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영화감독 강제규가 메가폰을 잡고 배우 박근형, 윤여정, 조진웅, 한지민, 황우슬혜, 배호근, 문가영, 엑소 찬열 등이 출연한 영화 ‘장수상회’는 지난 4월9일 개봉해 27일, 100만1309명의 누적 관객수를 기록했다.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분노의 질주-더 세븐’ 등 외화의 강세로 한국 영화의 흥행세가 주춤한 상황이기에, ‘장수상회’의 100만 관객 돌파가 반갑다. 더욱이 5월 가정의 달에는 영웅과 악당의 세기 대결보다는 잔잔한 감동과 여운을 주는 가족영화에 더 많은 관객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장수상회’의 5월 흥행 성적이 궁금증을 높인다.
‘장수상회’는 애당초 노년층의 로맨스로 홍보되어왔다. 때문에 누가 봐도 박근형과 윤여정의 황혼 로맨스를 예감케 했고, 두 명품 배우가 보일 멜로에 대한 기대치를 증가시켰다. 조진웅과 한지민, 황우슬혜, 배호근, 문가영, 찬열 등 친근하거나 신선한 얼굴의 등장도 신, 구 배우의 기막힌 조화를 알리기에 제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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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포스터 |
시작은 황혼 로맨스지만 그 안에는 가족의 사랑과 삶, 죽음, 세대 별 사랑 등이 골고루 담겨 누구나 공감가능하다. 특히 관객들은 미래의 김성칠(박근형 분), 임금님(윤여정 분)이기에 두 사람의 감정에 몰입이 빠르고, 마음을 울리는 섬세한 대사들까지 극에 대한 집중도를 높인다.
분명 노년층의 연애담이지만, 20, 30대 관객들까지도 충분히 공감되고 괜스레 ‘심쿵’하게 만들어 놀랍다. 이는 순수하게 배역에 몰입한 배우들과 표정과 대사, 행동 등에 심혈을 기울인 강제규 감독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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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스틸 |
“이름이 뭐요? 나는 김성칠이라고 하오. 별 성에 일곱 칠”
이는 앞집으로 이사 온 꽃집 여인 임금님에게 이름을 묻기 전 먼저 통성명을 하는 김성칠의 대사다. 매우 평범한 통성명이지만 극이 결말에 다다를수록 평범함이 특별함으로 변화돼 얼마나 관객을 들었다놨다하는지 느끼게 된다. 때문에 극장을 나와도 “내 이름은 김성칠이오”가 맴돌 것이며, 얼마나 슬픈 대사였는지 깨닫게 된다.
“부모님이 아주 좋은 이름을 주셨구만”
이는 새침하게 자신의 이름을 밝힌 임금님에게 김성칠이 건네는 말이다. 이 역시 매우 평범한 대사이자 인사치레 같지만, 알고 보면 매우 슬프고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결정적인 힌트를 주는 대사이다.
“난 미디엄”
이는 본격적으로 임금님과 데이트에 나선 김성칠이 사장 장수(조진웅 분)에게 전수받은 레스토랑에서의 팁 중 하나이다. 마치 자주 와본 것처럼 태연하게 주문하는 모습을 바랐지만, 주문을 받는 웨이터에게 이 말을 건네며 당당하게 ‘고기’는 생략한 ‘상남자다움’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특히 할인쿠폰이 있냐는 웨이터의 말에 그런 건 난 필요없어 라고 매우 부드럽게 말하는 듯 고개를 젓는 김성칠의 모습도 엿볼 수 있어 귀엽다.
“예쁩니다. 구두가”
이 역시 임금님과의 로맨틱한 데이트를 위해 사장 장수로부터 전수받은 팁을 내뱉는 김성칠의 대사이다. ‘여자들은 예쁘다는 말을 좋아한다’는 장수의 말에 콧방귀를 뀌었지만, 한껏 차려입은 임금님을 보자마자 이 말을 건네 보는 이들을 ‘심쿵’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내 ‘구두가’라고 부끄러워하며 더욱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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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스틸 |
“우리 지금 너무 행복하지 않아요?”
로맨스에 급물살을 탄 임금님과 김성칠. 데이트에 나선 임금님이 김성칠에게 건네는 말이다. 평범하고 흔한 말이지만 쉽게 느낄 수 없는 소중한 감정이 담긴 대사이다.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만드는 착한 대사이기도 하다.
“김성철씨, 밥 한번 사세요. 꼭이요”
자신에게 실수한 김성칠을 쿨하게 용서하며 오히려 새침하게 건네는 말이다. 작업 멘트이긴 한데, 왠지 모르게 귀엽고 이보다 더 새침할 순 없다.
“비 님이 오시네요”
임금님과 김성칠이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던 비가 내리자, 임금님의 소녀감성이 폭발한 부분이다. 비를 의인화한 감성이 다소 오글거리지만, 시적인 표현이 주는 효과가 더 커 그깟 오글거림 따윈 안중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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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스틸 ` |
“우리 아버지가 그러시대요. 새끼란 건, 자식이란 건 여기 가슴 어딘가에 묵직하게 들어앉은 돌댕이 같은 거라고…”
이는 김성칠에게 장수가 건네는 묵직한 말이다. 자식을 향한 이 세상 모든 부모의 마음을 대변하며 관객들로 하여금 폭풍 오열을 쏟아내게 만드는 부분이다. 대사도 대사지만, 이를 내뱉는 조진웅은 장수 그 자체였고, 눈물을 머금고 내뱉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눈물샘을 붉게 만든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