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최준용 기자] ‘암살’에 이어 ‘베테랑’까지 두 편의 천만 영화의 탄생으로 한국 영화가 호황을 맞았다. 그 기세를 이어 받아 오는 26일부터 대체휴일인 29일까지 올해 추석 극장가는 총 세 편의 한국영화가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이준익 감독이 연출을 맡고 국민배우 송강호와 충무로의 젊은피 유아인이 호흡을 맞춘 ‘사도’ 그리고 코믹 연기로 돌아온 권상우와 카리스마 형사로 변신한 성동일의 ‘탐정: 더 비기닝’, 여기에 연기파 배우 설경구와 신성 여진구가 각각 남북한 병사로 분해 대결을 펼치는 ‘서부전선’까지 추석 극장가를 장식한다. 세 한국영화의 강점과 약점을 비교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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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이준익 감독의 웰메이드 사극.
◆강점
어떤 순간에도 왕이어야 했던 아버지 영조(송강호 분)와 단 한순간이라도 아들이고 싶었던 세자 사도(유아인 분), 역사에 기록된 가장 비극적인 가족사를 이준익 감독이 뜨거운 울림으로 스크린에 수놓았다.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도 ‘사도’를 빛내는 여러 요소 중 하나다. 국민배우 송강호는 비정한 아버지 영조 역을 맡아 한 치에 빈틈도 허용치 않는 완벽주의적 성향으로 아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캐릭터의 복합적인 내면을 깊이 있게 표현해냈다. 이와 함께 아버지 영조와 갈등을 겪으며 비극적 운명을 맞이하는 세자 사도를 연기한 유아인은 캐릭터와 동화 돼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아버지의 과도한 기대와 뒤따르는 질책으로 변화되는 사도의 감정들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아울러 혜경궁 홍씨 역의 문근영, 영빈 역의 전혜진 인원왕후 역의 김해숙 등 검증된 연기력의 베테랑 배우들의 활약은 영화의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약점
영조와 사도세자의 이야기는 이미 많은 작품들을 통해 대중에게 소개 돼 왔다. 역사 속 실화를 소재로 했기 때문에 결말도 정해져 있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관객이라면 다소 식상할 수 있다. 여기에 영화 후반부 혜경궁 홍씨 역 문근영의 어색한 노인 분장과 아들로 특별 출연한 정조 역 소지섭의 존재는 옥에 티로 작용됐다.
[탐정: 더 비기닝] 권상우와 성동일의 케미는 기대 이상이다.
◆강점
명절에 코미디란 영화계 공식이 있다. ‘탐정: 더 비기닝’에는 코믹과 함께 미궁 속 살인사건을 추리하는 스릴까지 더했다. 지난 2003년 ‘동갑내기 과외하기’를 통해 코믹 연기를 선보였던 권상우는 이번 작품을 통해 한동안 분출하지 못했던 코믹 본능을 뽐냈다. 육아와 아내 눈치를 보는 추리광 강대만 역에 녹아들은 권상우의 현실성 넘치는 연기는 영화의 몰입을 높였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종횡무진 하고 있는 성동일은 이번 영화로 광역수사대 카리스마 형사 노태수 역을 맡아 특유의 코믹연기에 액션까지 더해 다채로운 매력을 선보인다. 또 그는 형사 역을 위해 목소리 톤과 은발 염색까지 새롭게 변신을 시도하며 영화에 헌신했다.
◆약점
코믹범죄추리극을 표방한 작품답게 코미디와 추리를 적절하게 섞었지만 영화는 방향을 잃은 듯 애매한 전개를 보여준다. 웰메이드한 추리물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다.
[서부전선] 믿고 보는 설경구와 존재만으로 사랑스런 여진구의 신구조화.
◆강점
‘서부전선’은 천만 영화 ‘실미도’ ‘해운대’부터 ‘감시자들’ ‘스파이’ ‘소원’ 등 다양한 장르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인 설경구와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를 통해 청룡상 신인남우상을 수상하며 스타성과 연기력을 모두 인정받은 충무로 신성 여진구가 완벽한 호흡을 펼쳤다. 특히 남과 북 동족상잔의 비극 속 이념을 뛰어넘은 화합과 휴머니즘을 그렸다.
◆약점
‘서부전선’은 앞서 6. 25 사변을 다룬 다른 영화들과 달리 전쟁을 무겁게 그리지 않았다. 다만 두 주연의 에피소드를 만들어내는 주변 도구로서 역할을 다한다. ‘고지전’이나 ‘태극기 휘날리며’처럼 리얼한 전쟁드라마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 또한 자연스러운 감동을 이끌어내지 못한 채 코믹과 진지함의 애매함 속에 방향을 잃어버린 스토리 역시 아쉬움으로 남는다.
최준용 기자 cjy@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