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동주' 언론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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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윤동주(1917~1945)의 삶은 어땠을까. 많은 조선인이 핍박받은 일제강점기 중심에 있던 그의 삶은 특별했을까?
한국인이 좋아하는 시인으로 꼽히는 청년 윤동주의 삶이 실화 70%와 허구 30%를 더해 영화로 만들어져 관객을 찾는다. 영화 '동주'다.
아울러 영화는 윤동주의 사촌이자, 대중에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 송몽규의 이야기를 다룬다. 두 사람의 드라마틱한 삶이 함께 스크린에 구현됐다.
영화 '사도'로 아픈 역사를 관통해 관객들과 만나게 한 이준익 감독이 두 사람의 삶을 건드린 장본인이다. 이 감독은 28일 오후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동주' 언론시사회에서 "겁나고 두렵다. 잘못 찍으면 비난을 죽을 때까지 짊어져야 한다"며 부담감을 털어놨다. 하지만 "'기왕 하기로 결심했으니 하지 뭐'라는 생각으로 힘을 빼고 했다. 열심히 잘하겠다고 하면 발목 잡혀 도리어 결과가 잘 나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자신들과 비슷한 나이에 독립운동을 했던 송몽규와 그 시대를 시로 담아냈던 윤동주를 글을 통해 마주했던 박정민과 강하늘은 느끼는 바가 많았다.
강하늘은 "그동안 내가 좋아했던 음악, 미술, 영화 등의 예술 작품들은 결과물이었다. 이 영화에서 시가 중간 중간에 나오는데, 시가 나오게 된 배경들을 알고 많은 것을 느꼈다. 이후로는 어떤 작품을 보든 그 작품 자체뿐만 아니라 뒷이야기가 궁금해졌다"고 했고, 박정민도 "사실 난 의식이 없는 청년이었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가득한 사람이었는데 작은 변화가 있던 것 같다. 역사에 흥미도 없던 사람인데 재미가 들려서 동영상 강의도 보고 책도 찾아봤다. 하고 싶은 공부를 이 영화 통해서 찾게 됐다"고 좋아했다.
특히 박정민은 이날 "당대를 살던 이들의 한의 크기를 모르겠다. 죄스럽다"고 부끄러워해 눈길을 끌었다. 울컥하며 말을 잇지 못할 정도였다. 숨을 고른 뒤 안정을 찾은 그는 "촬영 전 사비로 북간도로 송몽규의 묘를 찾았다가 정리되지 않은 묘를 보고 마음이 답답하고 억울했다"며 "결과물이 없다는 이유로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사실이 억울해서 마지막 장면에서 많은 걸 쏟아냈다"고 전했다.
영화는 형무소에서 취조당하는 윤동주의 상황과 과거를 교차한다. 감독의 연출과 배우의 연기로 윤동주의 삶이 오롯이 전해지지만, 윤동주만큼 송몽규를 연기한 박정민도 돋보인다. 송몽규가 울분에 차 피 토하듯 내지르는 소리가 관객의 감정을 자극할 만하다.
강하늘은 "그 시대를 살았던 윤동주라는 시인도 나와 같이 질투심과 열등감, 패배감을 느끼고, 또 승리감도 느낀 적 있는, 여러 감정을 가진 젊은이였다. 그런 대본이 충격적이었다"며 "내 머릿속 윤동주 시인은 순결하고 고결한 이미지뿐이었는데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 대본이라서 인간적인 충격을 받았고 출연을 결정했다"고 출연 이유를 전했다.
박정민은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보는 순간 '정말 이걸 날 시켜주신대?'라는 마음이었다. 도대체 나 같은 것한테 왜 이런 시나리오와 배역을 준 걸까 싶었다. 매니저에게 재차 여쭤봤던 기억이 난다"고 고마
두 배우는 19회차 촬영으로 다른 영화들보다 비교적 짧은 촬영을 끝냈으나, 온힘을 다해 진이 빠질 정도였다. "마지막 촬영 뒤 대본을 학사모처럼 하늘로 던졌다"는 두 사람은 부담감과 압박감에서 해방돼 좋았단다. 이 감독은 우리가 아는 흑백 사진 속 윤동주의 모습을 그리고자 흑백 촬영을 고집했다.
jeigu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