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SBS 주말드라마 ‘내 마음 반짝반짝’(이하 ‘내반반’)은 논란 투성이였지만 그럼에도 짚고 넘어갈 부분은 있었다. 37살에도 여고생 천은비 역을 천연덕스럽게 소화해낸 배우 하재숙이다. 이태임 하차·저조한 시청률 등 드라마는 허점 투성이었지만 하재숙의 신스틸러 행보는 여전했다.
하재숙은 최근 MBN스타와 인터뷰에서 ‘내반반’ 촬영 비하인드부터 신스틸러로서 연기 생활까지 소탈하게 털어놨다. 시청률 논란으로 꽤 속상해 보였지만 씩씩하고 당찬 에너지는 꺾이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시청률 크게 신경 쓰지 않으면서 잘 살아왔어요. 그게 제 힘으로 되는 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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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승진 기자 |
다작을 경험한 덕분인지 굉장히 여유로웠다. SBS ‘잘 키운 딸하나’ ‘미녀의 탄생’에 이어 ‘내반반’까지 연이어 세 작품을 하면 지칠 법도 한데 오히려 생기가 돌았다.
“2012년에 케이블방송 tvN ‘노란 복수초’란 드라마를 끝내고 1년 반 가량을 쉬었어요. 근데 아무 곳에서도 절 찾이 않더라고요. 이전에 나왔던 SBS ‘보스를 지켜라’ MBC ‘파스타’ 등이 정말 잘 돼서 케이블만 틀면 재방송을 했었거든요. 사람들은 제가 다 일하는 줄 알았나봐요. 그때 엄청 나락으로 떨어졌던 것 같아요. ‘이렇게 일이 안 들어올 수도 있나’ 싶었죠. 뻔한 얘기긴 하지만 그렇게 바닥을 쳐보니 올라올 수 있더라고요. 그때부터 성격도 많이 바뀌고 가치관도 달라졌죠.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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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SBS 방송 캡처 |
마음을 내려놓은 탓일까? 서른 중반에 도전한 여고생 역이었지만 위화감이 전혀 없었다.
“여고생 연기는 ‘미녀의 탄생’ 속 아줌마 사금란 이후 바로 도전한 것이라 고민이 컸어요. 아줌마 이미지와 달라야 한다는 부담감이었죠. ‘어떻게 다르게 하지’라고 걱정했는데 오히려 그게 문제였더라고요. 작품 그대로 집중하는 게 관건인데 차별화에 목표를 뒀으니까요. 그냥 ‘난 고등학생이다’라고 믿어버리니 대본이 입에 딱딱 붙던데요? 남보라와 호흡도 정말 잘 맞았고요!”
교복 입는 것에 낯선 느낌은 없었을까.
“2011년 ‘보스를 지켜라’에서 처음 교복을 입었는데 그땐 ‘마지막 교복’일 줄 알았어요. 그리고 몇 년 만에 입은 건데 왠지 부끄럽더라고요. ‘내반반’ 촬영이 마침 제 고향 대구에서 했거든요. 잘 알던 학교 교복을 입었는데 굉장히 짧고 타이트해서 당황했죠. 남의 옷 입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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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승진 기자 |
도전을 주저하지 않는 연기파 배우지만 늘 ‘주인공 친구’ ‘주인공 언니’ 등 주변 인물만 맡는 것에 갈증은 없을지 조심스레 물었다. 그러자 ‘연기하면서 주인공 안 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는 시원한 대답이 돌아왔다.
“지금보다 어릴 땐 욕심도 많이 냈죠. 그리고 지금도 그런 갈증 당연히 들고요. 하지만 이젠 제가 하는 역이 빛날 수 있다는 생각도 해요. 예전보다 조금 철이 든 거겠죠? 하하. 천은비는 이순정(남보라 분)을 돋보이게 하고, 사금란도 한예슬이 연기한 사라를 돋보이게 하지만, 뒤에서 제가 빛났기 때문에 그들도 도드라진 거 아닐까요? 전 그런 점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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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승진 기자 |
뭐든지 유쾌했다. 대답도, 표정도 진짜가 아닌 게 없었다. 무심코 ‘행복하냐’는 질문을 던지자 주저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네. 정말 정말 ‘예스’에요. 지금 전 제게 만족하는 법을 알고 있거든요. 늘 행복할 순 없죠. 가끔 우울해지기도 하지만 그래야 이틀 뒤에 놀러가면 더 행복해지는 것 아닌가요? ‘난 왜 이 모양일까’로 절대 괴롭히지 않죠. 물론 지금보다 더 잘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지만 ‘오늘이 참 좋다’고 늘 느끼거든요. 왜냐고요? 앞으로 또 기대가 생기니까요.”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