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살 연상연하 남녀의 ‘케미’에 이토록 설렐 줄 미처 몰랐다. MBC ‘앵그리 맘’ 속 강자와 복동 커플 이야기다.
극중 조강자(김희선)는 학교폭력을 당하는 딸 오아란(김유정)을 위해 교복을 입고 고등학생으로 변신, 명성고에 잠입했다가 문제아 고복동과 가까워졌다.
강자가 아란의 엄마라는 사실을 모른 복동(지수)은 그녀를 짝사랑하게 되고,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은근히 로맨스를 기대했지만 드라마는 두 사람을 ‘러브라인’까지 진행시키지 않은 채 마무리됐다.
최근 서울 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난 ‘앵그리 맘’ 최병길 PD는 강자와 고복동 사이 미묘한 감정을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최PD는 “연상연하 커플로 가지 않으려 일부러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유인 즉 “그렇게 될 경우 강자가 미워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고.
최PD는 “둘을 연결시켜 달라는 시청자 요구도 많았고, 실제 작가님이 그러한 요구를 반영해 그런(러브) 라인도 집필하긴 했다. 하지만 나는 계속 반대했다. 그러면 강자가 더 미워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PD는 “복동이는 좋아할 수 있지만, 강자는 엄마면서 유부녀고, 딸을 지키러 학교에 들어온 상태이기 때문에 제어했어야 했다. 계속 선타기를 했고, 기-승-전-러브라인을 배제한 건 잘 한 선택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강자를 ‘조방울’이라 부른다던지, 머리 냄새를 맡는다던지, 그 정도 선으로 유지했다. 복동의 꿈 장면 역시 노골적으로 그리지 않았던 게 시청자들의 상상을 자극하지 않았나 깊다”고 덧붙였다.
한편 ‘앵그리 맘’은 ‘2014 MBC 극본공모’ 미니시리즈 부문 우수상 작품으로, 한때 날라리였던 젊은 엄마가 다시 고등학생이 되어 한국 고등학교의 문제점을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헤쳐 나가는 통쾌활극으로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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