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영근 기자]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한 번쯤 가는 군대. 걸그룹 위문공연이 오는 날이면 말년 병장마저 없던 힘도 불끈 솟아오른다. 지난 3월 데뷔한 신인 걸그룹 바바가 고된 군 생활에 지친 장병들의 활력소를 자처했다. 심지어 의상부터 타이틀곡까지 밀리터리 느낌이 물씬 풍긴다.
“지난 3월쯤 MBC 예능프로그램 ‘진짜 사나이’ 여군 특집이 화제를 모은 바 있었잖아요. 그때 걸그룹 걸스데이 혜리 선배님이 눈에 확 들어왔어요. 그래서 저희끼리 ‘밀리터리 콘셉트가 어떻겠냐’는 의견을 나눴어요. 또 오빠들(국군 장병)에게 힘이 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그렇게 저희 콘셉트가 결정됐어요. 독특하죠? 저희도 처음엔 어색할 것 같았는데 막상 군복을 입으니 뭔가 색다르고 깔끔한 게 마음에 쏙 들더라고요.”(푸름)
콘셉트를 확정한 바바는 지난 3월24일 타이틀곡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를 발매했다. 해당 곡은 가수 김추자가 영화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를 통해 선보이면서 화제를 모았던 곡이다. 이미 그룹 노브레인, 가수 신중현 등 많은 아티스트들이 편곡을 한 바 있다. 바바는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를 여군 콘셉트로 바꾸어 ‘바바표 데뷔곡’을 탄생시켰다.
수록곡은 ‘치키타’다. 바바는 치키타가 에스파냐어로 바나나·귀여운 꼬마·소녀라는 뜻이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과일은 아니고, 귀엽고 당찬 소녀들이 모였다는 취지로 제목을 지었단다. 행사 도중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를 부르면 어르신들이 좋아하시고, ‘치키타’를 부르면 어린이부터 젊은 층이 좋아한다고 바바 멤버들은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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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셉트가 여군인데 ‘군복만 입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노래도 뭔가 밀리터리 느낌이 폴폴 풍기면 좋을 것 같았거든요. 멤버들끼리 ‘확실히 여군 콘셉트면 노래부터 의상까지 모든 것을 밀리터리로 맞추자’고 의견이 통일됐어요. 그렇게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를 저희가 영광스럽게 받게 됐습니다. ‘치키타’는 사실 행사장 가면 한 곡만 하기 좀 아쉽잖아요. 전체적으로 저희가 무대에서 내려오는 것을 싫어해요. 그래서 두 곡을 앨범에 수록했어요. 그런데 어떻게 하다 보니 전 연령층에서 좋은 반응을 얻게 됐네요(하하). 아 맞다! 잊은 게 있었어요. 저희 계급도 나뉘어 있어요. 이등병부터 병장까지 말이죠. 들어보실래요?”(푸름)
푸름과 소미는 병장이다. 서애와 별하가 상병으로 뒤를 이었고, 일병은 다율, 이병은 효아다. ‘계급을 나눈 기준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멤버들은 나이순으로 나눴다고 답했다. 그런데 푸름은 맏언니도 아닌데 병장이다. 왜 병장이냐고 묻자 푸름은 “리더라서 병장 됐어요!”라며 발랄한 대답을 던졌다.
“푸름씨가 리더로서의 역할을 정말 잘 해주고 있어요. 이번 타이틀곡의 안무도 푸름씨가 직접 짰거든요. 책임감도 정말 강해요. 군 생활 할 때 훈련도 독하게 받잖아요. 생활관 들어와서는 잘해주고. 저희도 마찬가지에요. 연습할 땐 정말 최선을 다해서 해요. 푸름씨가 연습할 때 분위기 흐리는 것, 꾀병 부리는 것 안 좋아해요. 연습할 때 만큼은 독한 마음가짐으로 하고 있어요. 연습 끝나면 다시 또 화기애애하게 분위기를 바꿔주고요.”(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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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인터뷰를 하던 도중 돌연 의아한 점이 생겼다. 두 사람이 동갑인데도 불구하고 ‘씨’를 붙인다는 것이다. 바바는 상호간의 존칭을 쓰는 것이 팀의 우애를 더욱 돈독하게 해준다고 귀띔했다. 푸름은 “동갑인데도 존칭을 쓰면 서로 존중해주는 느낌이 들어요. 동갑내기 3명이 팀에 있다보니 서로 존중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덕분에 2년 동안 함께 연습생으로 지내면서 한 번도 싸우지 않았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존칭의 단점도 있다. 몇몇 팬들은 바바의 존칭 쓰는 모습에 ‘서로 안 친한 것 아니냐’고 의문을 던진 것이다. 다율은 “언니들이 장난 칠 땐 재미있게 장난치고 그래요. 존칭을 사용하면서도 정말 친해요”라고 말하며 의문점을 날려버렸다.
