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검은 사제들' 신학생 최부제 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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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에 씐 소녀를 구하기 위해 미스터리한 사건에 맞서는 두 사제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 5일 개봉) 속 신학생 최부제를 연기한 강동원(34)의 유약한 모습이 눈길을 끈다. 극 중 악령을 믿지 않던 최부제는 악령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두려움에 떨고 놀라 도망간다. 후반부 용기 내 악령을 물리치긴 하지만 시종 유약해 보이는 인상이 강하다.
최부제의 어린 시절 트라우마까지 더해져, 그동안 강동원에게서 보지 못했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본인도 그 모습을 연기하기는 쉽지 않았던 듯하다. "공포감에 휩싸이고 두려움에 떠는 최부제를 연기할 때, 그렇게 극단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었거든요? 그런데 연기가 끝나고 보니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람들 앞에서 두려움에 떠는 감정을 연기해본 적이 없어요. 현실의 저도 '언제나 남자들은 무서워도 남자답게 행동해야 한다'는 교육을 받고 자랐으니깐요. 연기하고 나서 뭔가 무척 창피한 느낌이 계속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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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로 데뷔했을 때가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것 같아요. 너무 일찍 사회에 나와 부딪힌 게 많았죠. 얘기해도 귀담아들어 줄 사람도 없었죠. 그런데 지금은 많은 분이 들어주니까 나름대로 극복이 되더라고요. 예전에는 대화 나누는 것도 무서웠고, '나를 어리게만 생각하고 성격 나쁘게 생각하지 않을까?' 했으며, '실수하지는 않을까? 무섭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또 도덕성을 요구하는 직업이기도 하니 그런 점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죠. 그래도 오래 활동하다 보니 '내가 나쁜 짓은 안 하며 살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대한민국의 건전한 30대 중반 남자 아닌가' 생각해요.(웃음)"
'검은 사제들'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자주 봐 왔던 장르다. '한국판 엑소시즘'이 허무맹랑하게 들릴 수도 있다. 강동원은 그 반감에 대해, 극 중 김윤석이 했던 대사로 대신했다. "영화에도 나왔지만 아기 예수의 탄생은 축하하면서 악마는 믿지 않는다는 건 너무 이중적이지 않나요?"
사실 강동원은 종교에 대한 믿음이 없다. 이 영화를 택하고 성직자들은 어떤 생각일지 궁금했다. "아기 예수의 탄생과 악마에 대해서 종교를 믿는 분들에게는 딜레마일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본인과 달리 어머니는 천주교를 믿기에 신부님을 소개받고 4박5일을 대면했다. 하나하나 묻고 또 물었다.
"향을 피우면 왜 피우는지, 그 향의 의미는 뭔지, 소금과 물의 의미도 궁금했죠. 제가 모르면 관객도 모르는 것이니 관객이 알 수 있게끔 편하게 느끼도록 노력하고 연기했어요. 실제 영화에 반영된 부분도 있어요. 성찬예식을 할 때 이것저것 얘기해 수정되기도 했죠. 전체 예식 중에는 구마(퇴마) 의식도 포함돼 있더라고요. 신자 중에서도 낯설어 하시고 모르는 분도 있으실 텐데 진짜 그런 의식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예민한 문제라서 그 이상은 '노코멘트'라고 하셨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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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igu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