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영근 기자]“아이를 돌보고 남편 뒷바라지를 하는 대한민국 주부들도 분명 꿈이 있어요. 저는 그 꿈을 생각만 한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옮겼을 뿐입니다.”(김유정)
걸그룹이라고 하면 10대부터 20대의 청순함·풋풋함·섹시함 등이 떠오른다. 칼 군무부터 성량 깊은 보컬까지 온갖 본인의 실력을 무대 위에서 뽐내며 관객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걸그룹 소녀시절은 뭔가 많이 다르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32세다. 더불어 이들은 리즈 시절 한 가닥 날리던 누나들이었다. 모델부터 연기자까지 경력이 화려하다.
“저희 어머니가 꿈이 있으셨는지, 꿈을 꾸셨는지도 몰랐어요. 그런데 여자는 할머니가 돼도 여자더라고요. 항상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싶고 점검하고 싶고…아줌마가 되고 나서 보니 많은걸 느끼게 됐어요. 멤버 각자 모델부터 연기, 패션등 다양한 분야서 일을 했던 경력이 있어요. 다들 결혼한 이후에는 육아와 가정 때문에 꿈을 잊고 살았어요. 재기는 하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어요. 그러던 중 어느 날 우연히 미시 대회에서 박수아가 파워 댄스를 추는 장면을 보게 됐어요. 그때 ‘아 이거다’라고 딱 떠올랐죠. 그렇게 멤버들을 직접 모으러 다니기 시작했어요.”(김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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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SC엔터테인먼트 제공 |
소녀시절의 최초 멤버는 김유정을 중심으로 왕희, 박수아, 현예은으로 구성됐다. 지난해 3월 모든 준비를 마치고 신곡 ‘여보 자기야 사랑해’를 발매했다. 해당 노래는 남편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담고 있다. ‘당신은 내 사랑 / 그 누가 뭐래도 참 멋진 남자 멋진 사람 / 내 눈엔 당신뿐 / 사랑해’라는 달콤한 가사로 아내와의 투쟁에 지친 남편들의 마음을 녹여버렸다.
“제 남편은 굉장히 냉정한 성격이에요. 처음에 소녀시절을 결성하려고 마음먹고 남편에게 ‘이런 콘셉트로 걸그룹을 모아볼 예정이다’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남편 반응은 ‘그게 될 것 같냐’고 하더군요. 오기가 생겼어요. 진짜 멤버들을 모아왔어요. 남편에게 보여주자 ‘주부도 이런 사람이 있네’ ‘아줌마 맞아?’라며 깜짝 놀라더라고요. 이젠 남편이 가끔 응원이나 모니터링을 해 주기도 해요.”(김유정)
소녀시절 첫 앨범에 대한 반응은 꽤 뜨거웠다. ‘줌마돌’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당시 각종 검색어 사이트 순위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소녀시절은 아내들에겐 꿈을 대신 이뤄준 ‘워너비’가 됐고, 남편들에게는 평균 키 170cm의 아찔한 몸매와 달달한 노래가 그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소녀시절 팀명에는 ‘아줌마들의 소녀시절을 돌아보며, 모두 이루지 못한 꿈을 다시 펼치겠다’는 뜻이 담겨있다고 한다. 소녀시절은 데뷔곡을 통해 목표에 한 걸음 더욱 다가간 듯 했다. 하지만 이들의 활동에 돌연 급제동이 걸렸다. 세월호와 멤버 교체였다.
