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영근 기자] “전 사실 까칠한 남자예요. 막 퍼주는 스타일 절대 아닙니다.” 배우 오지호는 자신의 연애 스타일에 대해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4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연애의 맛’ 인터뷰에서 만난 그는 자신의 아내만 바라보는 ‘아내 바라기’였다.
“원래 여자친구에게 선물 같은 것도 잘 안 해줬었어요. 근데 이상하게 아내한테는 선물도 해주고 싶고 맛있는 곳도 데려가고 싶더라고요. 아내를 만나고 많이 변한 것 같아요. 후배들이나 친구들은 절 만나면 ‘적응 안 되게 왜 이러냐’며 나긋나긋해진 제 모습에 진저리를 치기도 했어요. 하하.”
오지호가 ‘연애의 맛’ 출연 제의를 받은 시기는 지난해 4월 아내와 웨딩마치를 울릴 즈음이었다. 애초에는 배우 강예원과 전라의 베드신이 있었지만, 그는 아내를 위해 정중히 거절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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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MBN 스타 DB |
“베드신을 찍으려니 아내가 계속 신경 쓰였어요. 김아론 감독님께 ‘수위를 조금만 낮춰 주면 안 되겠느냐’고 부탁했어요. 결국 감독님께서 베드신 수위를 낮춰주시는 대신 극 중 발기부전을 치료하기 위해 집에서 발가벗는 장면을 집중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그 장면 자세히 보면 여성분들이 정말 싫어할 것 같아요. ‘1박2일’을 보면서 중요 부위에 약을 바르는데 마치 자기위로(?)하는 듯한 모습이 그려졌거든요.”
그는 극 중 빼어난 외모를 소유했지만 발기부전을 겪고 있는 산부인과 전문의 왕성기로 분했다. 오지호는 “발기부전·조루·전립선 이상까지 이 세 가지는 남자들에겐 말도 못 하는 고민인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왕성기라는 캐릭터 자체가 남자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를 껴안고 있었어요”라며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연민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극 중 맹인영(하주희 분)이 섹시한 원피스를 입고 왕성기를 유혹하는 장면이 있어요. 솔직히 그런 매력적인 여성이 유혹하는데 어떤 남자가 거부할 수 있겠어요. 근데 왕성기는 거부할 수 밖에 없었어요. 몸에 이상이 있었기 때문이었죠. 이러한 것을 진지하게 표현하지 않고 코믹적으로 감싸기 위해 많이 노력했어요. 어떻게 보면 저에겐 이러한 상황이 다행인 것 같아요. 영화를 본 아내가 별말 하지 않았거든요”라며 당시를 떠올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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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와우 픽쳐스 |
‘연애의 맛’ 제작 발표회 당시 오지호는 자신의 아내와 장인·장모까지 모두 자리에 앉아 영화를 관람했다고 말했다. 집으로 오는 길에 ‘진땀 좀 흘렸다’던 그는 “정면 왼쪽 상단 세 번째 위에 장인·장모님이 절 지켜보시고 계셨어요. 너무 부끄러웠지만 영화가 끝난 후 ‘재미있었다’고 말해 주시니 마음이 좀 놓이더라고요. 그런데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제가 강예원씨에게 프러포즈를 했거든요. 정작 제 아내한테는 프러포즈도 못 했는데…아내에게 좀 미안했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아내를 위해 결혼 전 프러포즈 준비를 했다고 밝혔다. 배우답게 촬영 도중 모니터를 통해 멋진 프러포즈를 계획했던 오지호는 “대전에서 추가 신이 있다고 거짓말을 해서 아내를 대전까지 데려왔어요. 근데 그날 갑자기 촬영이 취소됐어요. 심지어 다음날까지도 연달아 취소되자 ‘일단 후퇴하자’는 생각으로 서울로 아무 소득 없이 올라왔어요. 그 이후로 바쁜 날이 이어지다가 결국 프러포즈도 못하고 결혼식을 치르게 됐죠”라며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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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MBN 스타 DB |
오지호는 TV나 영화서 프러포즈 장면을 보면 부러워하는 아내의 모습에 미안한 감정이 앞섰다고 한다. 결국 그는 아내를 위해 결혼 1주년이 되던 지난 4월12일, 모든 친구를 다 불러서 식사를 대접했다고 한다.
“카페를 통째로 빌려서 요리사까지 불러 맛있는 음식들을 준비했어요. 썩지 않는 3단 케이크에 무릎 꿇고 있는 남자 인형과 서 있는 신부 인형을 올려놓고 그간 추억이 담긴 사진들을 슬라이드쇼로 보여줬어요. 오글거리는 편지 글귀도 읽어주면서 아내를 감동하게 했죠. 그걸로 아내 마음을 좀 풀어준 것 같아요. 저도 한 시름 놓았습니다.(웃음)”
‘사랑꾼’ 오지호로 변신한 그는 요즘 신혼 생활이 너무 행복하다고 한다. 특히 아내가 약을 챙겨주는 모습에 “결혼하길 잘한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결혼 후에도 연애 당시만큼 아내가 사랑스럽다던 그는 “사랑이란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마음을 의미하는 것 같아요. 우린 그동안 그런 사랑을 계속 해왔던 게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각자 조금씩 형태와 방식이 달랐을 뿐이죠. 이번 영화는 관전 포인트가 없어요. 메시지나 깊은 내용은 없지만 조그마하고 소소한 사랑 이야기를 즐기며 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이 영화는 평범한 우리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을 뿐이니까요.”라며 자신의 바람을 전했다.
박영근 기자 ygpark@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