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36회 청룡영화상’이 화려하게 성료됐다. 26일 저녁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청룡영화상이 열렸다.
MC는 올해로 4년 연속 호흡을 맞추는 배우 김혜수 유준상이 맡았다.
특히 불과 일주일 전 열렸던 대종상과는 여러모로 다른 모습이었다. 후보에 오른 대부분의 배우들이 객석을 가득 채웠다. 수상에서도 "저는 청룡영화상이 좋습니다. 정말 상 잘 주죠"라는 김혜수의 말처럼 공정하고 신선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암살'이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의 영예를 안았다. 최다관왕은 '사도'였다. 남우주연상은 ‘사도’의 유아인이, 여우주연상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이정현이 수상했다.
![]() |
청룡은 올해도 김혜수를 선택했다. 햇수로 22년째다. 현장에서 본 그의 진행은 깔끔하고 능숙했다. 특유의 편안한 목소리톤과 매끄러운 호흡 역시 더할 나위 없었다.
신인남우상을 수상한 최우식이 눈물을 보이며 말을 잇지 못할 때엔 격려의 말로 선배로서의 훈훈함을 자아냈다. 인기스타상을 수상한 이민호에게는 "너무 외모가 근사하면 연기가 가려질 때가 있는데, 외모를 극복하는 필살기가 있느냐"는 재미있는 질문으로 유쾌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특히 ‘차이나타운’으로 자신이 후보에 오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정현이 눈물을 흘리며 소감을 하지 못하자, "이정현씨에게 큰 박수를 보내달라"는 대인배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 |
수상의 기쁨을 단 몇 줄에 담아내야 했을 배우들의 수상소감은 감동적이고 인상 깊었다.
‘거인’으로 신인남우상을 수상한 최우식은 감정이 복받친 듯 몇 번을 숨을 고르다가 “만약 제가 수상하면 뭐라고 얘기할지 생각했었는데, 다 까먹어버렸습니다”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을 끝으로 소감을 마무리한 그는 정면을 향해 인사를 하다가 마이크에 이마를 부딪히기도 했다.
신인여우상의 ‘간신’ 이유영은 “7년 전에는 미용실 헤어 스텝을 했었다”고 고백했다. “생업을 포기하고 배우를 시작했다”며 “수많은 여자 배우 분들과 영광을 함께 하고 싶다”고 감동을 전했다.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유아인은, ‘사도’나 ‘베테랑’ 속 인물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청심환을 먹고왔다”며 떨림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어 "저는 항상 부끄럽다"며 "행복하고 기쁜 순간보다 나서기 싫은 순간들이 더 많은데 항상 부끄러워하는 일로 거울 보고 매 순간 성장하고 다그치고 또 성장하는 그런 인간, 배우가 되겠다”는 진정성을 담아냈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로 영예를 안은 여우주연상의 이정현 역시 “20년 만에 청룡영화상에 왔다. 너무 쟁쟁한 선배들이 계셔서 전혀 수상할지 생각 못했다"며 "이것을 계기로 다양성 영화가 사랑 받으면 좋을 것 같다"는 뜻 깊은 소감을 전했다.
![]() |
영화제의 권위는 물론 수상의 공정성까지 청룡영화상이 대종상을 압도했다는 평이 쏟아지고 있다.
최다관객을 동원한 ‘국제시장’이 10개 부문을 수상한 대종상과는 달리 청룡영화상은 독립영화와 다양성영화까지 비춰냈다. 독립영화 ‘거인’에게 신인남우상과 신인감독상의 영예를 주는 포용력이 돋보였다. 여우주연상 이정현의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4만3000여명의 관객을 동원한 제작비 1억의 저예산 영화다.
흥행 열풍을 주도한 상업영화에서도 납득이 갈만큼 골고루 상이 수여됐다. ‘국제시장'은 남우조연상, 미술상, 최다관객상을 수상했으며 '사도'는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음악상, 촬영 조명상 등을 휩쓸며 4관왕에 올랐다. 최우수작품상은 ‘암살’에게 돌아갔다. ‘베테랑’에게는 감독상을 챙겨줬다.
집단 불참 사태가 빚어져 상의 권위가 바닥에 떨어진 대종상과 대비되는 화합의 장이었다.
다음은 수상자(작)
▲최우수작품상 = 암살 ▲남녀주연상 = 이정현(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유아인(사도) ▲감독상 = 류승완(베테랑) ▲각본상 = 김성제 손아람(소수의견) ▲남녀조연상 = 오달수(국제시장) 전혜진(사도) ▲남녀신인상 = 최우식(거인), 이유영(간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