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손진아 기자] 재개봉 릴레이가 계속될수록 관객들은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 큰 스크린을 통해 다시 보고 싶었던 명작을 만난다는 점과 더 나은 화질로 추억의 명작을 새롭게 만나볼 수 있다는 점, 어떤 이에겐 하나의 추억으로 자리 잡았을 작품이 재개봉해 그 추억을 새록새록 떠올리게 만든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영화계에서도 과거의 명작을 재개봉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다. 이미 인정받고 검증된 작품을 수입하는 데에 대한 위험부담이 낮고 신작에 비해 수입가격이 낮다는 점에서도 효율적이다. 특히 판권을 가지고 있는 회사의 경우, 재개봉으로 젊은 관객에겐 과거의 작품을 새롭게 볼 수 있는 기회를, 이미 봤던 관객에겐 추억을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를 주기 때문에 판권의 마지막 시효에서 한 번 더 틀어 이삭줍기를 하기도 한다.
중소수입사는 물론, 대형투자배급사에서도 단독 재개봉이 잦아지고 있다. 롯데시네마는 다양성 영화를 수급 및 상영하는 스페셜관인 아르떼관을 통해 영화 ‘비포 선라이즈’를 개봉 20주년 기념 단독 재개봉한 바 있으며, 메가박스 역시 장국영 추모 13주기를 맞아 영화 ‘성월동화’를 국내 단독 재개봉해 관객과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허남웅 영화평론가는 “영화들이 굉장히 점점 비싸지고 과열 경쟁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의 수작은 비교적 저렴하게, 마케팅비도 많이 안들이고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성공할 수 있는 걸 찾다보니 재개봉 영화가 많이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재개봉 영화가 많아지는 건 관객들이 많이 찾는 것도 이유이지만 소스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옛날에는 비디오로 출시가 되지 않았나. 그걸 비디오 대여점을 통해서 가정에서 영화를 만나 볼 수 있었지만 요즘엔 DVD 발매가 되면서 이를 위한 고화질의 소스가 만들어진다. 고화질 소스를 활용하는 방법에는 블루레이와 DVD 제작도 있지만 상영관에서 1차로 상영할 수 있는 쓰임새로도 활용이 된다. 그러다보니 재개봉이 늘어나게 됐다. 가장 큰 게 디지털 버전으로 새로 나왔다고 나오는 건, 전부다 100% 블루레이와 DVD 출시하면서 그 소스 갖고 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물론 재개봉 영화가 많아질수록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를 높인다. 상영관 수가 제한돼 있는 상황에서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들이 설 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매주 신작이 쏟아져 나오는데 재개봉 영화까지 가세하니, 작은 영화들끼리 스크린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
허 영화평론가는 “아무래도 멀티플렉스들이 자신들의 배급, 투자하는 큰 영화들에게 몰아주니까 작은 영화 경쟁이 심한 상태다. 그런데 여기에 재개봉 열풍이 이어지다보니 시장이 과열되고, 작은 영화들끼리의 경쟁이 심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추억마케팅이라는 것도 있지만 결국은 잘 만들어놓은 예술영화가 5년 후, 10년 후의 그때 젊은 관객들을 만날 수 있는 걸 확보해야 하는데, 한국에서 아카이브적인 상영관의 부재, 다양한 영화를 만날 수 있는 상영관의 부재를 해결해야하는 걸 먼저 생각해야하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