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손진아 기자] 시청자의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8개월 만에 부활해 제2의 ‘정도전’을 노렸던 ‘징비록’이 아쉬움 속에 종영을 맞았다.
2일 오후 방송된 KBS1 대하드라마 ‘징비록’ 마지막회에는 파직 위기에 놓였던 류성룡(김상중 분)이 결국 파직을 당하고, 이순신(김석훈 분)은 노량해전에서 전사했다.
류성룡은 북인의 계략으로 누명까지 쓰면서 파직 위기에 놓였던 가운데, 떠나기 전 선조(김태우 분)과 독대해 “싸울 의지조차 보이지 않고 백성을 버리고 떠났다. 전하의 안위만을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이후 안동 하회마을로 내려간 그는 징비록 집필에만 집중했고, 향년 66세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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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은 왜군을 쉽게 돌려보낼 수 없다고 생각해 조선군을 이끌고 왜군을 격파하기 위해 노량 앞바다로 향했다. 왜군을 끝까지 뒤쫓으며 진두지휘하던 그는 적의 총탄을 맞고 쓰러졌고, “계속 싸워라. 내가 죽었단 말을 입 밖에 내지 말라”라는 말을 남긴 뒤 숨을 거두었다.
6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친 ‘징비록’은 론칭 때부터 KBS 대하사극을 부활시키며 진면목을 보여준 ‘정도전’의 명성을 이을지 큰 관심을 모았던 작품이다.
나라와 백성을 지키고자 했던 혁신 리더 류성룡이 임진왜란 7년을 온몸으로 겪은 뒤, 국가 위기관리 노하우와 실리 위주의 국정 철학을 집대성하여 미리 나라를 강하게 만들어 환란을 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후세에 전하고자 집필한 동명의 저서를 바탕으로 하는 대하드라마인 ‘징비록’은 서애 류성룡의 개혁의지, 고뇌와 아픔, 선조와 조정 대신들의 정치적 갈등 등이 그렸다.
그렇게 류성룡이 쓴 징비록을 토대로 임진왜란의 현장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류성룡의 자취를 장대한 드라마를 예고하며 베일을 벗은 ‘징비록’은 첫 회, 긴장감 넘치는 전투 장면부터 연기파 배우들의 총집합으로 높은 몰입도를 자랑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그러나 방송 전 큰 화제를 몰고 왔던 것과 달리, 들쑥날쑥한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잡지 못했다. 특히 김상중이 맡았던 온유하고 우직하며 균형잡힌 품성 속에 숨겨진 카리스마가 있는 인물인 서애 류성룡 캐릭터가 다소 평면적으로 그려져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제2의 ‘정도전’으로 뛰어오르진 못했지만 ‘징비록’만의 매력을 확실히 담겨 있었다. 임진왜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벌어지는 당대인들의 고뇌와 잘못된 판단, 그리고 극복의 의지를 현실감 있게 그려낸 점과 김상중, 김태우, 김석훈 등 배우들의 호연은 호평 받기에 충분하다.
특히 첫 등장부터 존재감을 과시한 김상중은 선 굵은 연기로 극의 중심축에서 활약하며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만들었고, 김태우와의 대립 장면을 통해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데도 한몫했다.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