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영근 기자] 장난에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하지만 밴드 혁오를 향한 비치 파슬스의 장난은 도가 지나쳤다.
최근 밴드 혁오와 비치 파슬스는 표절 논란을 두고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펼쳤다. 해당 논란은 국내의 한 누리꾼이 혁오의 ‘판다 비어’(Panda Bear)가 비치 파슬스의 ‘골든 에이지’(Golden Age)와 비슷하다는 의문점을 제시하면서 시작됐다.
표절 소식은 미국에 있는 비치 파슬스의 귀까지 들어갔다. 비치 파슬스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자신이 들어봐도 ‘골든 에이지’의 느낌이 난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캐나다 뮤지션 맥 드라므코의 노래를 섞은 듯 하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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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비치 파슬스 트위터 캡처 |
일부 누리꾼은 ‘정말 비슷한 것 같다’면서 ‘혁오가 국내에서 고퀄리티 음악을 해낸 줄 알았다. 실망스럽다’고 그의 음악성을 ‘표절’로 단정 짓기도 했다.
혁오 입장에선 난감할 따름이었다. 한창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지난달 21일 가수 타블로가 설립한 소속사 하이그라운드의 첫 아티스트로 둥지를 틀은 시점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승승장구 하려는 순간 제동이 걸린 것이다.
그래도 혁오는 섣불리 논란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다. “아티스트가 열심히 준비해서 발표한 노래가 논란에 휩싸였다는 점에 유감을 표한다. 발표 시기가 지난 3월이었기 때문에 표절은 불가능하다”는 혁오 소속사 측의 입장만 있었을 뿐이었다.
비치 파슬스는 묵묵히 지켜보고 있던 혁오에게 30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결정타를 날렸다. 혁오의 ‘판다비어’와 자신의 ‘골든 에이지’ 두 곡을 비교한 영상을 게재한 것이다. 사실상 혁오의 표절을 원작자가 인정한 것으로 비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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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혁오 SNS 캡처 |
참았던 혁오는 해당 영상을 보고 울분을 토했다. 혁오 리더 오혁은 같은 날 비치 파슬스의 글을 캡처해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이와 함께 오혁은 “이런 멘션을 받았다”면서 “제 음악에 대한 양심과 자부심이 있다. 이때까지 나쁜 의도를 가지고 곡을 쓴 적은 단 한 순간도 없었다. 평생 음악을 하는 게 꿈인데 베껴 쓴 것으로 인정받을 생각이었다면 애초에 음악을 시도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아직 정규 앨범도 없고 1년이 채 되지 않은 신생 밴드다. 정말 감사하게도 굉장히 빠른 속도로 과분한 관심을 받게 됐다”면서 “저희 스스로도 아직 많이 부족한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떳떳하게 음악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저희를 조금 더 지켜봐주시면 좋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혁오의 진심어린 억울함에 비치 파슬스는 움찔한 반응을 보였다. 비치 파슬스는 오혁의 공식 입장이 밝혀진 이후, 자신의 공식 SNS를 통해 “표절 논란에 대해 전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웃자고 한 이야기다. 평화&사랑(I'm not taking this seriously at all & nobody else should give a shit either. It's just funny! Peace & Love)”이라며 화답했다. 혁오 밴드의 표절 논란을 몰아간 것이 결국 모두 ‘장난’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당 글은 31일 오전 현재 삭제된 상태다.
논란의 핵심이었던 비치 파슬스는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듯 웃고 넘기려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음악적 역량을 인정받기 시작한 혁오에게 이번 표절논란은 음악적 자존심의 스크래치를 남긴 사건이 됐다.
박영근 기자 ygpark@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