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정예인 기자] MBC의 간판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2006년 5월 처음 시청자들과 만난 이후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무한도전’(이하 ‘무도’)은 사회적 이슈를 불러 일으키고, 새로운 트렌드를 구축하면서, 수많은 ‘무도빠’(무도팬)을 양성했다.
그들이 걸어온 10년이라는 발자취를 중에서 의미 깊었던, 혹은 가장 ‘무도’다웠던 에피소드 다섯 가지를 훑어본다.
◇ 임기응변의 좋은 예…‘비 특집’
2007년 6월. ‘무한도전’은 야심차게 모내기 특집을 준비했지만 갑작스럽게 내린 비로 인해 ‘비 특집’이라는 새로운 특집을 기획했다. 이는 맨땅에 헤딩한다는 ‘무한도전’의 콘셉트를 가장 잘 보여주는 특집이었다.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억수같이 퍼붓는 비와 비에 젖어 축축해진 논두렁을 재빠르게 웃음을 줄 수 있는 요소로 치환시켰고, 그런 임기응변은 역대급 웃음 폭탄을 투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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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무한도전 캡처 |
노홍철의 몸개그, 박명수의 민머리, 정준하의 고꾸라짐이 시청자에게 신선한 웃음을 선사했다. 큰 재미 뒤에는 ‘무한도전’ 멤버들과 스태프들의 고군분투가 숨어있다. 이날 촬영으로 카메라 2대, 조명장비 2대, 오디오 장비 1대가 파손됐고 멤버들은 감기에 걸렸다.
◇ 추격전의 시초…‘돈가방을 갖고 튀어라’
‘무도’식 추격전의 시발점이라고 알려진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 특집은 ‘그 녀석’ 노홍철과 ‘악마’ 박명수의 다시 볼 수 없는 ‘빅매치’를 성사시키며 ‘빅재미’를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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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무한도전 캡처 |
2011년 여름 성사된 악마들의 추격전은 숨 막힐 듯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300만 원의 상금이 걸린 만큼 멤버들 간의 ‘속고속이기’ 전쟁은 끝날 줄 몰랐다. 처음에는 박명수가 상금을 모두 가로채는 듯싶더니 곧 노홍철의 역전이 시작됐고, 거기다 처음 해보는 추격전에 적응하지 못하는 유재석, 정형돈, 정준하의 어수룩한 모습은 시청자들의 배꼽을 잡게 했다.
◇ 길었지만 그만큼 값졌던 ‘레슬링 특집’
‘프로레슬링 특집’은 무려 10주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였다. 곳곳에서는 ‘너무 긴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그만큼 '무한도전'에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가득 담긴 에피소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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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무한도전 캡처 |
이 특집은 2010년 7월 ‘무한도전’ 멤버들이 프로레슬링에 도전한다는 프로젝트를 발표한 이후 체리필터 손스타에게 격투기 레슨을 받는 등 본격적인 레슬링 무대를 준비했다. 겁 많은 멤버들이 높은 곳에서 떨어지고 서로 몸을 부딪치며 두려움을 극복했고, 그 노력 덕분에 프로레슬링 경기는 성황리에 끝맺었다. 거기다 서로를 믿고 의지해야만 다치지 않을 수 있는 프로레슬링이라는 스포츠의 특징 덕분에 ‘무한도전’ 멤버들의 우애를 다시금 되새김질 했다.
◇ 미생의 설움 그린 ‘무한상사’
2011년 5월21일. ‘무한상사’에 다니는 미생들의 이야기가 첫 선을 보였다. 권위적인 상사인 유재석 부장 아래에 차장 박명수, 만년 과장 정준하, 대리 정형돈, 사원 노홍철, 하동훈, 3년째 인턴 길성준이 한 팀이 돼 업무를 수행한다. 여전히 무슨 업무를 하는 회사인지는 정확히 밝혀진 바 없지만, 그 속에 담긴 모습만큼은 현실 속 미생 모습을 빼다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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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무한도전 캡처 |
‘무한상사’는 2011년 5월 야유회 특집을 거쳐, 같은 해 10월8일 오피스 특집에서는 상사 한 마디에 없던 프로젝트도 만들어 내야 하는 사무직 회사원들의 풍경을 그렸고, 2012년 1월14일 신년을 맞아 상사네 집으로 쫓아가서 아부해야만 하는 직장인의 안타까운 모습을 담아냈다. 또 2013년 4월27일에는 만년 과장 정준하가 ‘진격의 정과장’으로 변신, 자신을 무시하는 동료 직원들을 혼쭐냈고, 같은 해 6월2일에는 무한상사 뮤지컬 특집 편이 재미와 감동을 모두 선사했다.
‘무한도전’이 다른 예능과 가장 차별되는 부분은 단연 ‘콩트’다. 최근에 들어서는 장기 프로젝트를 많이 하는 탓에 많이 방송되지 않지만, ‘무도빠’가 기억하는 가장 ‘무도’다운 모습은 편안하면서도 세련된 방식으로 사회를 풍자하는 ‘무도’식 콩트다.
◇ 90년대 음악의 부활…‘토토가’ 신드롬
2014년 12월. 저조한 시청률로 주춤했던 ‘무한도전’의 위기를 기회로 바꾼 특집이 등장한다.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가 그것. 박명수, 정준하가 기획한 이 특집은 초반에 재미를 선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다른 멤버들의 우려와 달리 큰 반향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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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무한도전 캡처 |
김현정, 터보, 김건모, 지누션 등 90년대 가수들을 한 곳에 모아 무대를 꾸며 추억을 선사하겠다는 콘셉트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IMF가 오기 전 경제적으로 가장 풍족했던 시기인 동시에 문화적으로 대성했던 90년대의 기억을 되살린 것이다. 2014년 12월27일 방송된 ‘토토가’는 2013년 이후 최고 시청률인 19.8%를 기록하며 한 해의 대미를 장식했다.
정예인 기자 yein6120@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