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영근 기자] “학창시절 말이 없었어요. 제가 한 마디 꺼내려 하면 친구들이 ‘지원이 이야기한다!’고 모두 쳐다봤을 정도예요.”
과거 SBS 사극드라마 ‘여인천하’에서 “뭬야?”를 외치던 강렬한 배우 도지원의 이미지를 상상했다면 단단히 오산이다. 19일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MBN스타와 만난 도지원은 배려심 많고 차분한 배우였다. 그는 과거 SBS 사극드라마 ‘여인천하’에서 경빈 역을 맡아 악녀의 정석을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이날 도지원은 “‘뭬야’는 내 10년간의 족쇠였다”며 그간의 힘들었던 심경을 고백했다.
“제 이미지가 대중에게 인식되기도 전에 ‘여인천하’에서 경빈 역으로 강하게 인식돼 버렸어요. 본래 조용하고 사람들과 부끄러워서 대화도 하지 못하는 성격인데, 많은 사람이 ‘정말 성격이 날카로우냐’며 오해를 많이 하셨죠. 그 때문이었는지 감독님들이 주시는 배역 대부분이 악녀 역할이 많았어요. 이미지를 벗고 싶었어요.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끊임없이 다른 모습의 도지원을 보여드리고자 했어요. 그렇게 경빈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데 10년이 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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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나무엑터스 |
당시 한참 고민에 빠졌던 도지원에게 새로운 기회가 다가왔다. 지난 2010년 방영된 KBS1 드라마 ‘웃어라 동해야’의 안나 레이커 역이었다. 극 중 안나 레이커는 9살 때 큰 태풍으로 순식간에 부모를 여의고 고아가 됐다. 미국으로 입양된 그는 태풍 당시 다친 머리 때문에 정신연령이 9살에서 멈춘 아픔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다.
“안나 레이커를 연기하면서 그 인물에게 배울 점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어요. 안나는 제가 추구하는 인생의 롤 모델이었거든요. 부정적인 것 보다는 긍정적인 면을 더 많이 생각하는 캐릭터였어요. 남에게 좋지 않은 이야기를 했을 때 그 사람이 받을 상처. 그게 나에게도 올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귀 기울여 듣는 점이 참 멋졌어요. 9살의 정신 연령임에도 어느 어른들보다 더 큰 생각을 품고 있었던 것이죠.”
그는 ‘웃어라 동해야’가 ‘여인천하’의 굴레서 벗어나게 만들어 준 ‘터닝 포인트’ 같은 존재라고 했다. 도지원은 ‘웃어라 동해야’ 출연한 이후, 시트콤부터 시작해서 KBS2 드라마 ‘힐러’, ‘착하지 않은 여자들’까지 감성 연기를 펼칠 수 있도록 해준 작품들을 연달아 만났다고 말했다. 도지원은 “안나는 제 연기 인생의 방향을 잡아준 등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참 고마운 캐릭터였고 멋진 작품이었습니다”라며 ‘웃어라 동해야’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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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나무엑터스 |
도지원이 출연한 ‘착않여’는 지난 2월25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후 안방 시청자들을 웃고 울리며 지난 14일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극 중 도지원은 손창민과 달콤한 중년 로멘스부터 가족들로부터 받은 마음의 고통을 표현하면서 드라마의 재미 중 한 요소를 단단히 챙겼다.
“‘착않여’ 대사 중 “뭬야”라는 대사가 있었어요. 순간 그간의 힘들었던 생각들이 뇌리를 스쳐지나갔어요. 밤 새 발성을 연습해도 그 때의 톤이 나오질 않더라구요. 그런데 촬영 당일 오히려 마음 편하게 대사를 던졌어요. 반응이 좋더라구요. 그동안 경빈 도지원이 아닌 배우 도지원의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다양한 캐릭터들로 변신해왔어요. 앞으로 도 계속 변신할겁니다. 어떤 도지원이 탄생할지 기대해주세요.“
박영근 기자 ygpark@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