 박근형과 윤여정, 조진웅, 한지민, 황우슬혜, 찬열, 문가영 등 신, 구 배우의 조합이 일찌감치 영화에 대한 기대치를 높였다.

↑ 사진=포스터

높아진 관객의 기대치는 중년배우의 흠잡을 데 없는 연기력과 섬세한 연출력으로 만족을 이끌어냈다. ‘장수상회’는 줄곧 노년층의 로맨스를 중심으로 홍보되어왔다. 그래서 누구나 박근형과 윤여정은 뒤늦게 불붙은 사랑을 예고할 수 있다. 결말도 대충 어림짐작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반전, 어쩌면 반전 아닌 반전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어 멍 때리게 만들다가도 ‘폭풍오열’을 하게 만든다. 또한 뒤늦게나마 “아~”라고 내뱉게 만들며 지나간 장면을 되짚어보게 돕는다.

‘꽃보다 할배’ 시리즈 덕분에 친숙한 이미지를 얻은 박근형은 ‘장수상회’에서 까칠한 할아버지 성칠로 더욱 친근해졌다. 호감이 있는 금님을 위해 토끼귀 머리띠까지 착용하며 ‘귀요미’로 변신해 웃음까지 선사한다. 도도한 이미지가 강한 윤여정 역시 이번작품으로 평범한 할머니이자 어머니로 관객과 가까워졌다.

조진웅과 한지민, 황우슬혜도 각자 맡은 배역만큼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모자라지도 부족하지도 않다. 문가영과 찬열도 제몫을 해낸다. 단 두 사람의 분량은 생각보다 적어 연기를 잘했는지, 못했는지 판단할 수도 없이 빠르게 지나간다.

배우들의 연기력이 뒷받침된 가운데 평범하면서도 공감 가능한 이야기와 여운을 남기는 대사들이 헌데 어우러져 웃고 울고를 반복케 한다. 노년층의 로맨스에 보는 관객들이 두근거리며 결국 젊든, 나이가 들었든 사랑 그 놈 때문에 울고 웃는구나 느끼게 된다.

단연 노년층의 로맨스만을 기대하고 간 관객들은 반전 결말에 ‘속았구나’ 뇌리를 치게 될 것이다. 때문에 큰 틀은 노년층의 로맨스이지만 그 안에는 가족애와 우정, 사랑 등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전정보를 알고 간다면 더 빠져들 수 있다. 오는 9일 개봉.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