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영화의 부제는 잘 지어지면 ‘약’이고 잘못 지어질 경우 ‘독’이다. 길이 상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영화의 내용을 아우르는 ‘핵심 키워드’를 뽑았느냐에 따라 관객들의 관심, 무관심으로 나뉘게 된다.
영화 ‘범죄와의 전성시대-나쁜놈들 전성시대’ ‘언터처블-1%의 우정’의 경우는 음절이 맞기에 잘 지어진 제목의 부제로 보는 경우가 많다.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 ‘셜록홈즈-그림자 게임’ ‘반지의 제왕’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주로 한국영화보다는 외화에서 영화 제목의 부제가 빛을 발하는 경우가 많다.
‘폼페이-최후의 날’ ‘헤라클레스-레전드 비긴즈’ ‘고사-피의 중간고사’ ‘트와일라잇’시리즈 ‘더 웹툰-예고살인’ ‘군도-민란의 시대’ 등은 입에 잘 감기지는 않지만, 영화 속 핵심 내용을 적절하게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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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포스터 |
한윤선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18-우리들의 성장 느와르’는 ‘18’로 줄이며 개봉 당시 파격적인 제목으로 눈길을 끈 바 있다. 이에 한윤선 감독은 MBN스타에 “쉽게 부르려고 지은 제목이다. 또한 대중들이 영화와 출연 배우들을 인식시키기에 좋을 것 같더라. 인식을 위해 세게 짓고 싶은 마음도 컸다”며 “극중 주인공인 고등학생의 나이 18살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굳이 친절한 설명이 없어도 듣기만 해도 충분히 제목과 부제, 내용에 대해 가늠할 만하다.
한 영화관계자는 “영화의 제목에 부제가 달려있으면 더 관심이 가고 흥미롭게 보인다. 부제가 영화의 키워드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인들과 부제가 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각자 다른 걸 언급하는 경우가 있어 헷갈린다. 예를 들면 ‘더 웹툰-예고살인’을 얘기할 때 ‘더 웹툰’을 말할지, ‘예고살인’을 말할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영화 홍보사의 한 관계자는 “과거엔 시리즈물에 많이 달던 부제가 요즘엔 그냥 영화에서 달리는 추세다. 시리즈물의 경우 1, 2으로 나가기보다는 부제를 적음으로서 영화의 내용을 미리 상상해보는 재미도 있고, 마케팅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 그러나 외화의 경우 제목보다 부제가 부각되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며 “시리즈물에서의 부제는 오리지널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후속편에 대한 궁금증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시리즈물이 아님에도 부제가 붙는 경우, 제목이 미처 주지 못한 임팩트를 살리며 길이가 길어짐에도 어떤 키워드를 기억하기 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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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포스터 |
여자친구와 영화관 데이트를 자주 즐긴다는 B군은 부제가 영화 선택에 있어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다가도 이내 “보통 시리즈물에 붙는 경우가 대다수이지만 아닌 경우도 있어 뭣 모르고 골랐다가 전편의 이야기를 몰라 진땀을 흘린 적도 많다. 또한 반대로 시리즈인줄알고 선택했다 민망했던 경우도 있었다”고 극과 극 반응을 보였다.
시리즈물의 경우에만 부제의 덕을 본다고 밝힌 직장인 C씨는 “부제는 시리즈물에서만 효과가 큰데 솔직히 전작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관객입장에선 부제가 있으나마나다. 오히려 거창한 부제 없이 오리지널의 느낌을 살려 매우 심플하게 1, 2편으로 가는 게 좋았던 작품도 많았다”며 ‘트랜스포머-패자의 역습’을 예로 들었다.
또한 부제인 줄 알았지만 긴 제목의 영화도 간혹 있어 부제와 긴 제목의 경계에 대한 혼란을 주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개봉을 앞둔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이다. 이에 홍보사의 한 관계자는 MBN스타에 “부제를 붙일 때는 시리즈이거나 드라마를 강조하고 싶을 때라든가 여러 가지 효과를 생각해서 결정한다. ‘조선명탐정’의 경우 1편을 시작할 땐 캐릭터 시리즈물처럼 보이게 하고 싶었다. 조선명탐정이라는 신선한 캐릭터가 있고 이번에는 조선명탐정이 각시투구 꽃의 비밀을 파헤친다. 두 번째는 ‘사라진 놉의 딸’이었는데 제목 그대로 사라진 놉의 딸을 찾는다 이런 식으로 소개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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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포스터 |
이외에도 ‘아이언맨’ 1, 2, 3와 ‘위험한 상견례’ 1, 2처럼 시리즈물의 심플함을 살리면서도 오리지널에 충실한 영화 제목 부제도 있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