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익숙한 이야기라서 대중들이 할 얘기가 많을 것 같다. 갖고 놀기 좋은 작품이랄까. 통렬하고 적나라하게 연기하는 배우들의 대결, 느와르적인 느낌과 범죄로 이 시대 낭만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재고하게 할 것이다”
‘미생’ ‘이끼’의 윤태호 작가 원작에 이병헌, 조승우, 백윤식이 주연, 이경영, 김홍파, 배성우, 조재윤, 김대명 등이 조연으로 등장한다. 이 사실 자체로 영화 ‘내부자들’은 많은 이의 관심을 받았다. ‘내부자들’은 자신을 폐인으로 만든 일당에게 복수를 계획하는 정치깡패 안상구(이병헌 분)과 비자금 파일과 안상구라는 존재를 이용해 성공하고 싶은 무족보 검사 우장훈(조승우 분), 비자금 스캔들을 덮어야 하는 대통령 후보와 재벌, 그들의 설계자 이강희(백윤식 분)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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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쇼박스/ 디자인=이주영 |
Q. 영화 개봉 전부터 ‘내부자들’ 감독판에 대한 관심이 높다. 3시간40분짜리라던데, 어떻게 다른 것인가
A. 감독판도 작업이 더 필요하다. 어느 정도 흥행이 돼야 가능할 것 같은데 시나리오가 캐릭터 중심의 작품이었다면 개봉하는 영화는 다르다. 사건 중심으로 편집 판을 깔아놓고 선수들이 입장했다면, 감독판은 선수들이 등장해 판을 까는 식이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고, 인물들이 어떻게 만났고 등의 드라마가 강조됐다.
Q. 웹툰을 원작으로 해서 그런지 만화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들고, 화면이 꽉 찬 듯 하더라
A. 고전적으로 촬영하려고 했다. 사실 촬영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다. ‘제대로 찍자’지 많이 찍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고전영화를 좋아하는데, ‘내부자들’도 컷을 많이 쓰지 말고 클래식하게 가고 싶었다. 장면이 꽉 찬 느낌은 그래서일 것이다.
Q. 사실적이지만, 또 영화적이다. 그 중심을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나
A. 인물 중심의 영화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얘기가 아니라, 뉴스에서 볼 수 있는 익숙한 얘기 아닌가. 그런 스토리를 뛰어난 연기로 배우들을 통해 확인하는 맛이 있다. 한 발자국 더 들어가서 보는 맛이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배우들 캐스팅에 심혈을 기울였다. 조연은 말할 것도 없고 단역도 말이다.
때문에 화면도 185가 아닌 235로, 수평보다 수직으로 찍었다. 인물구조도 수직일 뿐 아니라 욕망에 대한 감정이 잘 사는 것 같아서다. 영화를 볼 때 뉴스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비율 때문이다. 섬 별장 장면도 선정적으로 나타내고 싶지 않아서 뉴스를 보는 듯한 느낌을 살렸다.
Q. 배우들 섭외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했는데, 조승우는 삼고초려 끝에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고, 조승우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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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쇼박스/ 디자인=이주영 |
A. 사실 뮤지컬 별로 안 좋아하는데 조승우 때문에 ‘헤드윅’을 봤다. 진짜 괴물 같더라. 이 뜨거운 배우를 영화에서 좀 더 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말아톤’ ‘타짜’ 등의 작품을 했지만, 더 많이 영화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뮤지컬로 무대에 오르는 것은 좋다. 하지만 일 년에 한 편씩 작품은 해줬으면 한다. 거국적 손실이다. 40이 되기 전 30대 얼굴을 기록했으면 좋겠다. 보물 아닌가. 영상자료원에 남겨야 하는 게 맞다.
