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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스타 휴 잭맨은 영화배우로 유명해지기 전 다양한 방법으로 문을 두드렸으나 번번이 오디션 기회를 얻는 데 실패했다. '미녀와 야수', '선셋 대로' 등 뮤지컬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리고 인기를 얻었는데도 영화 출연은 쉽지 않았다. 3~4개월 동안 오디션 한 번 보기조차 쉽지 않았다. "과거 호주에서 뮤지컬 배우는 '배우'라기보다 '예능인'에 가까웠기 때문"이란다.
포기하지 않은 휴 잭맨은 애걸복걸하며 오디션을 보게 해달라고 했고, 결국 성공했다. 이제 그는 이름만 대면 다 아는 할리우드 스타가 됐다. 스키 점프 국가대표 선수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독수리 에디' 홍보차 내한한 그는 7일 오전 서울 광화문 한 호텔에서 한국 취재진을 만나 이같은 과거를 회상했다. 기자회견에서의 짧은 말로 그의 연기 열망을 다 담아낼 수는 없지만 일부는 이해할 수 있었다.
이날 휴 잭맨은 과거 오디션 기억을 떠올리며 '간청하다. 애원하다(beg)'이라는 단어를 3~4차례 강조했다. "오디션 기회를 달라고 감독에게 애원하고 또 애원했다. 애걸복걸했다"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휴 잭맨의 고백은, 지난해 만난 한 무명의 배우가 연기하고 싶다는 속엣말을 털어놓은 것과 오버랩됐다. 이 배우는 한 소속사에서 선배에게 밉보여 일을 구하기 힘들었고, 쫓겨나다시피 했(다고 했)다. 맡은 배역도 다른 이들에게 빼앗기기 일쑤였단다. "연기하고 싶은데 기회가 없다"는 게 요지였다. 얼마 뒤 "정말 작은 영화에 출연할 기회가 생겼는데 참여해야 하는지 고민된다"는 그에게 "열심히 하면 대중이 알아봐 주고 기회도 온다"고 뻔한 위로를 건넸다. 그 위로가 도움되지 않았는지 그는 출연하지 않았다.
이 배우를 비난하려는 건 아니다. 잘못된 선택이라고 할 수도 없다. 갈림길에서 누구든 선택을 한다. 또 그가 노력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 작품이 기회라고 할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천천히 한 계단을 밟아 나가며 대성하는 경우도 있지만, 꼭 성공 등식으로 이어지지 않기도 한다.
"기회가 없다"는 이들에게 듣기 좋은 위로를 다시 건네고 싶다. 요즘 주목받고 있는 배우 류준열과 박소담이 좋은 예다. 류준열은 유명해지기 전 영화 '베테랑'에서 후반부 차량 통제 스태프로 참여했으나 그의 얼굴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크레딧에도 거의 마지막에 이름이 올라간다. 늦은 나이에 데뷔한 그는 하고 싶은 연기를 포기하지 않은 끝에 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결국 스타 반열에 올랐다.
박소담도 지난해 흥행한 영화 '사도' '베테랑', '검은 사제들' 등에 출연해 연기력과 존재감을 알렸다. "왜 띄워주는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는 모르고 하는 소리다. 재작년 한 달에만 19개 작품 오디션을 보며 수차례 떨어진 경험이 있다. 두 사람 모두 상업영화계에서 활동하기 전 다양한 독립, 단편 영화에서 연기 열정을 불사른 건 유명하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만큼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I'm begging and begging and begging~"이라고 한 휴 잭맨의 말은 누구에게나 적용할 수 있는 말 같다. 물론 운이 따른다면 더할 나위 없다. 일확천금
'독수리 에디' 기자회견에서 휴 잭맨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배우 출신 덱스터 플레처 감독도 이날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예술인들은 90%가 거절당하고 또 거절당한다"며 "나머지 10%를 위해 계속해서 노력한다. 그렇게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게 진리"라고 강조했다.
jeigu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