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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의 ‘있는 집 남학생’ 정환(류준열 분)의 옷장 아이템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드라마 ‘응팔’ 등장인물들의 88년대 복고 패션은 매회 코믹한 볼거리를 제공하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핵심 재미 요소’. 덕선(혜리 분)이나 동룡(이동휘 분)이가 가지각색의 아이템들을 총 동원해 멋을 부리던 고등학생들을 대변한다면, 정환은 ‘있는 집 남학생’의 심플하지만 귀티 나는 패션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정환의 스타일링은 극 중 ‘무심한 듯 시크한’ 캐릭터와도 잘 부합, ‘응팔’에서 가슴 뛰는 명장면들을 더욱 실감나게 살려주고 있다.
◆ 과묵하지만 지적으로 보이는 그 시절 오빠들의 체크 남방
지난 4회에서 정환이 방문을 열고 등장하면서 입고 나온 파란색 체크 남방은 정환의 몇 안 되는 컬러 제품이어서 시선을 사로잡았다. 정환은 흰 티셔츠를 안에 받쳐 입고 체크남방을 오픈한 채 입었던 상태. 화이트와 블루가 경쾌하게 매치되면서, ‘있는 집 남학생’의 말끔한 느낌이 부각됐다.
사실 정환이 입고 나온 빈폴의 헤링본 빅 헤릿 체크 셔츠는 빈폴의 스테디셀러인 큼직한 체크무늬가 들어간 제품으로 80년대 ‘있는 집 오빠들의 잇 아이템’으로 꼽혀왔다. 정환이 이런 빈폴의 상징적인 패턴의 셔츠를 코디함으로써 당시 오빠들이 갖고 싶어 하던 바로 그 셔츠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 것.
특히 이 제품은 여느 체크남방이 갖는 캐주얼한 느낌과 더불어 클래식한 느낌을 더해 ‘지적인’ 매력을 부여하는 패션 아이템이다. 공부 잘 하는 남학생이 흰 티셔츠를 입고 농구를 하다가 그 위에 이 셔츠를 걸쳐 입고 도서관에 갈 것 같은, 기타 치는 자상한 교회 오빠나 대학생 과외 선생님이 입고 있으면 어울릴 것 같은 셔츠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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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환은 쌍문동 골목에서 제일가는 부잣집 아들이지만 태생이 털털하고 시니컬한 덕분에 마마보이 느낌의 여느 도련님들과는 확연히 다른 색깔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정환이 시시때때로 걸치고 나오는 집업 점퍼는 정환의 자유로운 영혼을 보여주는 패션 아이템 중 하나. 하지만 정환이 휙휙 아무렇지 않게 걸쳐 입는 듯한 집업 점퍼는 고급스러움과 멋이 남달라 정환의 카멜레온 같은 매력을 엿보이게 했다.
특히 정환은 수학여행 때나 친구들과 어울릴 때 이런 집업 점퍼를 코디함으로써 ‘부담 없이 멋스러운 룩’을 완성하고 있다. 지난 6회에서는 친구들이 모여 피자를 먹는 장면에서는 선우(고경표)와 덕선의 이상 징후가 발견되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괴로워하는 정환의 모습이 담겼다. 이때 정환이 티셔츠나 후드 점퍼를 입은 다른 친구들과는 확연히 비교되게 그레이컬러의 고급 집업 점퍼를 입었던 것. 전혀 힘을 준 것 같지 않지만 충분히 멋스러움으로 자신의 기분을 숨기지 못하는 자유로운 정환의 성격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정환이 즐겨 입는 가벼운 블랙 싱글 집업 점퍼는 몸판과 소매, 등판의 고급스러운 컬러배색이 포인트를 주는 제품. 심플하지만 편안한 룩을 연출할 수 있는 활용도 높은 아이템이다. 또한 약간 두께감이 있는 리버서블 집업 점퍼는 양쪽면의 컬러와 소재가 달라 다양한 스타일로 연출이 가능하여 최근 레이어링 제품으로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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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응팔’ 5회는 ‘월동준비’라는 타이틀로 쌍문동 골목의 겨울나기를 보여줬다. 특히 정환은 오전 2시까지 독서실에서 돌아오지 않는 덕선을 기다리다 비가 내리자 우산을 들고 덕선을 마중 나갔던 터. 덕선에게 “일찍 다녀”라는 한 마디만 남긴 채 우산을 건네고 돌아서는 정환의 모습은 가슴 뛰는 ‘우산씬’ 을 만들어냈다. 더욱이 턱까지 다운점퍼를 올려 입고 있는 정환의 모습은 꼭꼭 싸매고 말로는 못 하지만 실제는 덕선을 ‘따뜻하게 감싸주고 싶은’ 정환의 마음을 보여주는 듯, 명장면을 더욱 빛나게 했다. 실제로 이 허밍다운 점퍼는 라쿤털이 모자에 달려 있는 고급스러운 제품이지만 류준열은 모자 없이 코디함으로써 80년대라는 극의 리얼리티를 살렸다.
최근 류준열은 ‘츤데레’ 캐릭터로 ‘정환앓이’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까칠하고 무심한 듯 하지만 사랑하는 여자를 챙기는 캐릭터라는 뜻. 이러한 ‘츤데레’ 매력은 정환의 패션에서도 그대로 묻어나 ‘그다지 안 꾸민 것 같지만
특히 그가 활용하고 있는 ‘빈폴’의 체크남방, 집업점퍼, 다운점퍼들은 80년대 ‘있는 집 오빠’들의 필수 아이템으로서 다시 한 번 드라마 속에서 재조명되고 있는 상황. 덤덤하게 고급스러운 츤데레 정환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해줬다는 반응이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