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복면가왕’(이하 ‘복면가왕’)에는 가만 보면 ‘예능 대세’들이 집합해있다. 바로 ‘연예대상’에 빛나는 김구라와 ‘경연 프로그램의 1인자’ 김성주다. 이런 지원군을 가진 ‘복면가왕’ 민철기 PD는 “그야말로 든든하다”고 웃음을 터뜨린다.
작년 ‘2015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유재석을 제치고 대상 자리에 오른 김구라. 김구라에게 ‘복면가왕’은 특별한 작품이다. 2015년 ‘김구라가 손만 대면 정규화로 터진다’는 우스갯소리의 시발점이 ‘복면가왕’이기 때문. 하지만 ‘복면가왕’에게도 김구라는 특별한 MC다. 민철기 PD는 김구라를 향해 “무엇이든 기억하는 무서운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김구라는 정말 기억력이 좋다. 여담으로, 그는 예능국 PD들의 가족과 취미까지 줄줄 꿰고 있는 사람이다. 복면가수들의 가면이 벗겨진 후엔 ‘몇 년도에 어느 매체와 이런 인터뷰 한 적 있지 않냐’며 기사까지 줄줄 외워 복면가수들을 진땀나게 한다. 그래서 제가 한 번은 그렇게 물었다. ‘형은 그런 걸 도대체 왜 안 까먹어?’라고. 그랬더니 ‘나도 몰라’라며 화를 내더라.(웃음) 머리에 들어가면 안 빠져나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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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김구라의 ‘잔기억력’은 ‘복면가왕’의 또 다른 재미다. 복면가수의 정체가 밝혀진 후 해당 가수에 대한 이력이나 히트곡, 재밌는 비하인드는 김구라로부터 ‘술술’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음악 꽤나 안다는 이윤석이나 히트작곡가인 김형석조차 김구라의 ‘잔지식’에 입도 벙끗 못할 정도. 아주 사소한 정보까지 김구라가 줄줄 읊는 탓에 ‘사전에 얘기된 것 아니냐’는 말도 돌 정도다.
“누차 얘기하지만 김구라는 복면가수들이 누군지 ‘절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사전조사도 있을 수 없다. 모든 패널에 동일하게 복면가수의 애칭과 순서가 적힌 큐카드 하나가 돌아간다. 그래서 그 흔한 대본리딩도 우린 없다. 애초에 만나지도 않는 걸.(웃음) 저마저도 녹화 당일에는 출연진 곁에 얼씬도 않는다. 너무 곁에 안 가면 정 없으니 가끔은 가는데 그래봤자 근황 정도 나눈다. 절대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리얼한 맛’을 살리기 위해 진행자인 김성주 이외에 어떤 누구도 복면가수들의 정체를 알지 못하게 철저하게 감시한다는 민철기 PD는 “그렇기 때문에 김구라의 지식이 우리 프로그램에는 도움이 상당히 많이 된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김구라가 ‘복면가왕’ 웃음의 큰 축을 담당한다. 거의 90%의 웃음은 김구라로부터 나온다고 봐도 된다. 웃음의 씨앗을 뿌리고, 거두는 사람이다. 김구라는 그런 잡학다식함이 없었다면 10개 정도 되는 프로그램을 동시에 하지 못했을 거다. 시사, 음악, 교양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할 수 있는 저력은 바로 그의 지식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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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라가 판정단의 중심을 잡고 있다면 그 반대편에 선 김성주는 무대의 중심을 잡고 있다. 김성주는 Mnet ‘슈퍼스타K’ 시리즈나 다양한 라이브 프로그램 MC를 통해 이미 경연 프로그램 MC로는 따라올 자가 없다는 평판을 듣고 있다. 그런 김성주는 ‘복면가왕’에 꼭 필요한 진행자일 것. 민철기 PD는 이에 공감하며 “정말 순발력이 좋은 MC”라고 김성주를 평가했다.
“김성주는 순간적인 대처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패널들이 정답을 무심코 말하거나 하면 한마디 더 보태서 마치 정답이 아닌 것처럼 보이게 하거나 대화를 빨리 딴 데로 돌리거나 한다. 가장 놀라운 건 진행하면서도 노래를 들을 때 판정단의 행동들을 다 보고 있다는 거다. 그래서 ‘아까 그런 표정을 짓던데 이유가 뭐냐’고 묻기도 하면서 자신이 관찰한 걸 진행과 맞물려 유기적으로 흘러가게 만든다. 그 ‘유기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이 김성주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하지만 민철기 PD는 이 두 사람 외에 판정단 모두가 ‘복면가왕’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추리를 가능하도록 만드는 게 바로 판정단이라며 민 PD는 문득 최근에 녹음을 했다는 한 복면가수의 노래를 미리 들려줬다. 노래깨나 안다고 자부했지만 누군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유명한 한 가수의 이름을 듣고 노래를 들으니 그제야 목소리가 들렸다. 판정단의 역할을 바로 여기에서 나오는 거였다.
“사실 아무런 힌트를 주지 않고 복면가수들의 노래를 들려준 후 ‘맞혀봐’라고 하면 선뜻 맞히기 힘들 거다. 무주공산에서 추리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판정단이 서로 ‘000 아냐?’ ‘아냐, 000 같은데?’라고 던지는 이름들 사이에서 비로소 힌트가 들린다. 이 ‘갑론을박’을 판정단에 맡기고 판단은 시청자의 몫으로 남기는 거다. 맞히면 기쁘고, 틀리면 반전을 느끼고. 그야말로 다양한 패널들 덕분에 ‘복면가왕’이 굴러간다고 생각한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