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멘토 열풍이요? 어딘가에 의지하고 싶은 마음 때문 아닌가요?”
국내에 불어닥친 상업적 멘토 열풍에 1020세대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매스컴에서 권장하는 것처럼 청춘들의 삶에 지표가 꼭 필요한 것일까. 아니면 이 역시 학습된 ‘니즈(Needs)’일까. 서울 시내 거주하는 20대 이상 30대 이하 남녀 무작위 120명에게 멘토 열풍에 대해 조사했다.
◇ 멘토, 우리 삶에 꼭 필요할까?
삶에 멘토가 꼭 필요하냐는 질문엔 조사 대상 중 76명(약 63%)이나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여러 이유가 있었으나 대체로 “멘토에게 확신을 구할 수 있어서”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어서”라는 의견에 맥을 함께했다.
또한 과반수가 넘는 사람들(53%)이 “현재 멘토가 있다”고 대답했다. 이들 대부분은 자신과 비슷한 분야의 선배, 명사, 혹은 부모를 멘토로 꼽았고, 사회 저명 인사를 멘토로 꼽은 사람들은 단 4명에 지나지 않았다.
반면 멘토가 필요하지 않다고 대답한 이들 중 눈에 띄는 이유도 더러 있었다. ‘멘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 주체적인 삶을 살수 없다’ ‘스스로 냉철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라면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등의 의견이 바로 그것. 멘토 찾기 열풍이 불확실한 미래를 헤쳐나갈 의지가 박약하고 자신에 대한 믿음이 낮아 빚어진 것이라는 시각이다.
![]() |
↑ 디자인=이주영 |
멘토에 대한 재미있는 질문 하나도 던졌다. 금요일 오후 7시 사회적으로 저명한 멘토 강연 티켓이 50% 반값에 팔린다면 가겠느냐는 설문이었다. 결과는 ‘안 간다’는 쪽이 우세했다. 응답 인원 중 63%(76명)는 “굳이 돈을 내면서까지 멘토 강연을 들을 의향은 없다”고 답했다. 한때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날개돋힌 듯 팔린 것과 비교했을 때 상업적 멘토 열풍에 반감을 가진 현실을 엿볼 수 있는 결과였다.
◇ “한국 멘토 열풍? 미디어 효과, 그리고 냄비정신”
2011년 이후 콘텐츠로서 각광받는 멘토 열풍 이유에 대해 대부분은 부정적인 견해를 내놨다. 크게 ‘지속적인 불안’과 ‘냄비정신’으로 요약할 수 있었다.
20대 회사원 박모 씨는 “불안한 심리와 결정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스스로 해결하려는 것보다 멘토 등 다른 사람의 의견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커지면서 ‘멘토 열풍’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다”고 답했다. 또 대학생인 이명섭 씨는 “불투명한 미래와 힘든 삶 속에서 돌파구를 찾고 싶어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대기업 병에 걸려 취업난이 심해지고 ‘88만원 세대’ ‘삼포 세대’라는 말들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불안감이 조성됐고, 이에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멘토로 추앙받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쉽게 뜨거워지고 쉽게 식는 ‘냄비 정신’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30대 회사원 A씨는 “한국인 특유의 따라하기 성향이 반영된 현상”이라고 답했고, 20대 황인호 씨 역시 “한국은 뭐든 하나가 잘 되면 열풍으로 이어진다. 멘토 역시 같은 사례”라고 진단했다.
매스컴의 영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TV나 대기업 광고 때문에 일어난 열풍” “매체가 조장하는 몫도 크다” 등 대답이 다수였다. 방송에서 ‘멘토’ 콘셉트를 띄어줘 불거진 허상이라는 주장이었다.
이번 조사에서 멘토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다수가 수긍하면서도 현재 국내 방송가는 행사들을 주름잡은 ‘멘토’ 열풍에 대해선 부정적임을 엿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상업적으로 변색된 멘토 콘텐츠의 앞으로 행보는 어떻게 변하고, 변해야 할 것 인가.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