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최윤나 기자] 정의의 여신이 들고 있는 천평칭(天平秤)이라는 저울이 있다. 물체의 무게를 측정하는 데 사용하는 기구로, 저울판이 평형을 이룰 때 비로소 두 물체의 무게가 같아지는 것이다. 정확한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선 그만큼 저울 양쪽 물체 무게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 그렇기에 더 어려운 작업이다.
권오광 감독이 ‘돌연변이’의 시나리오를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가 2012년, 그가 당시 사회를 보고 느낀 그대로를 영화에 표현하고 싶었지만 그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후 이번에 영화가 개봉하기까지, 권오광 감독은 자신이 영화를 통해 하고자하는 이야기와 관객들이 그것을 어떻게 봐줄까라는 그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해야했다. 천평칭의 중심을 이루듯, 그도 그 사이에서 고민과 갈등을 거듭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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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이주영 |
“전 이 영화가 돌연변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훨씬 처음에는 짓궂은 풍자로 시작했어요. 근데 시나리오를 고치는 과정에서 드라마라인이 들어오고, 그러다보니 약간 대중영화나 사회고발영화도 아닌 게 돼버렸죠. 그래서 오히려 더 재미있는 도전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시사회후) 사회풍자에 부담감이 느껴지는 평들도 있고, 영화에 대해 안 좋은 평과 좋은 평이 딱 반으로 갈리는 것 같아요. 이런 부분도 재미있는 것 같고요. 사실 처음에 편집하기 전엔, 실제 사건의 실제 인물들이 다 들어가 있었는데, 불편하다는 평이 있어서 다 뺐죠. 사실 영화라는 게 관객 분들이 봐야 의미가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 사이에서 최선을 다해 양쪽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했죠. 그래서 더 궁금해요 어떤 대답이 나올지(웃음).”
그렇게 ‘돌연변이’가 탄생했다. 다른 한국영화와는 다르게 큰 스케일을 자랑하진 않지만,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영화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권오광 감독의 연출력뿐만 아니라 그와 함께한 배우들의 호흡이 더욱 영화를 빛나게 만들었다.
“정말 좋은 캐스팅이었다고 생각해요. 원했던 배우들과 하게 돼 행복했고, 그런 부분에서 참 제가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죠. 그래서인지 더 부담이 돼요. 그 배우들을 보려고 기대하고 온 관객 분들을 실망시키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너무 진지하게 가는 부분을 좀 덜어냈죠. 이런 밸런스를 맞추는 게 감독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광수 씨가 나와서 10대 여고생이 극장에 오더라고요. 정말 기쁘고 고마웠어요. 제가 만약에 10대 여고생을 붙잡고 사회의 어두운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면 누가 그 얘기를 듣겠어요(웃음). 그런 배우들이 나오니까 적어도 이런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장을 마는 게 기뻤죠. 솔직히 감독이자, 이야기를 만드는 작가로서 조금 더 깊게 들어가고 싶은 욕심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싫었을 수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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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가치관이 형성되는 데엔, 그만큼 주위 환경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권오광 감독이 연출가로서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사회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싶었던 이유도, 그가 자라온 환경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저는 경북 안동 출신이고, 굉장히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랐어요. 그렇다보니 반작용이랄까, 그런 부분이 생긴 거죠. 처음 대학교에 진학했는데, 제가 예술대학을 다니다보니 주변 친구들이 소설 쓰는, 사진을 찍는, 연극을 하는 사람들이었죠. 그래서 그때 받았던 문화충격도 있었어요. 그게 정말 좋았고 그런 형, 누나들이랑 이야기하면서 저만의 사상을 갖게 되지 않았나 싶어요. 사실 ‘돌연변이’를 찍으면서 부모님도 이해하게 됐어요.”
첫 장편 영화, 거기에 권오광 감독은 자신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부분과 관객들의 입맛을 맞춰 그 수평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마치 요리사가 자신의 취향과 손님의 입맛을 고려해 음식을 만들어내는 그 과정과 전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그가 이번 첫 장편 영화를 통해 얻고자하는 건 무엇일까.
“솔직히 말해서 돈을 벌어야하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이 영화는 제작비가 적게 들었는데, 그 예산 안에는 스태프들과 배우들의 희생이 들어있거든요. 배우들은 몸값을 거의 많이 깎고 출연했고, 스태프들은 임금을 깎진 않았는데 그것도 희생이라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인지 영화가 더 잘 됐으면 좋겠어요. 고생하고 희생해서 영화를 더 많은 관객들이 봤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요. 그게 첫 목표에요. 우리가 살고있는 상황에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용기를 내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그것보다 좋은 건 영화를 재미있게 보는 것이고요(웃음).”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