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저는 전하와 다른 임금이 될 것입니다. 이제 이 나라의 왕은 접니다. 아버지”
광해군으로 변신한 배우 차승원의 모습에는 예능 속 ‘차줌마’는 찾아볼 수 없었다. 5년 만에 다시 도전한 사극 장르에도 차승원은 특유의 카리스마를 발산, ‘차승원표 광해’를 완성시키며 안방극장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13일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화정’은 자신을 미워하는 아버지 선조(박영규 분)의 핍박과 적통인 영창대군에게 붙는 조정신료들, 언제 폐위될지 모른다는 불안함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는 광해군(차승원 분)의 모습을 그렸다.
임진왜란이라는 위기 속 급박하게 세자책봉을 받았던 광해는 궁을 버리고 도망친 선조를 대신해 목숨을 걸고 싸우며 나라를 지켰던 왕자다. 왕이 백성을 버리고 도망쳤다는 사실로 극히 혼란스러웠던 민심은 광해군의 활약으로 한층 안정됐지만, 전쟁이 끝난 후 광해군에게 돌아온 건 선조의 견제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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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안정 될수록 광해군을 향한 선조의 미움과 질투는 날이 갈수록 커졌고, 이 가운데 선조의 계비 인목대비(신은정 분)가 적자 영창대군을 낳으면서 광혜군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게 된다. 여기에 왕위계승 문제로 시끄럽던 명나라가 광해군을 세자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안팎으로 시달리게 된다.
차승원은 전장에서의 용맹한 영웅 광해군이 아닌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정치 속에서 발톱을 숨기고 때를 기다리는 맹수의 모습을 가진 광해군을 그리며 극의 분위기를 압도해 나갔다.
중반까지 보여주었던 차승원의 모습은 묵묵했다. 선조의 비아냥거림도 그저 듣기만 할 뿐이고, 선조의 노골적인 차별에도 그저 차분하게 대처해 나갔다. 심지어 한참 어린 동생이자 훗날 숙적이 되는 정명공주에게는 상냥하고 장난기 넘치는 오라버니의 모습까지 보이기까지 했다. 몸을 사리는 광해군의 성격을 잘 표현한 장면은 계속되는 모욕 속 불만을 토로하는 친형 임해군(최종환 분)에게 조언하는 장면이었다. 광해군은 자신을 무시하는 왕손들을 보며 “16년 동안 당한 일이다. 버텨온 자리고 전하께서도 그리 쉽게 날 흔들지 못 할 거다. 어제처럼 다시 오늘을 견뎌내면 언젠가 다른 날이 올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을 하며 그의 심경을 대변하기도 했다. 불안하고 초조한 기색을 감추고 대신 의연함을 앞세운 차승원의 광해군은 그 속에서도 날카로움을 잃지 않았다.
차승원이 극 중반까지 감정을 절제했다면 후반부는 그동안 쌓아왔던 감정들을 폭발시키는 순간이었다. 자신 대신 영창대군을 세자로 책봉하려는 선조에게 따지기 위해 그를 찾아간 광해군은 선조의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눈치 채게 된다. 이에 광해군은 처음으로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면서 선조를 위협해 나갔다.
극중 처음으로 왕위에 대한 야망과 복수심을 분출하면서 긴장감을 극으로 끌어올렸다. 광해군을 표현한 차승원의 눈 빛속는 뜨거운 불꽃이 있었고, 아버지이자 그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선조의 죽음에 대해 복잡하고도 미묘한 감정을 그리며 그동안 쌓아놓았던 연기실력을 분출했다.
차승원이 연기한 광해군은 앞선 드라마 속 광해군과는 확실히 달라보였다. 앞서 드라마가 아닌 예능에서의 활약했던 차승원이지만 예능에서 보여주었던 가벼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 차승원의 이번 사극연기는 2010년 개봉한 영화 ‘구르믈 버선난 달처럼’ 이후 5년 만이며, 드라마에서 사극 도전은 ‘화정’이 처음이다. 오랜만에 하는 사극연기가 어색할 법도 하지만, 차승원은 미묘한 눈빛변화를 통해 광해군이 가지고 있는 긴장감을 극적으로 표현하면서 앞으로 그가 보여줄 광해군의 매력을 기대케 했다.
한편 17세기 혼돈의 조선시대, 정치판의 여러 군상들을 통해 권력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질투를 조명하는 드라마 ‘화정’은 매주 월, 화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