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힘들었던 촬영을 모두 마치고 만난 배우 김준의 얼굴에는 작품을 끝낸 후 느끼는 후련함과 아쉬움, 동시에 여러 시련을 통해 얻게 된 여유로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그저 단순히 힘들게 촬영했던 일이 끝나서라기보다는, 첫 주연이라는 무게 속 여러 가지 말이 많았던 작품의 막을 내릴 수 있었다는 안도감이 강했기 때문이리라.
김준이 출연한 MBC드라마넷 드라마 ‘태양의 도시’는 시청률 부진으로 인한 조기종영 및 배우 및 스태프 출연료 미지급 사태, 촬영 중단 등의 문제로 잡음이 많았던 드라마였다.
특히 문제가 됐던 출연료 미지급 사태는 3월25일 출연자를 비롯해 제작진 전원이 27일 방송예정이었던 16회 촬영을 거부하면서부터 수면위로 드러났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이하 한연노, 위원장 한영수)의 조사에 따르면 ‘태양의 도시’ 제작사의 미지급액은 약 2억 원 수준이며, 한연노 소속이 아닌 이들의 임금을 더하면 그 피해액은 더욱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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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료 미지급 논란에 이로 인한 촬영 중단 사태까지, 미완으로 끝날 뻔했던 ‘태양의 도시’는 주연인 김준을 비롯해 일부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최종회 촬영에 나서면서 겨우 드라마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첫 주연인 만큼 저로서는 에너지를 많이 쏟았던 작품이었어요. ‘태양의 도시’는 사전제작을 목표로 했던 드라마였죠. 그런데 피치 못할 사정으로 예정보다 많이 늦어졌고, 그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게 된 거에요. 그런 문제를 해결할 틈도 없이 급하게 방송된 것이 이번 사건의 가장 큰 문제였다고 봐요. 제가 출연한 작품에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는 자체가 배우로서 속상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해요. 어떤 분들은 배우들이 촬영을 거부했다고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엄밀히 말하면 전부터 촬영 진행이 잘 안 됐었어요. 언론에 알려지기 전부터 이런 문제들이 발생을 했었고, 결국 내부에서 감당이 안 될 정도가 되니 기사화가 된 것이죠.”
여러모로 마지막회를 찍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그럼에도 김준은 ‘태양의 도시’의 끝을 맺기 위해 현장에 나타나 촬영을 이끌어 나갔다. 다른 배우보다 돈을 더 받았거나, 그가 능력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다른 무엇보다 타이틀롤이 주는 무게가 주는 책임감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저를 비롯해 많은 이들은 모든 문제를 극복해 ‘태양의 도시’를 갈무리 짓기 바라는 마음이 강했어요. 자신이 한 일에 대해 돈을 받는 것은 중요해요. 당연한 권리고요. 하지만 모두들 돈보다도 ‘좋은 작품을 만들자’라는 최종 목표가 있었고, 달릴 수 있는데 까지 달려 나갔었어요. 그럼에도 결국은 모두가 다 같이 잘 좋은 마무리를 질 수 없게 됐네요. 20회까지 촬영하지 못하고 조기종영하고, 그 마저도 마지막 회를 겨우겨우 마무리하게 됐어요. 제일 죄송한 분들이 있냐고요? 바로 시청자 분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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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벌어진 논란이 아니었음에도 김준은 ‘태양의 도시’의 문제에 대해 가슴 깊이 아쉬워했고, 또 미안해했다. 사실 김준은 ‘태양의 도시’의 원년 멤버가 아니었다. 기존의 태양 역으로 캐스팅 됐던 배우의 출연이 무산되면서 급하게 연락이 온 것이었다. 김준의 입장에서는 SBS드라마 ‘끝없는 사랑’ 이후 쉴 틈도 없이 현장에 뛰어든 샘이었다.
“저는 뒤늦게 드라마에 합류했어요. 처음부터 고생을 했던 배우나 스태프들에 비하면 제 수고는 아무것도 아니죠. 원래는 다른 배우가 극중 태양으로 촬영을 하고 있었는데, 일이 생겨서 급하게 저로 바뀌었고, 그로 인해 많은 이들이 고생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처음 시작할 때 모두가 합이 맞은 상황에서 내가 폐가 되지 않을까 많이 걱정했었는데 배우들 모두 무척 좋았어요. 모두들 잘 해주셨고, 호흡이 잘 맞아서 ‘저만 잘하면 되겠다’ 싶었죠. 연기하는데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SBS드라마 ‘끝없는 사랑’ 이후 쉴 틈 없이 급하게 찍었다는 것이에요. 진짜 추울 때 찍어서 꽃 피는 봄에 끝났네요. 정말 정신없이 촬영했죠.”
화덕 안에서 붉게 달궈진 쇳덩이는 장인의 망치질과 담금질을 거쳐야만 비로소 하나의 작품이 된다. ‘일련의 ‘태양의 도시’ 사태는 김준에게 있어 굉장히 혹독했지만, 그를 진짜 배우로 완성시키는 일종의 망치질과 담금질과 같았다. 한 차례 논란을 넘긴 김준에게 앞으로 드라마 제작 환경에 있어 바라는 점을 물어보았다.
“모든 배우의 바람일 것 같아요. 좋은 작품 뿐 아니라 좋은 제작환경에서 일을 하는 것.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작품이 준비한 만큼 완성되지 못한다는 것이 마냥 아쉽네요.”
위기는 사람은 한층 성숙하게 만들었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F4의 멤버이자 꽃미남 청춘스타였던 김준은 그렇게 배우가 돼 가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김준의 배우 인생은 쉽게 기회가 왔던 것만큼, 또 쉽게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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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많이 조급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조금씩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어요. 음악이 좋아서 가수로 데뷔를 했고 그 가운데 얼떨결에 좋은 기회가 와서 연기를 시작한 것이다 보니 처음에는 욕심도 없었죠. 그런데 ‘꽃보다 남자’를 하면서 점점 욕심이 생기게 된 거에요. 뭔가를 해보고 싶고 잘해보고 싶다는 욕심, 빠른 시간 내에 더 많이 하고 결과를 내고 싶다는 조급함이 생겼죠. 그때는 흘러가는 시간이 아쉬웠어요. 군대에 제대한 이후 일을 하고 싶었어요. 아마 ‘김준’하면 기억하시는 것이 대부분 ‘꽃보다 남자’일 거예요. 벌써 몇 년도 더 지난 과거죠. 어떤 이들은 그 때 이후로 연기를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연기를 하고 싶은데 일을 하지 못해 힘들었던 경험들은 저를 힘들게 했죠.”
김준을 조급하게 만들었던 것은 흘러가는 시간이었고, 또 김준은 침착하게 만들어준 것도 흘러가는 시간이었다.
“물론 여전히 좋은 작품을 만나고 싶은 갈급함, 이를 통해 스스로 성장하고자 하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동일해요. 다만 더 자라기 위해서는 언젠가 올 미래를 위한 준비와 때를 잡을 수 있는 운, 그 모든 시기를 기다릴 줄 아는 참을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죠. 저에게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감사하고 귀한 기회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겨울을 무사히 마치고 온 김준은 ‘배우 김준’을 완성시키기 위해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다시 또 시작해야죠. 힘든 시련들도 언젠가 제 안에 좋은 영양분으로 쌓일 것이라고 믿어요.”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