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최준용 기자] 지난 2012년 ‘은교’를 통해 관능의 10대 소녀로 충무로에 데뷔한 후, 2014년 ‘몬스터’에서 동생을 죽인 살인범을 추격하는 미친 여자까지 눈부신 성장세를 보이는 배우 김고은. 그녀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단발머리도 싹둑 자른 채 남자들보다 더한 비정한 세계를 살아가는 캐릭터로 분했다. 여성으로서 민감할 수 있는 파격적인 헤어스타일 변신을 시도한 김고은의 생각은 어떨까? “생각해보니 ‘은교’로 데뷔한 후 헤어스타일을 내 생각대로 바꾼 적이 없는 것 같네요. 작품이 끝날 때 마다 머리를 기르고 있다가 작품에 맞춰 변신하죠. 이번에도 감독님과 충분히 상의해서 나오게 된 머리 스타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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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장인엔터테인먼트 제공 |
한준희 감독의 신작 ‘차이나타운’속 차이나타운은 오직 쓸모 있는 자만이 살아남는 곳으로 표현됐다. 영화는 지하철 10번 보관함에 버려져 이름이 일영이 된 한 아이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 아이는 차이나타운으로 팔려가 ‘엄마’(김혜수 분)라 불리는 여자와 식구가 된다. 일영은 자신을 받아준 그곳에서 쓸모 있는 사람으로 남기 위해 악착같이 살아간다. 김고은에게 있어 쓸모 있는 삶은 무엇일까? “제가 이렇게 살아 있는 게 쓸모 있다고 느껴요. 전 딱 질문을 들었을 때 부모님이 떠올랐죠. 세상은 혼자 살아갈 수 없어요. 사람은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고 살면, 쉽게 무너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생각해보면, 영화 속 일영의 삶은 외로움의 연속이었다. 세상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한 아이. 식구라 불리는 사람들이 곁에 있지만, 일영의 애정결핍은 채워주지 못했다. 이런 일영에게 태어나 처음으로 자신에게 따뜻한 관심을 보여준 사람이 나타난다. 그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알게되고 마음이 흔들린다. 박보검과의 영화 속 러브라인은 그에게 있어 어떤 의미일까? “저는 일영과 석현(박보검 분)의 감정을 멜로로 보지 않아요. 사랑보단 새로운 세상에 대한 감정으로 보는 게 맞는 듯 해요. 그래서 연기할 때도 ‘남녀 간의 단순한 감정으로 비춰지지 않았으면’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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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장인엔터테인먼트 제공 |
한준희 감독은 김고은을 캐스팅한 이유로 “일영은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김고은을 염두 해 두고 썼다. 김혜수와 한 화면에 섰을 때 결코 떨어지지 않는 에너지와 강단이 있는 배우로 적격이었다”고 말했다. 김고은은 이런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듯 일영이란 캐릭터에 몰입했다. 그는 매 장면 감정선을 유지하기 위해 한준희 감독과 끊임없이 이야기 하며 일영에게 깊이 파고들었다. “한준희 감독님은 디테일하고 섬세하세요. 항상 놀랐던 건 막내 스태프의 의견까지 다 수렴하시고, 자신이 얘기해놓고 그냥 넘어간 적이 없으세요. 토론하기 좋은 분이죠. 자신의 주장만 앞세우시지 않고, 상대방과 함께 뭔가 상의하면서 만들어가는 과정들이 기억에 남네요.”
일영은 거역할 수 없는 엄마의 명을 수행하며, 자신이 쓸모 있는 존재임을 끊임없이 입증한다. 그녀는 돈이 되는 일은 뭐든 하며 돈을 갚지 않는 채무자에게는 폭력을 행사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실제 앳된 얼굴과 달리 영화 속 김고은의 모습은 거칠며, 감정이 메말라 있다. ‘은교’를 통해선 파격노출을 감행하더니, 두 번째 작품 ‘몬스터’에선 앞뒤 가리지 않는 무모한 액션을 선보인다. “‘고생’을 즐기는 것 아니냐?”란 질문에 그는 “특별히 그런건 아니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액션 스쿨에 가서 무술감독님들에게 잘 맞고, 때리는 법을 배웠어요. 크고 작은 찰과상과 타박상을 입기는 했지만, 전작에서 더 힘든 훈련을 견뎌왔기에 이번 작품은 편안하고 즐겁게 촬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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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장인엔터테인먼트 제공 |
항상 센 역할들만 연기해온 김고은. 그에게 풋풋한 로맨스에 대한 욕심은 없을까? “전 항상 로맨스를 할 만반의 준비가 돼 있어요. 하하. 저에게 운명 같은 작품이 아직 안 들어왔다고 믿고 싶어요. ‘연애의 온도’처럼 현실적인 연애물에 출연하고 싶어요.”
박해일과는 ‘은교’로, 이민기는 ‘몬스터’를 통해 연기 호흡을 맞춘 김고은. 그녀는 이번 작품에서 김혜수와 연기하며 처음으로 남배우가 아닌 여배우와 영화 속 주축을 이뤘다. 까마득한 선배 김혜수에 대한 첫인상과 작업 후 김고은의 생각은 어떨까? “영화 촬영 전에 김혜수 선배님을 생각했을 때 나와는 거리가 먼 사람일 것 같았죠. 대한민국 여성들의 워너비이고, 아무래도 높은 위치에 계신 큰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김혜수 선배님을 보면 막 안기고 싶고,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요. 영화 촬영을 하면서 심적으로 가까워진 것 같아요. 작품 이야기 이외에 개인적 고민도 토로하고요. 선배님이 뭐하시는지 궁금해서 옆에 항상 있었죠.”
최준용 기자 cjy@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