처음엔 풋풋한 소녀들이 마치 군대 놀이를 하는 듯 했다. 하지만 데뷔 후 그들의 행보는 심상치 않았다. 바바는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피습을 당했을 당시 하루빨리 쾌유를 바라는 응원 메시지를 영상으로 전했다. 또 신인 걸그룹임에도 국방부 승인 각 부대 생활관에 비치하는 ‘플래툰’(Platoon) 표지의 모델로 등장하기도 했다.
군 경례 방법을 잘 모르는 인원은 손이 굽어지거나 손바닥이 보이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플레툰’ 표지 속 바바는 손 끝에 힘이 들어가 있다. 경례 솜씨가 심상치 않아 보였다. 바바는 멋진 표지 사진이 나오기까지 ‘오빠’들의 힘이 컸다고 말했다.
“처음에 사진을 찍을 때 예뻐 보이고 싶어서 각도를 잡았어요. 그랬다가 ‘경례를 똑바로 해라’ ‘베레모 똑바로 써라’고 지적하셨어요. 그래서 이쁜 콘셉트를 버리고 제대로 경례하자는 마음을 가지게 됐어요. 또 위문공연 갈 때에도 국군장병 오빠들에게 많이 배웠어요. 그렇게 열심히 오빠들을 응원하고 노력하다 보니 국방부에서 위촉장도 주더라고요.”(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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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는 이날 해군 군복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의상을 입고 인터뷰에 참여했다. 그들의 왼쪽 가슴 언저리에는 각 국가의 국기가 새겨진 배지가 달려 있었다. 독특한 점은 한 줄에 하나씩 떨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푸름은 “저희가 뭔가를 잘하게 되면 대표님이 배지 하나씩 나눠주세요. 일종의 ‘상점’같은 개념이죠. 최고 6줄까지 받을 수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효아는 무대에서 파워 댄스를 추고 배지를 하나 받았다. 또 소미는 무대에서 열정을 다 쏟고 내려오다가 다쳐서 받았고, 서애는 체력이 약했는데 강해졌다고 한 줄을 더 달게 됐단다. 엉뚱하면서도 귀여운 발상에 인터뷰 도중 한참을 웃었다.
바바와 웃고 떠드는 사이 인터뷰가 벌써 마지막으로 치달았다. 끝으로 멤버들에게 ‘가수로서의 목표가 무엇이냐’고 물어봤다. 흔히 걸그룹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면 ‘연기’ ‘작곡’ ‘그룹 이름 알리기’등이 대답으로 돌아오기 일쑤다. 하지만 바바 멤버들은 입을 모아 ‘부모님’을 외쳤다. 멀리 계신 부모님이 걱정되고, 그런 부모님께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역시 밀리터리 콘셉트 걸그룹다운 대답이다. 그러면서도 바바는 올해 신인상을 꼭 노리고 싶다며 마음속 아티스트로서 품고 있던 포부를 밝히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올해 꼭 신인상을 받는 게 바바의 진심 어린 목표입니다. 이번 앨범에서는 콘셉트로 대중의 기억에 남았다면, 다음 앨범에서는 노래적인 부분에서 확 달라진 분위기를 전해드릴 예정이에요. 앞으로 더욱 성장할 바바를 많이 기대해주세요. 지금까지 저희는 병장 리더 겸 메인보컬 21살 푸름이, 일병 ‘황금비율’ 다율 17살, 이병 슈퍼우량아 효아 막내 16살, 상병 웃음중독 21살 별하였습니다.”
박영근 기자 ygpark@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