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사전제작 드라마가 방송가에서 다시 한 번 부흥을 꿈꾸고 있다.
지난 3월23일 열린 OCN ‘실종느와르M’ 제작발표회에서는 ‘사전제작 시스템’이 단연 화두였다. 이번 드라마는 ‘반(半)사전제작 드라마’라는 타이틀로 제작됐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1차 홍보 때부터 사전제작 시스템을 전면에 내세웠다. 즉, 홍보에 이용할 만큼 이제 대중에게는 사전제작 드라마가 ‘완성도 높은 드라마’로 인식됐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전제작 시스템은 방송가가 주목하는 또 하나의 제작시스템이 됐다. 하지만 사전제작 시스템이 최근에 시도된 새로운 것은 아니다. 많은 폐인을 양산했던 MBC 드라마 ‘다모’가 반(半)사전제작 드라마라는 점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 이후에도 많은 드라마가 사전제작 시스템에 도전했다.
↑ 사진=다모 포스터 |
‘다모’는 절반 정도의 촬영 후 방영을 시작하며 반 사전제작 시스템을 도입했다면, 진정한 대한민국 ‘1호 사전제작 드라마’는 2006년 1월 방영된 MBC 드라마 ‘내 인생의 스페셜’이다. 당시 MBC에서는 엄태웅, 에릭, 한지민 주연의 ‘늑대’가 방영 중이었지만 쵤영중 에릭과 한지민이 부상을 입어 촬영이 전면 중단되는 사태를 겪었다. 이 때에 이미 제작을 끝냈으나 방송사를 잡지 못했던 ‘내 인생의 스페셜’이 편성된 것이다. 본래 12부작이었던 작품을 ‘늑대’의 편성에 맞게 8부작으로 줄여 편집해야 했기에 인물 관계가 다소 이해하기 힘든 점만 제외하면 ‘내 인생의 스페셜’은 꽤 호평을 받았다.
2008년 SBS ‘비천무’ 또한 100% 사전제작된 드라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방영 4년 전인 2004년에 완성된 드라마다. 당시 사전제작, 중국 올로케이션 촬영 등 다양한 실험이 집약됐던 ‘비천무’는 저작권 부분에서도 파격적인 조건이 걸려 쉽사리 방송사를 구하지 못했다. 그러다 4년 만에 겨우 세상 밖으로 나왔지만 4년이라는 온도차는 극복하기 힘들었다. 결국 8%라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퇴장해야 했다.
2008년 허영만 화백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SBS 드라마 ‘사랑해’는 100% 사전제작 시스템으로 진행됐으나 16회 방영 내내 시청률 한 자릿수에 머무르며 참패를 맞았다. 같은 해 SBS에서 선보인 4부작 ‘도쿄 여우비’도 사전제작 드라마였다. 한일 합작 작품이며 일본 도쿄를 배경으로 하는 장면들이 많아 이 드라마는 사전제작 시스템이 필수였다. 드라마 자체도 나름의 화제를 낳으며 종영했다. 당초 2008년 9월 방영키로 했던 SBS ‘비밀의 화원’은 100% 사전제작을 목표로 했지만 촬영 속도가 늦어지는 바람에 이를 포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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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비천무 캡처 |
2009년 MBC ‘2009외인구단’은 20회차 모두 사전제작을 목표로 일치감치 촬영에 들어갔으나 18회 촬영 후 갑작스럽게 16회 조기 종영하는 사태를 빚기도 했다. 러브라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유야무야 스토리가 끝이 났고 시청자들의 항의는 거셌다. 제작사와 방송사의 입장 차가 조율되지 않은 시점에서 진행된 사전제작 시스템이 오히려 독이 된 사례가 된 것이다.
2010년 MBC ‘로드넘버원’ 또한 참패한 사전제작 드라마로 남았다. 130억 원을 들인 대작에 소지섭, 김하늘, 최민수 등 당대 최고의 톱스타들이 주연으로 등장한 ‘로드넘버원’은 기대와는 달리 5%의 시청률에 머무르다 종영을 맞았다. 2011년 SBS ‘파라다이스 목장’도 100% 사전제작된 드라마였지만 역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사전제작 드라마가 ‘비천무’부터 줄줄이 참패를 피하지 못하자 방송가에서는 사전제작 시스템이 아직은 정착하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렸고 사전제작 시스템은 그렇게 방송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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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괜찮아 사랑이야 포스터 |
그런 사전제작 시스템에 다시금 부활을 알린 것은 반(半) 사전제작 시스템을 내세운 2014년 SBS ‘괜찮아 사랑이야’와 OCN ‘나쁜 녀석들’이다. 두 드라마 모두 정교한 스토리 전개와 디테일이 눈에 띄는 장면 연출로 큰 호평을 받았다. 시청률 면에서도 ‘나쁜 녀석들’은 OCN 역대 시청률인 4.3%를 기록했다. 케이블 방송사에서 기록한 시청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꽤나 선전한 셈이다.
‘괜찮아 사랑이야’와 ‘나쁜 녀석들’은 대중에게 사전제작 시스템의 인상을 뒤바꾸는 데 큰 공을 세웠다. ‘무모한 도전’으로 보였던 사전제작 시스템이 어느 순간 ‘높은 퀄리티를 가져오는 혁신적 시스템’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OCN의 또 다른 장르드라마 ‘실종느와르 M’이 반 사전제작 시스템을 도입했고, KBS2 ‘태양의 후예’와 SBS ‘사임당’도 100% 사전제작 드라마를 선언하고 나섰다.
이처럼 사전제작 시스템이 한국 방송 역사에서 여러 차례 실험을 거쳐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사전제작 시스템의 매력을 십분 살린 드라마가 올해와 내년에 걸쳐 쏟아져 나올 것으로 기대돼 많은 시청자의 기대감을 자아내고 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