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제가 집에 책이 좀 많아서 집이 넓어도 괜찮아요” “제 동생이 외제차 딜러라 싸게 구입하려고요” “남자친구는 중학교 선생님이예요” “매매로 집 좀 볼 수 있을까요” 등 내뱉는 말마다 모두 ‘거짓말’이다. 이 모든 게 보잘 것 없는 자신을 감추는 무기로 사용되며 결국 이 놈의 무기 때문에 진정한 사랑도 떠나간다.
영화 ‘거짓말’은 영화감독 김동명이 메가폰을 잡았고 배우 김꽃비와 전신환, 이선희 등이 출연했다. 제목 그대로 그 놈의 거짓말 때문에 가족과 친구를 속이지만, 결국 자신을 속일 수 없었던 거짓말쟁이 여자 아영(김꽃비 분)의 이야기를 담았다. 누구나 거짓말로나마 현실을 벗어나 자신만의 파라다이스를 즐기고 싶듯, 아영의 행동과 말에 공감이 가능하다. 과장된 부분도 있지만 충분히 이해가 되며, 누구나 아영처럼 사소한 그러나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거짓말을 한 경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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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스틸 |
아영의 거짓말에 따르면, 그는 중학교 선생님인 훈남 남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있고 가정은 매우 화목하며, 동생은 외제차 딜러이다. 그러나 현실은 빈수레이다. 그럼에도 거짓말을 내뱉을 때의 아영은 그 누구보다 당당하다. 일말의 죄책감 없이 더 발칙한 거짓말을 내뱉으며 보는 관객까지 불안하게 만든다. 그러나 당찬 아영 덕분에 잠시나마 자신들만의 파라다이스를 상상하는 재미도 크다.
그러면서도 부와 명성, 보여주기 식의 자랑이 얼마나 사람을 피폐하게 만드는지 알려주며 현대인들이 무조건 중요시하는 부분을 경고하고 있다. 이에 김 감독은 “관건은 중산층 가정의 필요조건들이 어떻게 아영의 거짓말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담아내는 것이었다”며 “그가 거짓말을 통해 얻으려는 건 거짓말로 두텁게 쌓은 성으로 자신의 보호막을 만드는 것이다. 그 성은 결국 모래성이었을 뿐”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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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스틸 |
아영 역을 맡은 김꽃비는 극이 전개됨과 동시에 새침, 불안, 분노, 비참 등의 극과 극 감정선을 오가며 늘 그랬듯 영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훈훈한 얼굴로 욕하고 화내고 참고 그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친구 역을 연기한 전신환, 별다른 대사가 없이도 풀린 눈과 느린 행동으로 맡은 배역을 소화한 이선희 역시 자연스럽다.
“정신 차리자”라며 자신에게 주문을 거는 아영의 모습이 ‘거짓말’이 주는 진짜 메시지이자, 겉멋만 든 빈수레 현대인들을 향한 일침이 아닐까 싶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