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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연주가 살짝 어둡게 들린다고요? 그렇다면 잘 들으신 것 같아요.(웃음)”
섬세하면서도 뛰어난 테크닉을 지닌 피아니스트 김다솔(26). 첫 독주회에 다녀와 감상을 이야기하자, 쑥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곡을 연구하다 보면 남들은 발랄하거나 밝게 듣는 부분도 저한테는 슬프게 들리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그렇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듣는 분들도 그렇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요?”
테크니션이 좋은 피아니스트들은 여럿 있지만, 자신만의 감성을 젊은 나이에 확고하게 구축한 이들은 드물다. 김다솔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그의 연주에선 그만의 감성과 개성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이름을 내건 첫 독주회에선 청중들의 수많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슈만의 아라베스크와 유머레스크, 쇼팽의 ‘4개의 발라드’에 이어 앵콜곡 드뷔시의 ‘달빛’까지. 부드럽게, 혹은 강렬하게 건반 위를 휘몰아치는 모습을 보며 ‘피아노 위의 작은 거인’이란 말을 실감했다.
그럼에도 “워낙 만족을 잘 못하는 성격이다. 연주를 끝내고서 한번도 만족한 적이 없다”던 김다솔은 “하지만 예전처럼 만족 못 한다고 해서 우울해하진 않는다. 청중들이 좋아해주신 것 같아서 나도 좋았고 뿌듯했다”고 감회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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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해야겠구나’ 싶었죠. 어쨌거나 연주자로서 기록을 남긴 것이니, 뿌듯하면서도 설렜어요. 올해 3월에 독일에서 녹음했는데, 편안하게 하려 노력했죠. 또 최대한 악보대로 하면서도 그 안에 제 느낌과 해석을 담아내고자 했어요.”
감성적인 그에게 슈만은 말 그대로 최적화다. 피아노를 처음 접하면서 슈만을 알게 된 그는 첫 인상부터 “강렬했다”고 회상하며 “어릴 때부터 정말 좋아했다. 슈만에겐 감정적이고 추상적인 매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첫 데뷔 앨범으로 슈만을 선택한 것도 이에 기인한다.
“첫 앨범이기 때문에 제가 가장 자신 있게 연주할 수 있는 곡들을 하고 싶었어요. 슈만 작품을 제가 직접 고르게 됐고, 그걸 회사 측에서 받아들여주셨죠. 슈만 자체가 저한테는 과거를 돌아보게 되는 계기에요. 그만큼 오랫동안 함께 했고 아주 가까운 작품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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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솔은 “앞으로는 더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주고 싶다”면서 “다음 앨범에서는 슈만과는 다른, 러시아 낭만 쪽의 음악을 해보면 어떨까”하고 의지를 내비쳤다. 또 “30세가 되기 전에는 베토벤 음악도 도전해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고리타분하지만, 연주 잘 하는 것. 어제보다 더 괜찮은 연주를 하고 싶다”는 게 피아니스트로서 그의 목표다. 발 디딜 수 있는 무대 영역을 넓혀가는 것도 또 다른 목표다.
김다솔은 “지금까지는 클래식의 주요 시장인 유럽무대 위주로 서고 있지만, 이를 발판 삼아 더 국제적으로 뻗어가고 싶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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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가 저의 언어인 것 같아요. 말로 다하지 못하는 것들을 연주로 다 표현할 수 있거든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행복인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정말 피아노와 음악을 사랑했던 피아니스트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