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개그맨 황현희가 SBS ‘웃찾사’로 무대를 옮겼다. 새로운 무대에서 시청자를 만나는 만큼 그의 각오는 남달랐다.
황현희는 ‘황현희 PD의 소비자 고발’ ‘범죄의 재구성’ 등으로 KBS2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에서 맹활약을 펼치던 인물이다. 그런 황현희는 지난 2015년 tvN ‘코미디 빅리그’에 몸담았다가 2016년 새 마음가짐으로 ‘웃찾사’를 찾았다.
그는 새 무대가 공개되기 전의 심경으로 “떨리진 않는다”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부담감이란 것을 늘 가지고 사는 개그맨의 특성상 특별하게 떨리거나 긴장되지 않는다고. 황현희는 무엇보다 ‘후배들이 돋보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과연 그가 꿈꾸는 개그 무대는 어떤 모습일까. 황현희에 직접 물었다.
↑ 사진제공=SBS |
Q. ‘웃찾사’로 옮긴 소감은 어떤가.
A. 신인 때처럼 열심히 하고 있다. 얼마 전 ‘웃찾사’가 금요일 심야 시간대로 옮겼는데 걱정한 만큼 시청률이 저조하지 않아 놀랐다. 5% 정도는 나왔더라. 저는 그 5%를 보고 개그에 대한 수요가 항상 있음을 느꼈다.
과거에도 ‘개그콘서트’나 ‘웃찾사’ 같은 개그 프로그램들이 버라이어티 예능을 잡을 때가 있었다. 이처럼 개그만 재밌다면 버라이어티, 예능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그는 그만큼의 힘이 있다. 시청자들에 개그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는 걸 느낀 계기가 됐다.
Q. 새로운 방송사에 투입된다는 것에 부담감은 없나.
A. 그런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다. 단지 무대에 대한 부담감뿐이다. 원체 개그가 웃기면 된단 생각 이외에는 잘 신경을 안 쓰는 편이기도 하고, 개그맨이 제 직업이기 때문에 무대에 대한 부담감은 항상 가지고 살아서 새삼스럽지 않다. 일단 새 무대라는 것에는 설레고 기대가 된다.
‘웃찾사’에 와서 놀란 것은 신인들의 인프라가 상당히 좋다는 거다. 회의를 했는데 잘하는 친구들이 정말 많았다. 그래서 미래를 봤다고나 할까. SBS는 개그맨 공채를 많이 뽑는다. 개그는 사람 싸움이기 때문에 그만큼 훌륭한 인재를 비축한 곳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사실 제 개그는 비슷비슷하다. 제 ‘전공’, 저만의 특색 있는 개그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야구선수에게 축구와 농구도 잘 하라고 하면 안 되지 않나. 그럼에도 항상 다른 코너를 할 수 있는 건 제 특색 어린 개그 안에서 어떤 새로운 캐릭터가 나오느냐가 관건이다. 그만큼 ‘새로운 캐릭터’를 할 수 있는 후배들의 역량이 중요하다.
‘웃찾사’ 친구들이 실력이 정말 좋고, 미처 빛을 보지 못한 친구들이 많다는 걸 알고 고무가 됐다. 인재가 축적돼 있으니 폭발할 일만 남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왕 그 도화선에 불을 붙이는 사람이 저였으면 좋겠고.(웃음)
↑ 사진제공=SBS |
Q. 이번에 새로 선보이는 코너를 소개해 달라.
‘덕후월드’라는 코너다. 원래 이름은 ‘덕후 뉴스’인데 뉴스라는 틀이 조금은 식상한 것 같아서 ‘월드’로 바꿨다. 고발 형식도 있고, 단신 형식도 있다. 제 특기를 모두 종합한 코너라고 봐주시면 된다. 고장환과 김정환, 임지현이 함께 한다.
이외에도 ‘이런 걸 황현희가 해?’라고 생각할 만큼 색다른 코너도 준비하고 있다. ‘덕후월드’가 ‘황현희 식’ 코너이라면, 새 코너에선 제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캐릭터 연기에 도전을 하려고 한다. 그래서 준비 중인데 열심히 준비해서 더 넓은 영역을 아우를 수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Q. SBS ‘웃찾사’의 시청자들은 ‘개콘’이나 ‘코빅’과 또 다른 웃음 포인트를 가지고 있을 텐데.
A. 방송사만 다를 뿐 공개코미디라는 것은 다 비슷하다. 새로운 제작진과 후배들과 함께 한다는 것만 달라졌다. 저도 ‘웃찾사’의 시청자들은 어떤 포인트에서 터질까 고민을 했다. 프로그램마다 시청자의 웃음 포인트가 다르니까. 하지만 고민 결과 ‘웃음의 본질은 같구나’하고 생각했다.
사실 제가 주로 하는 ‘말로 하는 개그’는 그간 ‘웃찾사’에서는 없던 캐릭터다. 그래서 ‘웃찾사’식 개그에 익숙해진 시청자들 눈에 제가 낯설어보이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첫 촬영을 한 후 ‘이 정도면 괜찮게 터졌다’ 싶더라. 물론 폭발적인 반응은 아직 아니었지만 ‘적응 단계’라고 생각한다.
