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안녕하세요! 저는 초등학교 2학년 이나윤입니다. 올해로 9살이고요, 얼마 전까지 MBC 주말드라말 ‘내 딸, 금사월’의 오혜상 역으로 출연했어요. 드라마 출연하고 많이 알아보시냐고요? 네, 많이 알아봐요. 부끄러워요.(웃음) 그래서 고개 ‘푹’ 숙이고 다닐 때도 있답니다. 저 이래뵈도 부끄럼쟁이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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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딸, 금사월’이 처음이에요.
제가 7살 때부터 연기학원을 다녔어요. 엄마 말로는 제 성격이 원래 부끄럼도 많이 타고, 소심했다고 해요. 좀 대범해지라고 학원을 보냈다고 하시더라고요. 학원 가면 뭐하냐고요? 발음 연습하고 대본 받으면 숙지해서 연기를 선생님 앞에서 해요. 그게 통과되면 오디션 용으로 계속 연습하죠.
이렇게 연습만 하다가 이렇게 큰 드라마는 처음이었어요. 전에 단막극에 한 번 출연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에는 스태프 이모, 삼촌들이 많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스태프 분들이 30명이 넘게 있는 거예요. 그 앞에서 하려니까 엄청 떨렸어요. 하지만 떨리는 걸 참고 막상 앞에서 연기 하니까 떨리는 게 좀 없어졌어요. 물론 쑥스럽긴 했지만.(웃음)
함께 연기했던 사월 언니(갈소원 분)랑 찬빈 오빠(전진서 분)가 저보다 한 살 많거든요. 숙소(대기 시간에 있는 곳)에서 같이 도시락도 먹고, 춤도 추고, 비석치기도 하고, 공부도 하고. 정말 재밌었어요. 언니 오빠들은 저보다 연기를 많이 해서 그런지 정말 잘 하는 것 같아요. 매일 밥 먹고 언니 오빠랑 함께 ‘천원샵’ 가서 구경했는데 그게 제일 재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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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연기 마음에 드냐고요? 아니요!
다른 분들이 ‘연기 잘한다고 칭찬 받더라’고 말해주셨어요. 제 연기를 보면 저는 어떠냐고요? 전 마음에 하나도 안 들어요.(웃음) 특히 4회랑 5회요. 제가 4회를 제일 먼저 찍었는데 처음이라서 잘 몰라서 그랬던 것 같아요.
그 때 당황했던 게 기억나요. ‘컷’ 소리가 나면 이어서 행동까지 해야 하는데 머릿속이 새하얗게 되면서 기억도 잘 안 나고, 장면에서 구두를 신는 장면이 있는데 구두가 제 발에 잘 안 맞기도 하고 제 성격이 급해서 신는 게 잘 안 되는 거예요. 속상했어요.
바이올린 켜는 장면도 그래요. 바이올린은 원래 발을 좀 벌리고 딱 자세를 잡아야 하거든요. 학원에서 많이 연습했는데 저도 모르게 그걸 다 잊어서 다리를 붙이고 한 거 있죠.
가끔은 그런 생각해요. 4회 이후로 제가 잘하는 모습이 보였거든요. 점점 나아지는 모습이요. 그럼 그걸 보면서 ‘이 수준’에 맞게 해야 할지 아니면 더 연습해서 한 단계 올라가야할지 잘 모르겠는 거예요. 드라마에서 갑자기 달라지면 좀 그러니까.(웃음)
아, 에피소드 하나 있어요. 극중에서 혜상이가 바이올린을 켜는 척 하고 뒤에서 사월이가 대신 켜주는 장면이 있거든요. 그 때 소리가 나면 이상해지잖아요. 음악을 넣어야 하는데 방해되기도 하고. 그래서 소리가 안 들리게 줄을 조여놨었어요. 그런데 장난기가 발동해서 줄을 꼬아놓기도 하고 그랬더니 나중에 소리가 ‘진짜’ 안 나는 거예요. 소품팀 언니들에 죄송했어요. 속으로는 어차피 소리 안 나야 하니까 ‘차라리 잘 된건가’ 싶기도 했지만요.(웃음)
◇ 이제 제가 착한 역할 해보고 싶어요
그 때 보육원이 무너지는 장면에서 흙먼지 뒤집어쓰는 장면이 있었는데요. 그 때 막 제가 울어야 하거든요. 제가 흙먼지 뒤집어 쓰니까 얼굴이 안 보여서 마음껏 연기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더 잘했던 것 같아요.(웃음) 울려고 감정 잡으려고 한숨 쉬면 흙먼지가 눈으로 들어와서 눈물이 막 나왔던 것도 좋았고요. 엄마는 ‘네가 감정 잘 잡은 거야’라고 말씀하시지만 전 사실 ‘흙먼지’ 때문인 것 같기도 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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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내딸금사월 방송 캡처 |
다음에 해보고 싶은 역할이요? 착한 역이요. 사월이처럼 착한 역. 나쁜 역할 연기만 하다보니 얼굴도 변하는 것 같고, 성격도 차갑게 변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연예인들이 역할에 한 번 빠지면 못 빠져나온다고 말하잖아요. 그걸 정말 이해했어요.
