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지난달 21일 개봉한 ‘간신’은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최근까지 극장에서 꾸준히 관객들을 모으고 있다. 연산군 11년, 1만 미녀를 바쳐 왕을 쥐락펴락했던 희대의 간신들의 치열한 권력 다툼을 그린 이 영화는 보는 재미와 듣는 재미를 주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에서 집중하고 싶은 것은 ‘듣는 재미’다. 내레이션을 통해 극을 설명해주는 것인데, 내레이션의 방식이 독특하다. ‘간신’에서 내레이션은 차지연의 판소리로 완성됐다. 판소리로 극의 배경을 설명하고, 극중 인물들의 심경을 대변하기도 한다. 독특한 내레이션이 적재적소에 녹여낸 배우 차지연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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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극에 있어서 내레이션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처음 ‘간신’의 내레이션을 부탁 받았을 때 부담감은 없었나.
A. “처음 대본 리딩을 했을 때는 소리를 전공하신 명창 선생님이 직접 오셔서 읽어주셨어요. 즉, 처음에는 제가 내레이션을 한다는 계획은 아니셨던 것 같아요.”
Q. 감독님이 차지연 씨의 어떤 점을 보고 내레이션을 제안했을까.
A. “음, 아무래도 제 음색이 가지고 있는 느낌 때문이 아니셨을까요? 사실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가장 가까운 것 같아요.”
Q. 판소리를 내레이션으로 선택했다는 것 자체가 독특하고 기발한 발상인 것 같다. 하지만 판소리의 특성상, 일반 내레이션보다 대사 전달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법은?
A. “우선은 제가 목소리로만 작업을 해본 경험이 전혀 없어서 많이 긴장하고 겁이 났어요. 걱정도 됐고요. 게다가 판소리가 섞인 듯한 내레이션을 원하셨거든요. 가장 신경이 쓰였던 부분은 ‘처음 제 목소리, 제 내레이션을 마주하는 순간 거부감이나 부담감 같은 것이 없어야 할 텐데’라는 생각이었죠. 이 부분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많은 걱정을 했던 것 같네요. 말하는 문장의 단어들도 그렇고, 소리를 내는 방식도 쉽지 않은 문제였기에 발음을 더 정확하게 해서 의미전달이 잘 되도록 했어요. 약간은 ‘오바한다’ 싶을 정도로 더 씹으면서 한자 한자 발음했던 것 같아요. 어떤 내용이든, 무슨 상황이든 우선 내용전달이 가장 중요하잖아요. 그건 뮤지컬을 할 때도 제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에요.”
Q. 내레이션을 준비하면서 자신만의 개성을 살리기 위한 준비는?
A. “사실은 개봉을 앞두고 촉박하게 녹음을 해서 준비를 할 시간이 많이 부족했어요. 그래서 제 딴에는 한 신 한 신에 굉장히 집중했던 것 같아요. 장면에 제 목소리가 더해지는 이유, 그리고 장면의 의미와 그 장면이 주고자하는 감정과 목표 등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죠. 어떤 장면에서는 안타까운 숭재(주지훈 분)의 마음도 대변하고 또 어떤 장면에선 처절하고 애절한 상황의 단희(임지연 분)와 중매(이유영 분)가 되어보기도 하고요. 그게 제게 완성도를 향해 조금이라도 빨리 도달하는 제 나름의 지름길 같은 방법이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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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MBN스타 DB |
Q. 감독님의 디렉팅,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A. “감독님은 정말 섬세하신 분인 것 같아요. 생동감이 있는, 살아있는, 그리고 깨어있는 소리를 원하셨어요. 파닥파닥 숨이 붙어 요동치는 소리라고 할까요? 하하. 그리고 무엇보다 전문적으로 소리를 공부한 내레이션도 좋겠지만, 화면 안의 배우들과 그 감정에 집중해서 말해달라는 주문을 했었죠.”
Q. 결과물에는 만족하나?
A. “자기 자신의 작업들에 만족스러운 마음을 갖는 배우들은 사실상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이 돼요.(웃음) 저 또한 모든 게 다 처음이었던지라 아쉬움만 가득합니다. 그래도 많이 배우고 알게 돼서 정말 감사한 기회였다고 생각해요. 종종 이런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하하.”
Q. 자신의 목소리로 한 영화를 이끌어간다는 것에 대한 만족감, 뿌듯함 같은 것이 있나?
A. “걱정도 됐지만 그보다 점점 만들어져 가는 과정 안에서 즐거움과 제 스스로에게 새로운 면을 찾게 된 것 같아서 그 또한 반가운 일중에 하나에요.”
Q. 연기자와 내레이션 배우, ‘간신’에서 두 가지 역할을 맡았는데 어떤 것이 더 힘들었나.
A. “사실 둘 다 힘들었어요. 내레이션도 그렇지만, 스크린에서 연기를 하는 것도 처음이었잖아요. 어색하더라고요.”
Q. 뮤지컬에 방송, 영화, 내레이션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또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A. “이런 저런 기회 안에서 새롭고 긴장되는 경험을 하고, 배우고 또 그 안에서 느끼는 바를 몸 안에 기억해두고…. 저는 지금 그런 과정 속에 있는 것 같아요. 우선은 제가 가장 사랑하는 작업이 무대이니만큼 최선을 다해서 무대 위에 더 단단해질 수 있게 열심히 해나가는 게 우선순위가 아닌가 생각해요.(웃음)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