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어떤 때에는 ‘단아한 여인’이었다가, 또 어디선가는 ‘억척 아줌마’였다가, 뒤돌아보니 ‘강인한 여장부’다. 아직도 변신할 게 남아있을까. 김희정이라면 가능할지도. 그 또한 “불러만 주신다면 가는 스타일이라”라며 특유의 호탕한 웃음을 지어보인다.
MBC 주말드라마 ‘내 딸 금사월’에서 ‘천방지축 철딱서니’ 최마리로 연기했던 김희정은 그 사이에 SBS ‘육룡이 나르샤’에서는 욕망의 화신인 강 씨 부인으로, 단막극 ‘미스터리 신입생’에서 은숙 역으로 등장했다. 이렇게 바쁘게 사는 이유가 있느냐 물었더니 “그렇게 질문을 들으니 ‘내가 바쁘게 살았구나’ 싶다”고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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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기자 |
“별로 피곤한 걸 모르고 했다. MBC ‘맨도롱또똣’을 위해 제주도에서 물질하다가 지난해 7월에 서울 올라오자마자 ‘내 딸 금사월’을 위해 춤연습부터 했다.(웃음) 그렇게 바로 8월에 첫촬영을 했는데 그 때에 단막극 ‘알젠타를 찾아서’도 병행하고 있어서 23시간 촬영을 했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눈 코 뜰 새 없었다.(웃음)”
그렇게 시작한 50부작의 대장정에도 김희정은 그저 재밌었단다. 종영을 하고 나니 남달랐던 팀워크 때문에 헤어지는 게 오히려 서운할 정도였다고. 워낙 즐겁게 일하고, 현장 분위기가 좋아서 힘든지도 모르고 촬영을 했다며 김희정은 “후배들이 정말 열심히 하고 ‘내세우는’ 애들이 없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후배들이 더 신도 많고 힘들 텐데도 틈만 나면 선배들을 챙겼다. 그렇게 살갑게 챙기는 후배들을 보면서 ‘나는 저렇게 못할 것 같은데’라며 감탄을 했다. 우리는 건물이 무너지는 신에서도 깔깔 웃었고, 밤을 새거나 말거나 웃으면서 촬영했다. 비하인드 스토리도 정말 많은데 그걸 다 풀려면 1박2일은 걸린다. 서로 수다 떨면서 피로 풀고 힘내서 촬영하고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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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내딸금사월 방송 캡처 |
김희정은 특히 최마리라는 역으로 극 초반에 난데없는 ‘춤여신’으로 분장해 시청자들의 폭소를 자아내는 ‘일등공신’이 됐다. 하지만 이를 들은 김희정은 “전 정말 열심히 했는데 사람들이 웃어서 미칠 뻔했다”고 하소연했다. 최마리가 극중 ‘웃음’을 담당하는 캐릭터라 생각했는데, 이를 연기하는 김희정은 “난 절대 그렇게 생각 안 했다”고 말했다.
“전인화 언니가 제 춤을 보면서 ‘넌 어떻게 그렇게 몸치니’라고 말하더라.(웃음) 춤 열심히 했는데. 전 절대 최마리가 웃기는 역이라 생각 안 했다. 사실 강찬빈(윤현민 분)에 대한 애틋한 심정을 가지고 있는 불쌍한 캐릭터다. 그런데 작가님께서 무겁고 진지한 사이에 최마리를 좀 더 재밌게 풀어가고, ‘쉬어갈 수 있게’ 만들어주셨다. 스스로는 최마리를 ‘크리스마스 트리’같은 느낌의 캐릭터로 간직하고 있다.”
남다른 팀워크에 평생 입어본 적 없는 댄스복을 입고 춤을 출 정도로 열성을 다했지만 ‘내 딸 금사월’을 향한 쓴 소리가 이어졌다. ‘막장’이라는 단어를 조심스레 꺼내니 “배우는 사실 맡은 역할에만 충실하면 그 뿐”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막장’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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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기자 |
“사실 연속극을 많이 하는 배우로서 ‘막장’ 논란을 피해갈 순 없다. 배우는 그런 것에 동요하지 않는다. 다만, 전 그렇게 생각한다. 10대부터 60대까지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면 좋겠지만, 그게 참 쉽지 않다. 그만큼 ‘식성’이 다르다고나 할까. 따지고 보면 ‘이 음식이 최고급이야’라고 모든 음식에 등급을 매길 수 없고, 중식 코스요리가 ‘최고급’이라고 매일 그 요리만 먹을 순 없다. 드라마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김희정은 “쥐포를 ‘불량식품’이라 단정하거나 김치찌개를 보고 ‘싸구려’라고 누가 말할 수 있겠나”라고 음식을 예로 들었다. 즉, 다양한 취향을 가진 시청자들을 위해 취향껏 볼 수 있는 드라마의 선택권을 주기 위해 ‘내 딸 금사월’과 같은 전형적인 한국 드라마가 나오게 되는 것이고, 이를 그저 ‘막장’으로만 결론짓는다면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사실 제가 말할 만한 사안인가 싶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다양성을 인정하자’는 주의로 살고 있다. 저도 어릴 때에는 멋있는 드라마만 보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인생이 그게 다가 아니더라.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고, 이를 보여주는 드라마도 있다. 취향을 존중해주는 차원에서 시각을 달리해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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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기자 |
김희정은 “지금 굉장히 투사처럼 말한 것 같다”고 말하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시종일관 유쾌했지만, 그의 생각은 확고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비록 ‘막장’이란 비판을 받더라도 매사 열심히 촬영에 임하는 선후배 연기자들 때문이었다.
“저도 ‘막장드라마 많이 했네’ 이런 말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전 어떤 작품이든 열심히 했다. 좋은 드라마라고 밤새서 하고, ‘막장’이라고 대충 연기하나. 배우는 어떤 드라마든 간에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 하사고 열심히 하는 거다. 어떤 일이건,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새각한다. 그래야 내 인생도 다채로워진다. 대중 분들도 배우들이 이렇게 열심히 하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참 다양한 캐릭터와 드라마로 시청자의 곁을 쉴 새 없이 지켰던 김희정, 그가 가르쳐준 방식대로라면 이런 변신이 어렵지 않았다. ‘그저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하는 것’. 인터뷰 중에도 웃음이 끊이지 않고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던 김희정의 솔직한 모습이 언제나 진심이 담겨져 있는 그의 연기와 다르지 않았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