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지난 7일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미스터리 음악쇼 복면가왕 (이하 복면가왕)'에 출연해 청중평가단과 시청자의 귀를 사로잡았다. 가왕전까지 진출했으나 아쉽게도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의 벽을 넘지 못하고 가면을 벗었다.
해당 방송에 앞서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난 그는 끝까지 '복면가왕' 출연 사실을 숨겼다. "섭외 요청이 많다"고는 했지만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등장했을 때 눈치 챘다. 그의 예명이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조장혁은 '러브' '중독된 사랑' 등 강렬하면서도 듣는 이의 가슴을 파고 드는 곡으로 많은 음악 팬의 사랑을 받고 있는 정상급 보컬리스트다. 1990년대 중후반 '노래방(가요방) 좀 다녀본 남성'이라면 더욱 친숙하다.
그럼에도 그는 2012년 MBC '나는 가수다 시즌2'에 출연하기 전까지 가요계를 떠나 있었다. 전 소속사(매니저)와의 계약에 문제가 많았다. 사람에 대한 상처도 컸다. 가수로서 회의감이 찾아왔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다.
그는 돈을 벌어야 했다. 지난 2004년 결혼해 슬하에 아들과 딸 둘을 두고 있다. 장사를 했다. 굴비, 김 같은 농수산물 선물 세트를 유통했다. 그는 "다행히 이제 빚을 어느 정도 다 갚았다. 이제 다시 시작"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조장혁과의 일문일답.
▲ 아니다. 빅뱅·엑소와 겨뤄서 보란 듯이 눌러보고 싶었는데 오히려 아쉽다. 하하. 농담이다. 피한다고 피해지는가. 자신은 있지만 어차피 그들과 나는 장르가 다르고 경쟁 상대가 아니다. 몇몇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 예정인데 아무래도 그 시기에 맞춰 일정을 잡다 보니 그렇게 됐을 뿐이다.
- 신곡 발표가 왜 이리 늦었나. 쌓아두고 있는가
▲ KBS2 '불후의 명곡'서 활동도 했고 여러 곡을 준비해왔다. 그 중에 딱 한 곡을 골랐다. 좋은 곡을 쓰기 위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긴 했다. 곡을 쌓아두진 않는다. 곡은 쌓아두면 쓰레기가 된다. 세상이 빨리 변한다.
- '숨 쉴 때마다'는 어떤 곡
▲ 옛사랑에 대한 추억 혹은 지나간 세월에 대한 그리움이다. 노래 제목처럼 나 역시 '숨 쉴 때마다' 그립다.
- 누가 그립나
▲ 티를 내면 안 되는데…. 나 유부남이다. 하하. 각자 할아버지 할머니가 됐을 때 떠올릴 첫사랑 혹은 세월에 대한 그리움쯤으로 여겨 달라. 나이가 들면서 점점 풋풋한 감정이 사라지고 때가 타지만 누구나 뒤돌아 보면 아름다운 시절이 있다. 이제 나도 중년이 되다 보니 양쪽 세대의 감정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 데뷔 18년차, 조장혁의 사랑은
▲ 예전의 사랑은 집착이었다. 1차원적인 사랑, 즉 '중독된 사랑'이었다. 음악도 뾰족하게 날이 서 있는 느낌이었다. 강렬했다. 그런 사랑 안 해봤다면 불행한 사람 아닌가. 지금은 사랑의 넓은 의미를 깨달았다. 주위를 둘러 보고 세월과 모든 인생을 아우르는 사랑이다. 아내와 여전히 금슬도 좋고 아이들과 행복하게 지낸다. 음악도 자연스럽게 편해졌다고 생각한다.
- 조규만과의 작업은 처음이다
▲ 원래 동네 친구다. 같은 학교에 강의를 나갔다가 우연히 만난 김에 가사 쓰기가 너무 힘들다고 했더니 본인이 한 번 써본다고 하기에 맡겼다. 나중에 그가 써온 노랫말 한 소절만 듣고 바로 마음에 들었다.
- 노랫말에 공을 많이 들인다
▲ 내가 그게 문제다. 요즘에는 그냥 편한 가사가 대세인데, 나는 그것이 안 된다. 운율이나 단어 하나 하나에 까다롭다. 가사는 가사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詩)가 노래가 되고 노래가 시가 되는 은유적 표현이 좋다.
- '숨 쉴 때마다' 어느 부분이 그리 좋나
▲ '눈물이 날 만큼 심장이 뜨겁던 찬란한 봄날은 가고' 처음 노랫말을 받았을 때 앞 부분만 딱 듣고 마음이 울렸다. 이 문장을 시초로 다음 곡들이 술술 나왔다. '하루를 채워도 살아만 가는 게 덧없이 느껴질 때'라는 문구도 좋다. 내 나이가 그럴 때다. 뜨겁던 심장이 어디 갔나. 나는 그동안 무엇을 했던가 싶다.
- 노래하지 않은 시기를 후회하나
▲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게 최선이었다. 당시 시련이 컸고, 지금은 접었지만 굴비 장사가 실제 잘 됐다. 하하.(그는 이 이야기가 "창피하다"고 했다) 다만 주변에서 모두 "네가 왜 장사를 하고 있느냐"고 너무 안타까워했다.
- 조용할 줄 알았다. 묵직하고(기자는 조장혁을 처음 만났다. 그는 상당히 언변이 뛰어나고 유쾌했다)
▲ 내 인식이 그렇다. 내 단점이다. 매니저들조차 내가 '같이 일 해보지 않을래'하면 뒤에 가서 다른 사람에게 '저 사람 괜찮느냐'고 물어본다더라.(웃음) 목소리가 굵고 외모가 좀 거칠어 보여서 대하기 어려워한다. 까칠한 은둔자 느낌이라더라. 음악적으로는 진지하지만 평소에는 그렇지 않다.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서고 싶다. 이번 신곡 활동 목표다.
- 너무 또 확 깨는 것 아닌가
▲ 부담 없고 편한 사람이고 싶다. 노래를 '아주' 잘하는 동네 오빠 느낌이면 좋겠다. 전에는 내가 어떻게 보이든 신경 쓰지 않았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내가 그런 이미지가 돼 있더라. 그렇다고 내가 무슨 신비주의를 깨겠다는 것도 아니다. 나는 서태지가 아니다. 하하.
- 콘서트 계획은(그는 지난해 5월 단독 콘서트 '메모리'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세월호 사고에 대한 애도의 뜻으로 이를 취소한 바 있다)
▲ 아직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올해 안에 꼭 콘서트를 열고 팬들과 만날 계획이다. 무대 외 다양한 방송 활동을 통해서도 열심히 찾아뵙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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