조승우에게 시나리오를 읽지 말라고 했다. 그의 에너지는 거침없고 자유로울 뿐 아니라 뜨거움은 핵폭탄 급이더라. 그 감정을 거침없이 작품에서 내뿜기를 바랐다. 나이를 먹으면서 더 멋있어질 배우가 조승우다. 아마 한국의 알파치노가 되지 않을까. 눈은 그보다 ‘조금’ 작지만 에너지는 못지않게 내재돼 있다(웃음).
Q. 이병헌이 맡은 안상구는 극에서 다양한 면모를 보이는데, 콘셉트를 어떻게 잡은 건가
A. 이병헌에게 로버트 드니로를 보고 싶어서 그의 헤어스타일을 제안했고 ‘케이프 피어’ 속 인물같이 컬러플한 양복을 입혔다. 그런 헤어스타일이나 의상은 보통 배우들이 소화하기 쉽지 않은데, 이병헌이 입으니까 과하지 않고, 이질감이 들지 않더라. 배우가 가진 힘이 컸다.
‘달콤한 인생’에서는 이병헌에게서 알랭드롱 젊었을 때가 보였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장면에서 특히. ‘내부자들’에서는 좀 고개를 들길 바랐다. 보통 건달들이 고개를 들더라. 이병헌이 고개를 들었는데 평소 이병헌에서 느끼지 못한 전혀 다른 느낌이 들어 놀랐다.
Q. 이병헌과 조승우, 생각이 못한 조합이라는 말이 많은데
둘 다 원톱으로 설 수 있는 배우 아닌가. 이병헌은 굉장히 차갑고, 조승우는 뜨거운 배우다. 둘의 호흡이 정말 화룡점정이었다. 그런 두 배우의 케미(케미스트리)가 워낙 좋았고 남다른 기운이 있었다. 또 작품을 하면서 둘이 많이 친해졌는데, 티격태격하더라.
이병헌은 영화에 대한 열정이 뜨거운 배우다. 스태프과 호흡하는 게 진정한 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까칠할 것 같았다. 하지만 작은 것도 정확하게 하고 넘어가고, 아이디어도 많아서 작품을 하는 내내 재밌었다. 촬영을 하다보면 기다리게 되는 상황도 있는데 불평도 않고 스태프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다.
어느 날 ‘왜 짜증을 안 내느냐’라고 물었는데, ‘스태프들도 일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일을 안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내가 짜증을 내면 영화에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뿐’이라더라. 감독들이 이병헌과 작품을 하고 싶어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Q. 시나리오 작가 겸 감독으로 작품에 임했다. 표현하는 데서 내적 갈등은 없었나
A. 내적 갈등은 없었다. 시나리오 베이스가 있지만 그렇게 찍는 것은 기계적일 수밖에 없고 로봇이 된다고 생각한다. 결국에 작품에 숨결과 호흡,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배우다. 현장의 새로움과 배우들과 호흡하면서 나오는 것을 영화에 차용했을 때 좋은 장면이 나온다.
Q. ‘내부자들’은 장르를 떠나 쓸쓸하고 그런 장면은 없지만 왠지 위안을 받는 듯 하다
A. 익숙한 이야기라서 대중들이 할 얘기가 많을 것 같다. 갖고 놀기 좋은 작품이랄까. 포기하지 않고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주시해야 한다. 내부자들이 포기하지 않고, 그들이 노골적으로 추악스럽게, 마치 당연한 것인 것처럼 내뿜지 않지 않을까. ‘너희가 아는 것처럼 우리가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라는 것을 강조했다.
마찬가지로 결말에 힘을 주고 싶었다. 현실은 그렇지 않을지언정, 극장 안에서 만큼은 그 거대한 장벽을 깨부술 수 있다면. 극장 안에서 만큼은 통했으면, 대증들에게 위안을 주고 싶었다. 실상은 안 그러니까 더 씁쓸한 것 같다. 통렬하고 적나라하게 연기하는 배우들의 대결, 느와르 적인 느낌의 범죄, 이 시대 낭만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말이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