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주연 기자] 단순한 사랑 놀음 드라마에서 떠나, 장르적 성향이 짙거나 보다 전문적인 드라마를 원하는 시청자들이 많아졌다.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의 수준이나 입맛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이 가운데 가장 꾸준하게 만들어지는 두 소재의 전문직 드라마가 있다. 의학드라마, 그리고 법정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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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병원’, ‘해바라기’, ‘하얀거탑’, ‘뉴하트’, ‘외과의사 봉달희’, ‘굿닥터’, ‘골든타임’ 등 많은 의학드라마들이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 두 마리 토끼를 잡았으나 이에 비해 법정드라마는 쉽게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웰메이드로 평가받으면서도 낮은 시청률로 고전하거나, 완성도와 시청률 두 개를 모두 놓치고 씁쓸하게 퇴장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장 최근 방영한 ‘이혼 변호사는 연애중’(2015)은 5%대 내외 시청률로 퇴장했고 ‘개과천선’은 10%대의 벽을 진입하지 못하고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조기종영했다.
오히려 좌충우돌 여검사의 로맨스를 다룬 ‘검사 프린세스’(2010)나 국선전담 여변호사와 사람의 마음을 읽는 초능력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너의 목소리가 들려’(2013) 등 장르를 결합한 드라마들이 의외의 인기를 끌었다. 특히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20%대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법정드라마가 극적인 재미를 줄 수 있는 범위는 한정돼 있다. 앞선 드라마의 성공은 법정드라마와 또다른 소재를 접목시켰을 때 충분히 시청자들을 끌어당길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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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사실 법정 싸움으로 돌입하면 지루해질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이 있다. 요즘에는 사건들 자체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가 높아졌기 때문에 이를 본격적으로 다뤄도 좋다고 보는데,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법정드라마라고 해도, 기본적인 드라마의 구조를 벗어나지 못했다”며 “이제는 구체적이거나 디테일한 것들을 시청자들이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으니 깊게 다룰 수 있는 드라마들이 생겨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법정드라마를 연출한 경험이 있는 PD는 “드라마에서 제한된 시간 안에 법을 이야기하기에는 표현법이 제한적이거나, 단편적일 수밖에 없다. 때로는 정확하지 않고, 부정확하다는 것을 알더라도 드라마 구조를 따라야 할 때가 있다. 그러나 꾸준히 등장하는 법정드라마를 통해, 베일에 싸인 법정이 시청자들에게 친숙해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발전이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전했다.
법정드라마를 비롯한 전문직 드라마들은 국내 드라마의 다양성을 보장해준다. 다만 전문직 종사자들은 물론 시청자들의 입맛까지 고루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극적 개연성에 근거한 현실감 있는 이야기가 중요하다. 너무 전문성에 치우치지 않으며, 그렇다고 너무 극화시키지 않는 저울질이 앞으로도 법정드라마 외 전문직 드라마의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박주연 기자 blindz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