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MBC 월화드라마 ‘화정’에 배우 차승원이 하차한 후 김재원이 본격적으로 광기 어린 인조로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7일 오후 방송된 ‘화정’에서는 귀양을 간 광해(차승원 분) 대신 왕위에 오른 능양군(김재원 분)과 정명공주(이연희 분)의 대립이 그려졌다.
이날 능양군은 “백성들에 구휼미를 나눠주라”며 매사에 자신의 정치를 반대하고 나서는 정명공주와 극한으로 대립했다. 김자점(조민기 분)은 능양군을 도와 역모를 일으킬 만한 이들을 미리 색출하는 기찰 정치를 펼치는 한편, 정명공주에 넓은 땅을 받게 해 반정공신들이 땅을 나눠 갖는 명분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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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화정 방송 캡처 |
정명공주는 “지키고 싶은 이들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이 힘이고 정치”라는 김자점의 말에 순순히 따르는 듯 싶었으나 자신이 받은 땅에 소작하는 백성들에게 빚을 탕감해주는 등 자신이 앞서서 백성 구휼에 나섰다. 능양군은 백성 시찰을 나갔다 백성들에게 공주가 인망이 높은 것을 보고 자신을 인정받게 내버려두지 않는 정명에 분노했다.
특히 이번 회에서는 어좌에 오른 능양군과 정명공주의 끊임없는 힘겨루기가 제대로 긴장 요소가 됐다. 정명공주는 본격적으로 능양군에 대적하기 위해 정치에 나섰다. 자신의 편을 만들기 위해 이원익(김창완 분)을 찾아가는가 하면, 능양군의 폭정을 본 최명길(임호 분) 또한 정명공주 편으로 돌아설 조짐을 보였다.
이런 힘겨루기는 차승원의 빈자리를 메울 가능성을 보였다. 지난 주 광해를 연기한 차승원이 하차를 하면서 시청자들의 우려가 커졌다. 하지만 이 힘겨루기의 중심인 김재원이 광기 어린 인조의 모습을 보이며 차승원의 카리스마와 대적할 만한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김재원은 오프닝부터 광해와 정명공주, 백성들의 환청이 뒤범벅된 악몽에 시달리는 인조를 연기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외에도 백성들에게 정명공주의 선행을 말하는 백성들을 바라보는 장면, 정명공주와 정면으로 대치하는 장면 등에서 질투와 분노가 서린 눈빛으로 연기해 존재감을 가득 채웠다.
김재원 뿐 아니라 차승원이 없는 ‘화정’은 그야말로 ‘악당 전성시대’가 됐다. 훗날 소용 조 씨가 되는 조여정을 맡은 김민서는 김개시를 연기한 김여진을 이어 새로운 ‘악녀’로 드라마에 등판했다. 마지막 장면에서 조여정이 상궁의 뺨을 때리며 “나는 전하의 승은을 입은 승은나인”이라고 일갈하고, ‘폭주’하는 조여정과 정명공주가 정면으로 대치하는 것은 드라마의 백미로 꼽을 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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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화정 방송 캡처 |
조민기는 절대 화를 내는 법 없는 악랄함으로 김재원과 김민서 모두 조종하는 실질적인 우두머리 역할로 그 카리스마를 더하고 있다. 정명공주와의 파혼 후 자신의 노선을 확실히 하고 홍주원(서강준 분)과 등을 진 강인우를 맡은 한주완의 변화도 눈여겨 볼 만 하다.
차승원이 광해로 등장할 당시에는 무게가 차승원에 쏠리다보니 다른 배역이 빛을 발할 틈이 없었다. 이는 광해의 ‘원맨쇼’로 비춰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차승원이 하차한 후 드라마 곳곳에 배치된 악당들은 ‘이제야 내 시대가 왔다’는 듯한 기세로 자신의 존재감을 내뿜고 있다. 드라마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팽팽한 긴장감이 더욱 반가울 뿐이다.
물론 아직 차승원의 빈자리가 전부 메워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차승원 표 광해가 그립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많고, 차승원이 하차한 후 비장함이 덜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차승원이 그간 지고 있던 무게들을 다양한 캐릭터들이 나누면서 드라마 속 캐릭터들의 다양함이 더욱 풍성해진 것은 분명 고무적인 일이다. 과연 남은 배우들은 차승원 대신 ‘화정’을 무사히 끌고 나갈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