“뭔가를 원망할 수도 없는 상태였어요. 마음이 정말 아팠어요. 아이를 키우는 엄마 입장으로서 이해가 갔어요. 활동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어요. 이런 분위기에서 마음을 동요하고 같이 슬퍼하면서 우리의 삶으로 천천히 돌아가자. 그 빈 시간은 연습을 통해 실력을 다진 후 다시 나오자는 생각이었어요. 뿐만 아니라 KTX를 타면서 출퇴근을 할 정도로 열의를 보였던 멤버 왕희와 현예은이 그룹 탈퇴를 결심하게 됐어요. 힘든 시기였지만 어떻게든 다시 소녀시절을 꾸려나가고 싶었어요. 그렇게 새 멤버 장현아와 신지현을 찾게 됐습니다.”(김유정)
장현아는 연기 분야를 전공했다. 스스로 아이를 키우며 바쁜 시간을 보내던 도중 소녀시절에 공백이 생긴 것을 확인하고 직접 멤버로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그는 멤버로 지원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자녀와 가족이 눈에 밟혔기 때문이다. 신지현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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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SC엔터테인먼트 제공 |
“임신하기 전까지 일을 했어요. 패션모델 출신이었거든요. 결혼하고 나서도 꾸준히 일을 했어요. 그런데 임신을 하면서부터 하던 일을 다 그만두게 됐어요. 약 6년을 쉬었어요. 우울증이 심하게 오더라고요. 안 겪어 본 사람들은 몰라요. 아기를 낳으면 내 모든 것을 다 버려야 한다는 것을요. ‘나’라는 존재는 없었어요. 사무직에 들어가고 싶어도 경력이 없었어요. 소녀시절에서 멤버를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남편에게 이야기 했어요. 한번 해 보고 싶다. 안되면 깨끗하게 접겠다. 그렇게 남편에게 승낙을 받고 소녀시절 오디션에 참여하게 됐어요.”(신지현)
우여곡절 끝에 소녀시절은 멤버 교체 이후 두 번째 디지털 싱글 ‘몇시’를 발매하게 됐다. 앞서 ‘여보 자기야 사랑해’는 남편에 대한 애틋함을 노래했다면, 이번 곡은 ‘섹시 / 핫시 / 아이엠 어 미시’등 재미있는 말장난이 섞인 듯한 가사와 일렉트로닉 댄스로 흥겨움을 한껏 녹아냈다. 김유정은 멤버들이 교체된 만큼, 각 멤버들의 색깔이 더욱 두드러질 수 있는 노래를 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여보 자기야 사랑해’는 박수아가 주름을 잡았어요. 반면 ‘몇시’는 제 느낌이 들어간 곡이에요. 이번 곡에서는 멤버가 새로 교체되고 보안할 점들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했어요.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곡과 안무도 수많은 수정을 거쳤고요. 약 1년간 준비한 것 같아요. 1집은 ‘둘 만의 시간’이라면 2집은 ‘다 같이 함께하는 시간’ 이런 느낌이에요.”(김유정)
소녀시절이 2집에 특히 많은 공을 들인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김유정은 “‘여보 자기야 사랑해’에서는 포인트가 없었다”고 날카로운 평가를 내렸다. 그래서 그는 이번 앨범을 통해 “주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뽑아내려 했다”고 밝혔다.
“‘몇시’ 포인트는 3가지에요. 부채와 구두, 그리고 메뚜기 안무입니다. 작년에는 이도저도 아니었다면 올해에는 퍼포먼스로 소녀시절을 각인 시켜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주부가 댄스를 소화하기는 정말 어려워요. 하지만 나름 춤 좀 추는 아줌마들이라고 해놨기 때문에 더 열심히 안무를 연습했어요. 메뚜기 안무는 주부들이 뛸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 춤으로 더 많이 뛰자는 의미로 안무를 짜게 됐어요. 참고로 저희 춤의 70%는 유산소 운동이 되는 안무들이거든요”(김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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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SC엔터테인먼트 제공 |
소녀시절은 오는 23일 ‘몇시’ 발매를 앞두고 지난 15일 KBS2 시사교양프로그램 ‘아침마당’에 출연했다. 새 멤버 신지현과 장현아를 소개하고 향후 활동 계획을 밝혔다. 이후 그들은 이날 방송을 통해 첫 ‘몇시’ 무대를 선보였다. 빨간 하이힐에 다리가 한쪽만 노출되는 의상을 나온 멤버들은 메뚜기 안무를 펼치며 해당 곡의 기대를 한껏 끌어모으게 했다.
“주부그룹은 저희 한 팀이에요. 매를 먼저 맞는다는 그런 느낌이에요. ‘주부도 이정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많은 분이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걸그룹 아줌마기 때문에 많은 비판이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없으면 오히려 이상하죠. 강한 마음을 갖고 있지 않았다면 벌써 상처받고 집에 갔을 거에요. 어느 정도 각오는 준비했습니다. 저희를 통해 ‘주부들도 결혼하고 나면 제2의 좋은 세상이 또 있다’는 것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열정은 사람을 젊게 해주거든요. 소녀시절의 마음만큼은 동안이에요. 앞으로 소녀시절이 어떤 음악을 펼쳐나갈지 많은 관심 기대하셔도도 좋을 것 같아요.”(신지현)
박영근 기자 ygpark@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