오혜상이라는 아이는 얄밉고 새침데기에 내숭쟁이에요. 감독님이 그렇게 말해줬어요. 그걸 잘 표현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에는 사월이처럼 착한 역을 해보고 싶은 거예요. 사람들이 저를 보고 ‘얄밉다’고 댓글을 단 걸 봤어요. 엄마가 못 보게 하시지만 궁금해서 보게 되더라고요. 근데 저는 그 ‘얄밉다’가 기분 나쁘지 않아요. 그 뒤에 항상 ‘얄미운데 연기 잘 해’라는 평이 있더라고요. ‘얄밉다’라는 말이 좋더라고요.(웃음)
◇ 연기가 재밌는 이유요? 다 할 수 있잖아요
학교 가면 친구들이 많이 알아봐요. 6학년 언니 오빠들도 저를 보러 오기도 하고, 급식실에서 친구들, 언니 오빠들이 함께 사진 찍자고 해서 줄이 제 앞에 만들어지기도 했어요. 그럴 때 기분은요? 부끄러워요. 쑥스럽고요. 알아보는 것 자체가 쑥스럽달까. 가끔은 혼자 가고 싶은데 저한테 ‘너 내딸 금사월 나온 애 아니니?’라고 말하며 따라오는 친구들을 가라고 할 수 없으니까 함께 오기도 해요.
아역배우를 하면서 힘들었던 건 밤샘과 비 맞는 것! 특히 비 맞는 장면이 진짜 추웠어요. 그래서 연기하고 싶은 친구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어요. 연기는 ‘힘든’ 거니까 면역력을 키워야 한다고요. 체력이 진짜 중요한 것 같아요. 감기 쉽게 걸리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니까요.
또 슬픈 건 제가 촬영 때문에 학교를 못 가는 날마다 급식에 자꾸 맛있는 게 나와요. 재밌는 만들기 시간도 하필 제가 안 나가는 날에 많고, 체험학습도 그런 날이고. 사월이를 맡은 갈소원 언니도 그런 걸 말하면서 ‘억울하다’고 말하더라고요. 저랑 똑같은 심정인 거예요. 재밌는 게 왜 하필 쏙쏙 그런 날에만 있는 건지. 너무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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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연기를 하는 이유요? 연기는 정말 다 재밌어요. 특히 제가 악녀도 돼 보고, 왕도 돼 보고, 거지도 돼 보고, 착한 애도, 회사원도 다 될 수 있잖아요. 그게 너무 좋아요. 역할놀이 하는 것 같아요. 모든 걸 해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저에겐 너무나 즐겁고 좋아요.
가끔은 주변 분들이 물어봐요. 이나윤 이름 대신 ‘오혜상’으로 불리는 게 싫지는 않느냐고요. 하지만 저는 좋아요. 사람들이 많이 그만큼 저를 알아보고 관심을 가진다는 거잖아요. 결코 싫지 않고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 하지원 언니처럼 훌륭한 배우 될래요
저는 나중에 커서도 배우를 꼭 하고 싶어요. 저 스스로 연예인이라고 으스대고 그러지 말자고 생각하고 있어요. 꼭 ‘착한’ 배우가 될 거예요. 저는 하지원 언지가 정말 좋아요. ‘기황후’도, ‘너를 사랑한 시간’도 다 다른 역할인데 정말 완벽하게 소화했잖아요. 예쁘고, 연기도 잘 하고, 발음도 정확해서 듣기 좋고. 언니랑 꼭 만나보고 싶어요.
그리고 한 가지 더 말하고 싶은 건, ‘내 딸, 금사월’을 ‘제2의 장보리’라고 말하는 걸 들으면 섭섭하다는 거예요. ‘내 딸, 금사월’은 처음 나온 거니까 그냥 그거대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다들 열심히 하고 있고 ‘왔다! 장보리’는 ‘왔다! 장보리’고 ‘내 딸, 금사월’은 ‘내 딸, 금사월’인걸요. 조금만 더 지켜봐주시고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
사진제공=이냐윤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