제 코너들이 항상 천천히 올라가는, 적응 단계가 필요한 그런 코너들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폭발력이 있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방청객들이 생각보다 많이 웃어주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 사진제공=SBS |
Q. ‘말로 하는 개그’가 본인의 특성이다. 왜 그런 개그를 선호하는 건지.
A. 가끔 제 기사를 찾아보면 새로운 코너가 나온다는 소식에 ‘쟤 또 정장 입고 나오겠지’ ‘뻔하다’ 이런 말들이 보이곤 한다. 전 그런 말을 보면 기쁘더라. 그들의 말처럼 정장 입고 말로 하는 개그를 제가 한다는 인식이 어느 정도 생긴 것 같아서다. 전 저만의 개그에 대한 자부심이 있고, ‘새로운 장르를 만들었다’는 생각도 한다.
제가 이런 장르를 선호하는 건 개인적으로 개그맨은 자신이 뭘 잘하는지 알고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 연기하고 몸 쓰는 것보다 말 잘하는 게 장점이다. 그걸 더 부각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도 한때 몸개그를 한 적이 있는데 ‘왜 저래’ ‘불쌍해’까지 나오는 걸 보고 안 해야겠다 싶더라.(웃음)
스스로가 못하는 걸 하면 보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민망해진다. 몸개그도 안 아프게, 더 찰져보이도록 맞는 사람이 따로 있다. 물론 요즘에는 캐릭터 연기를 하는 개그들이 대세지만 그 흐름은 언제나 그렇듯 돌아간다. ‘애정남’ 같은 코너가 인기절정이었을 때에는 말로 하는 개그가 인기였다. 그렇기 때문에 트렌드는 언제나 여기에서 저기로 돌아가는 것 같아서 그에 대한 걱정은 안 한다.
또 가끔 제가 시사 풍자를 한다고 하는데 저는 스피커 역할, 즉 간지러운 부분을 살짝 긁어주는 정도 밖엔 안 된다. 풍자적인 요소를 주로 하면 부담스럽지 않느냐 물어보시는데, 저에 대한 기대치가 있다면 그에 대한 부응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50대 정도에 팟캐스트 같은 걸로 신랄한 정치 풍자를 하느 프로그램을 만들까 싶기도 하고.(웃음)
Q. ‘개콘’을 떠난 후 ‘코빅’을 찍고 ‘웃찾사’까지 왔다. 하지만 ‘코빅’에서는 많은 빛을 발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A. 저도 신문기사를 봤는데 분명 ‘코빅’을 중간에 했음에도 다들 ‘개콘에서 웃찾사로 넘어갔다’고 말하더라.(웃음) 제 개그 특성상 혼자 하는 게 녹록치 않다. 그래서 팀플레이를 중요시 한다. 그런데 ‘코빅’은 신인이 없었다. 기존에 이미 유명세를 가지고 있던 개그맨들이 나오니 ‘팀’을 꾸리는 게 쉽지 않더라.
그래서 적응을 잘 하지 못하지 않았나 싶다. 저 스스로도 좀 ‘쉽게’ 다가간 것도 있었던 것 같고. 개그적으로 부족한 게 많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웃찾사’를 앞두고 절치부심했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저의 시행착오를 되짚어보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본 계기가 됐다.
↑ 사진제공=SBS |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것도 좋았다. 지난해에 방송을 5개씩 하다가 정말 모두 그만두고 온전하게 쉰 게 3개월 정도 된다. 그 사이 생각도 많이 하게 되고, ‘왜 개그맨을 하게 됐나’는 시작점을 돌아가서 생각하다 보니 답이 나왔다. 개그는 재밌어야 개그구나, 이런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됐다.
Q. SBS ‘웃찾사’에서 꼭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A. 제가 성공을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제가 ‘웃찾사’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저로 인해 시청률이 조금이라도 올라간다면 각 방송사에서 후배들의 영입 경쟁이 이뤄질 것 같다. 유명 MC들도 케이블, 종편 가는 걸로도 화제가 많이 되지 않나. 그만큼 영입 경쟁이 치열하다는 건데, 개그맨 사이에서도 그런 게 일어났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그런 의미를 부여해서 더욱 열심히 하고 있다. 개그맨들이 다른 방송사에 갔을 때 잘 해야 영입경쟁에도 불 붙는 거 아니겠나. 저는 개그맨들이 방송사의 벽을 허물고 여기에서 저기로 옮기며 많은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직 빛을 보지 못한 후배들이 잘 됐으면 한다. 저는 옛날에 박성호 선배가 개그를 짜는 걸 어깨 너머로 보면서 2년차 때에 1년차 후배들과 개그를 짜서 무대에 올렸다. 이처럼 후배들이 스스로 빛을 볼 수 있는 기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번에 작은 목표가 있다면 함께 코너에 나서는 김정환과 임지현이 제 2의 김기리, 김지민이 됐으면 좋겠다. 이들의 캐릭터가 인기가 올라가고 이슈가 돼서 ‘불편한 진실’ 때에 김기리, 김지민이 화제가 된 것처럼 큰 화제를 모았으면 좋겠다.
◇ 황현희는 누구?
황현희는 1980년 10월18일 생으로, 2004년 KBS 19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2008년 KBS 연예대상 코미디부문 남자우수상을 수상했으며, ‘황현희PD의 소비자 고발’ ‘범죄의 재구성’ 등 특색 있는 개그를 하며 유명세를 탔다. 현재 ‘웃찾사’에서 ‘덕후월드’라는 코너로 활약 중이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